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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업공방 디렉터 Jul 13. 2023

퇴사 후 먹고사니즘 해결해 준 일들

굶어 죽지 않게 해 준 일들

퇴사 기록 1년 세 번째 글은 '일'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https://brunch.co.kr/@onlyloveot27/151

첫 번째 글에서 20가지 소제목으로 1년 퇴사를 정리했는데 그중에서 3번, 4번, 5번, 6번 내용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겠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 경험들이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데 도움이 된 일들이었지만 그보다 먹고사니즘을 도와준 일들이기도 했다. 다음 글에서 더 밝히겠지만 이어지는 7번, 8번, 9번, 13번 경험이 추가로 쌓이면서 앞으로 사업적으로 무엇을 해야 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지 가늠해보게 해 주었다. 

이 글에서는 아래 네 가지 경험을 공유해 보겠다. 


3. 은평구 살림의원과 연계되어 재활, 작업치료 관련 강의(22년 10월)

재활전문병원에서 오래 일했던 나는 집으로 퇴원한 분들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퇴원을 결정하게 만드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지만 퇴원 후 집과 사는 동네에서 얼마나 적응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요인이 된다. 공공 차원에서도 병원을 전전하며 건강보험급여를 소진하는 것보다 적절한 시기에 퇴원해서 사는 동네에서 건강 관리를 하고 일과를 살아내는 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지역사회재활', '커뮤니티케어'와 같은 키워드들이 포털에서도 많이 등장하게 되었다. 


병원을 나왔으니 지역사회에서 내가 가진 전문성(재활, 작업치료)을 발휘할 곳이 어디일까 고민했던 찰나 은평구에서 재택의료팀을 꾸려 찾아가는 진료(왕진)를 진행하고 있는 살림의원과 연결될 수 있었다. 첫 미션은 의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작업치료사로 구성된 재택의료팀에서 재활과 작업치료에 대한 이해를 돕는 강의를 진행했다. 


왕진을 다니다 급한 처치를 끝내고 나면 막연하게 '재활'을 받으면 좋겠는데...라는 고민을 하셨다고 했고 강의 후에는 그런 사례들을 놓고 짧게나마 사례 회의를 진행했다. 감사하게도 좋은 피드백을 주신 덕분에 퇴사자의 자존감을 끌어올릴 수 있어서 감사했다. 


4. 은평 지원주택 대상자 WHODAS2.0 평가 및 결과 분석 보고(22년 12월)

이후 살림의원에서 지원하고 있는 탈시설 대상자분들이 생활하고 있는 지원주택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WHO에서 개발한 ICF(국제기능장애건강분류) 개념 기반으로 설계된 평가도구 WHODAS2.0 평가를 의뢰받아 대상자들의 건강상태와 기능수행 수준을 평가하고 결과를 보고하는 미션도 의뢰받아 진행했다. 


5. 20회기 직접 재활 서비스 중재를 진행(23년 1-2월)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지면서 연말에는 20회기 한정으로 대상자분 두 분을 정기적으로 찾아가 직접 중재로 화장실과 거실 등 환경 수정 후 일상생활훈련을 진행할 수 있었다. 2년 전부터 알코올 의존증으로 건강이 나빠지면서 보행이 불가한 지경에 까지 이른 70대 어르신이었다. 생활패턴도 깨지고 다섯 걸음만 걸으면 갈 수 있는 화장실도 가지 못해 기저귀를 사용해 용변을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서먹했던 첫 대면 후 1-2회기를 지나 10회기 정도 될 때에는 스스로 화장실도 다녀오고 스스로 거실과 싱크대를 오갈 수 있을 정도가 되었고 회기를 마칠 즈음에는 바깥 산책도 주말에 보호자가 있을 때에는 가능한 수준까지 되었다. 


병원에서 늘 해오던 중재를 꼭 필요한 분들께 사용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한 경험이었다. 회기가 마치고 전화가 왔었는데 커피 한 잔 타줄 테니 지나는 길에 들르라고 하셨다. 그러게 생각난 김에 연락드리고 찾아뵐까 싶다. 


6. 강북데이케어센터 운동 프로그램(22년 8-12월)

순서상으로는 22년 8월부터 12월까지 다앤유라는 사회서비스제공기관에서 의뢰를 받아 주 1회 강북에 위치한 데이케어센터에 어르신들 단체 운동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또한 병원 그룹치료 때 자주 해왔던 활동이어서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었다. 말로만 듣던 데이케어센터 분위기와 일하시는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선생님들과 제대로 맞추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4번 5번 6번 경험들은 퇴사 후 뭐 먹고살지? 하는 가족의 생계에 도움이 되는 활동기기도 했지만 병원 밖에서의 첫 경험들이었지만 내 안에 쌓인 경험과 지식을 나눌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기도 했다. 


앞으로 어떤 경험 기회가 찾아올지 모르지만 생각을 깊게 하되 짧게 하고 행동으로 부딪혀보는 형태로 일을 대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를 관리해 주고 책임져줄 조직이 없으니 스스로를 관리하고 책임져줄 수밖에 없다. 2년 차 퇴사자 파이팅! (갑자기?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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