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트루 Feb 14. 2018

6. 편의점 알바 김씨와 '담배'

비흡연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담배, 그리고 흡연자 손님들.

우리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은 무엇일까.


물론 식품이 가장 많이 나가기야 하겠지만, 종종 담배를 사러 찾아오는 많은 손님들 덕에 그 또한 우리 편의점의 매출에서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이 아닐까 생각한다.



출처: 구글 이미지






내가 앉아있는 카운터의 바로 뒤, 손 뻗어 바로 닿을 수 있는 곳에 주르륵 진열된 담배들.


화려한 색상과, 또 대부분 멋진 외관을 자랑하는 이 녀석들은  때로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손님들, 그리고 담배가 무엇인지조차 아직 잘 모를 꼬마 손님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사기도 한다.


소제목에 언급했듯, 나 또한 어릴 때부터 담배에 입 한 번 대보지 않은 사람이고 담배에 관해서는 치를 떠는, 엄연한 '담배 혐오자'로서 28년 여를 살아왔건만, 처음 이 곳에서 일하며 담배를 취급하게 되면서 난생처음으로 담배에 대한 호감 비슷한 것을 잠시 느꼈더랬다. 정말 놀랍게도 말이다.







담배 시제를 하고, 빈 담배가 있을 경우 밑의 찬장에서 담배 한 보루(10개 입)를 꺼내 진열장에 채우는 작업은 이 곳에서는 일상 중 하나. 


그를 수도 없이 반복 또 반복하며 손에 느껴지는 그 담뱃갑 특유의 손에 착! 하고 감기는 그립감과, 필자의 취향을 저격하는 황금빛 색깔의 케이스나 영화에서나 보던 '시가'를 모티브로 한 담배의 멋진 디자인'담배는 로지 쓰레기일 뿐'이라는, 필자의 담배에 대한 가치관에 균열을 불러일으키고는 했다.


음... 이 그립감... 디자인...

멋. 져.




(하나 이는 어디까지나 디자인이나 그립감에 한한 것일 뿐, 여전히 담배에 관해서 필자는 '담배는 오로지 쓰레기일 뿐'이라는, 마치 과거 흥선대원군과도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쓰레기를 예쁘게 포장해봤자 '예쁜 쓰레기'에 불과한 것 아니겠나. 기분이 잠시 좋아진다는 사실 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이득이 될 것이 없는 쓰레기를 돈 주고 사서 왜 피워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마 내가 죽을 때까지 이해할 수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던 담배에 대한 이러한 생각도 근무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담뱃갑에 붙기 시작한 '혐오사진'덕에 일부 사라지게 되었는데, 이 혐오사진에 반응하는 흡연자 손님들의 모습은 필자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혐오사진에 반응하는 손님들은 대부분 최근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 사이에서 '진상계의 샛별'로 떠오르고 있는, 소수의 담배 그림 바꿔달라는 손님들인데, 그들의 요구는 짜증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 일하는 입장에서는 다소의 귀찮음을 유발하는, 유쾌하지 않은 주문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한 상황에 익숙해지면, 그들이 얼마나 담뱃갑에 붙은 '혐오 상황'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지가 보이고, 무서워하면서도 결국 담배를 구매해서 피워야만 그들의 매일을 견딜 수 있게끔 길들여진 그들에 대한 안쓰러움, 그에 더해 측은하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절로 생겨난다. 분명 이들도 알고 있을 텐데, 그러면서도 피우고 있는 것일 텐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매일 갖고 담배를 피우고, 담배를 피우며 그러한 모든 두려움을 일시적이지만 잊고 있을 터. 이 얼마나 아이러니하고 모순적인 상황이란 말인가?


하지만 진정 무서운 사실은 따로 있는데, 대부분의 흡연자들은 이런 혐오사진이나 경고문구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담배를 구매한다는 사실이다. 혐오사진이 붙기 이전에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저 습관처럼 말이다. 






그들은 대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크게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가 가능할 듯싶다. 

(물론 '담배 다른 걸로 줘' 손님에게도 이는 해당한다)




1) '낙관' 형: '나에게는 일어날 일이 아니니까 괜찮아!'

2) '자포자기' 형: '어차피 사람은 죽으니까 조금 더 빨리 죽는 거, 피다가 죽지 뭐...'

3) '나라 탓' 형: '아니 왜 담배에 이런 혐오 그림을 새겨 넣고 그래?' 

4) '이것만 피고' 형: '이것만 피고 끊어야지 어디 무서워서 담배 피우겠나'  (하지만 대부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사러 오심)




위의 유형들은 한 가지 혹은 그 이상의 유형이 섞여서 나타나기도 하지만(현재 확인된 바 '나라 탓 + 이것만 피고'형이 가장 많은 듯하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여전히 우리 가게의 담배 매상을 꾸준히 올려주는 단골손님들이라는 사실이다. 담배가 참 무서운 물건이라는 것을 나는 여기에서 느낀다. 자신들의 죽음을 앞당기고 여생을 괴롭게 만들 것이 분명함에도, 케이스에 돈을 들여가며 "야!!! 너네 이거 피면 죽어 임마!!!!!"라고 대놓고 광고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게 만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중독성을 지녔다는 것 아니겠는가. 


아니면 아직 혐오사진의 정도가 약한 것인가. 솔직히, 우리나라 담뱃갑은 외국에 비해 '너무 예뻐서 탈'이기는 하다. 아직 담뱃갑이 '너무 소프트하다'는 말이다. 만약 호주나 캐나다, 심지어 중국처럼 담뱃갑 면적의 대부분을 지금보다 더한 강도의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사진으로 채운다면, 기존의 흡연자들에게는 물론이거니와, 예쁜 디자인으로 인해 호기심을 갖는 '예비 흡연자'들도 사라지고, 더 나아가 자라나는 어린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도 크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겠는가(그래도 피울 사람들은 다시 피울 것이다. 담배 정말 무섭다). 


뭐 우리나라에서 담배로 돈을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에 의해 이러한 제안은 당분간은 실현될 가능성이 거의 없겠지만, 이 사회에서 담배가 '멋진 것'이 아닌 '혐오스러운 것'으로 낙인찍히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담배의 지속적인 혐오화 과정', 반드시 필요하다. 

 








아. 그리고 모든 흡연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 한마디.









길에서 피우지 좀 마라 제발.


뒤통수를 때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5. 편의점 알바 김씨의 '쉬는 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