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합니다.
11시가 넘은 시각,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테라스로 나가니 차 달리는 소리로 시끄럽던 정문 앞이 세상 조용하다.
이다지도 세상이 조용한 것이었나. 주위를 둘러보니 정말 아무도, 아무것도.
아무도 없는 점내로 돌아와 카운터에 앉아 다시 밖에서 들리는 고요함에 귀를 기울여 본다. 방금 그 느낌이 사실이었나 싶어.
멀리서 지나가는 차 한 대.
'그러면 그렇지'하고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순간 다시금 날을 세우는 서슬 퍼런 심연과 같은 고요. 어느새 무너져 나린, 그 간의 철옹성 같던 분주함 앞에 아무런 감각도, 아무런 감정도. 정말 지금 이 순간, 이 곳에 나 말고는 아무것도 없음에 틀림이 없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무아지경'....?
"너무 조용하다 보니 내가 반쯤 이상해졌나 보다..." 중얼거리며 일을 마치고 밖으로 나온다.
우리 편의점이 뿌리내린, 조용하기 그지없는 이 동네에서도 가장 조용했던,
어느 명절의 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