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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수영을 하다

퇴사 선물로 준 새벽 수영을 1년 지속하다

by 작업공방 디렉터

https://brunch.co.kr/@onlyloveot27/151

퇴사를 결정하고 한 결심 두 가지. 첫째, '나태해지지 말자' 둘째, '직장에 있었다면 시도해보지 못했을 것 같은 일을 꼭 해보자'였다. 두 번째 결심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좀 웃기지만) 직장과 같은 건물에 있는 체육센터에 새벽수영 6시 반을 등록했다. 7시 반을 등록하면 출근하는 직장 동료들과 마주칠 수 있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워밍업도 없이 그렇게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1년 동안 수영을 지속했고 그 과정에서 여러 긍정적인 변화와 마주했다.


첫째, 아내가 수영을 시작했다. 아내는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고 있는데 체력이 달렸다. 그렇다고 꾸준한 운동을 하고 있지도 못했다. 새벽 수영을 5개월을 채워갈 즈음 아내에게 수영이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추천했고 그 추운 12월 첫 등록을 했다. 아내도 8개월째 새벽 수영 진행 중이다.


아내와 수영을 함께 하면서 '수영'이라는 대화의 주제가 하나 더 생겼다는 점, 체력이 좋아졌다는 점, 아침을 매우 상쾌한 기분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유익으로 꼽을 수 있다.


둘째, 운영하고 있는 작업공방 하루 12분 운동방 10명 남짓 참여하고 있는 멤버들 중에 @갑순언니 @sgsg @암살자 세 명이나 수영을 시작했다. 다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데 온라인에서 내가 하는 운동을 인증하고 소감을 나누면서 전파시킬 수 있다니... 새로운 경험이었다.


셋째, 어린 시절 배움 없이 하던 수영을 제대로 배우면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무엇이든 제대로 배워야 경험할 수 있는 재미하는 게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엇이든 입문할 때에는 고수에게 돈을 비싸게 주더라도 제대로 배우는 게 길게 보면 가장 가성비 높은 배움 전략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게 되었다.


넷째, 모든 스포츠 종목에서 배울 때 '몸에 힘을 빼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내가 1년 수영한 것 치고는 한 번에 300미터 정도 가니 많이 가지 못하는 것이다. 고수들의 지적은 '너무 빠르다', '힘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인생도 너무 힘주지 말고 흘러가는 대로 맡겨야 할 때가 있는데 수영도 인생도 아직 충분히 힘을 빼지 못하는 게 아닐까 수영을 하면서 종종 생각하게 된다.


다섯째, 이외 소소한 즐거움은 덤이다. 수영장 처음 와서 충격이었던 게 수영을 10년 20년 하신 분들 몸매가 장난이신 분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수력이 장난이 아닌데 몸매는 장난이다. 외모로 판단할 수 없는 초보는 범접할 수 없는 내공 앞에 고개를 떨구면 존경의 눈빛을 보내드렸었다.


결혼하고 두 번째 집에서 만 4년을 살며 꽤나 친해진 어르신이 계셨는데 20년 가까이 수영을 하신 분이다. 몸이 안 좋아 반년이상 쉬다가 다시 오셨는데 수영장에서 아내를 알아보시고 엄청 반가워해주셨다. 토요 수영을 마치고 모셔다 드리면서 옛날 집에 들러 살았을 때 친하게 지낸 다른 호수 어르신 옥상 텃밭에서 상추를 받아서 아침에 고기를 구워 먹었던 일도 수영 덕분에 누린 소소한 즐거움 중에 하나다.


지난 6월 말 수영 1년 완주 기념으로 수영복, 수경, 수모를 새로 사주었다. 아내와 함께 계속 이어갈 새벽 수영... 중독이 아닌 즐거움의 요소를 잘 지켜간다면 이 수영 활동이 내 인생의 중요한 '건강'을 지켜주리라 생각한다. 앞으로 1년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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