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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업공방 디렉터 Jul 12. 2023

테니스를 배우다

취미부자가 되어보자

퇴사 후 새벽수영을 월수금 주 3회로 시작했다. 남은 이틀 화목 아침 시간이 허전했다. 퇴사 후 결심 두 번째를 다시 가동했다. '직장에 있었다면 시도해보지 못했을 것 같은 일'을 떠올렸다. 바로 테니스다.


테니스도 막연히 언젠가 꼭 배워봐야지 생각했었다. 오전 7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실내 테니스 레슨을 등록했다. 가격은 수영보다 두 배가 넘는다. 그렇게 화목 주 2회 20분 레슨 + 40분 연습 총 60분 그렇게 8개월을 테니스를 배웠다. 


8개월 차에 업무 변화로 시간 조정이 필요해 코치를 변경했다. 코치와 8회기 중 5-6번을 맞췄는데 도저히 나랑 스타일이 맞지 않아 테니스 레슨을 그만두었다. 조만간 다시 테니스 레슨을 시작할 생각이다. 테니스를 8개월 지속했던 것과 코치 변경으로 중단된 상황을 떠올리며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첫째, 수영도 그렇지만 테니스도 스윙동작이 몸에 익어 원하는 곳으로 공을 시원하게 쳐내기까지 수만 번의 반복이 필요했다. 그냥 열심히 한다고 잘 되지 않았다. 40분 혼자 연습이 그나마 효율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20분 레슨을 통해 코치님이 나의 부자연스러운 스윙을 피드백해주고 교정해 줬기 때문이다. 


현재보다 더 나아지고자 한다면 나에 대해 성찰을 하든 외부의 피드백을 받든 자신의 현재를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더 나아짐을 기대할 수 없다. 


둘째, 인생에는 나에게 맞는(어울리는) 사람은 있다는 사실. 두 번째 코치님 티칭 스타일이 나랑 맞지 않았다. 내가 모든 사람에게 다 맞출 수 있다는 것도 착각이지만 맞출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맞춰가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는 것은 기빨리는 일이다. 과거 나는 평화주의자로 '다 맞추어 함께 가자'주의였는데 직장에서 중간관리자로 위 아래를 다 경험해본 결과다. 


나와 잘 맞는다는 는 게 무조건 나를 지지하고 긍정해 주는 사람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나에게 어떤 쓴소리도 할 수 있는 사람인데 내가 기분 나쁘게 받지 않을 수 있는 사람도 포함된다. 나를 위해서 따끔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나는 몇 명이나 되는가? 마누라만 떠오르는데 큰 불행은 막았다?


셋째, 테니스. 코치와 맞지 않아 미뤄두었지만 다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아직 충분히 몸으로 익히지 못해서 테니스 치는 참 맛에 대한 갈증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올해까지 바짝 기본기를 닦고 즐길 수 있는 수준까지 올려볼 생각이다. 


'직장에 다녔더라면 쉽게 시도하지 못했을 일'은 새로운 경험을 쌓게 해주고 있다. 예전 한비야씨의 책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가 생각난다. 직장 밖으로 행군하기로 했으니 계속 직장 밖 세상을 모험하듯 시도해볼 예정이다. 그 경험들이 쌓여 나를 또 안내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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