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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이모 Jun 18. 2024

좋아하는 걸 열심히 하는 게 어때서요.

호숫가 버스킹

검푸른 하늘에 조각달이 떠오른 밤.

반짝이는 호숫가 앞 네모난 스피커가 놓였다.

도덕 선생님처럼 생긴 한 남성이 접이식 의자에 앉아 한쪽 발을 까딱인다.


하나, 둘, 셋,


‘처음 느낌 그대 눈빛은 혼자만의 오해였던가요.’




첫 소절을 듣자마자 바닥에 엉덩이 내려놓았다. 오래전 누군가가 전화기 너머로 내게 들려준 노래이기에.


'해맑은 미소로 나를 바보로 만들었죠'


한음 한음 눌러 부를 때마다 그의 손가락도 허벅지 위를 콕콕 건드렸다. 여유 따위 없는 쇼맨 쉽, 어떤 기교도 없는 순결한 창법. 베베 꼬인 마이크 줄처럼 그의 시선도 갈 곳을 잃었다. 어색한 말투로 두 번째 곡을 소개하는데 갑자기 마이크가 꺼졌다.


“배터리가 나갔네요. 충전된 줄 알았는데, 죄송합니다.”


웃픈 광경에 예닐곱 관객들이 두 손바닥을 마주쳤다.

박수를 받은 그는 멋쩍게 준비한 노래를 시작했다.

반주도 에코도 없는 생목으로.






좋아하는 것마저 잘해야 인정받는 세상.

좋아하기만 하는 건 사치

좋아하는 것 마저 '돈'벌이가 돼야 환영받는 세상.


좋아하는 걸 찾는 데도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데

그걸 열심히까지 하려면

얼마나 더 큰 용기를 내야 하는지 그들은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안다는 건,

그만큼 나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넘친다는 거.

그건 몸도 마음도 건강해야 가능한 일.


그러니,

좋아하는 걸 열심히 하는 자체로 환영받아 마땅한데,

왜 우린 거기다 잘하는지 못하는지 평가하고,

돈벌이가 되는지 계산기를 두드리는가.


좋아하는 걸 잘하는 게 타고난 재능과 운이 합쳐진 결과라면,

좋아하는 걸 잘해서 돈까지 잘 벌면 0.000001%의 확률로 선택받은 자다. (부럽)


그런 초특급 행운을 맛본 자는

절로 선한 마음을 베풀게 될 것이고,

(그렇다고 해줘요. 제발)


좋아하는 걸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이들을 돕는다,

그래서 그들이 좋아하는 잘해서 

먹고살 걱정을 하게 되면 이것이 바로 선순환.


꺼진 마이크를 잡고 열창하는 그를 보며

왼쪽 가슴에 잔잔한 진동이 울렸다.

어느 방향으로든 그가 선순환의 수혜자가 되길 바라며

초여름밤공기에 진심 어린 응원을 띄워 보냈다.


실은 그의

비장하고도 비범한 용기에 전염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선명한 박수 몇 번과 바꿀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늘도 빚지고 말았다.

여름밤공기, 반짝이는 호수 그리고 그의 노래에


PS. 팁박스를 꺼내놓기 부끄러우면,

유튜브 채널이나 인스타 아이디라도 알려줘요.

 구독, 좋아요, 팔로잉 이런 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요.



-  2024년 6월. 호숫가 버스킹이 마음에 자국을 남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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