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에서 만난 이야기 1
강의에서 한 마디 한 마디가 주옥같아서 요약하려고 글을 시작 했지만 실패했다. 맥락 없이 전달되는 메시지는 힘이 없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이해하고 길더라도 읽어봐 주시길...
강의를 시작하면서 '안녕하세요' 정도가 아닌 꽤 긴 인사말을 한국어로 시작하셨다. 한국 학생과 임상가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그리고 자신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43년을 살다가 호주로 옮겨온 이민자로 소개하며 MOHO이론을 사용해 자신의 배경을 설명했다. 작업치료사로서의 정체성과 역량은 자신이 만난 여러 기회(가족구성의 어떠함, 이민의 경험, 다양한 임상 환경)에서 마주한 경험들이 현재 자신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1)
강의를 다 들은 이후라 이 초반에 설명은 '내가 이런 다양한 기회들과 만나는 동안 나는 작업치료사로서 정체성이 더 분명해졌고 즐거웠으며 건강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강의 제목처럼 '의미 있는 참여'가 삶 속에서 자신에게 기회라는 형태로 주어졌고 그 과정을 피하지 않고 참여하는 동안 건강한 자신으로 살 수 있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우리가 누구인지, 어떻게 사고를 하는지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세계관이 확실히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에 영향을 줍니다....(중략) 작업치료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이러한 기초와 기본,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과 웰빙에 우리가 어떤 기여를 하는지에 대한 여러 과학적인 이론들이 있다는 것이고 이 부분은 전 세계적으로 모든 작업치료사들이 공통적으로 공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다양한 FOR들과 Occupation justice, OTPF, MOHO, CMOP, OPM-A, KAWA, PEOP, EBP 등 이런 이론들이 우리가 작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형성합니다."
이렇게 앞부분에서 작업치료를 뒷받침해 주는 이론들에 대해서 설명하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의 중재 사례를 소개해주셨는데 매우 인상에 남아 공유해본다.
남아공의 매우 낙후된 시골 동네 성인 시각장애인들의 이야기다. 남아공에서도 가장 큰 판자촌을 이루고 있는 동네였는데 시각장애인들은 그 가운데서도 매우 큰 소외를 당하는 집단이었다. 유일한 생계순단은 정부에서 나오는 장애인 지원금이거나 구걸할 때 이용되는 것이 전부였다. 사네타 교수님 경험 안에서도 작업박탈이 가장 심각한 집단으로 꼽을 정도였다.
센터를 열면서 처음으로 이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고 MOHO 이론에서 이야기한 '탐색', '참여', '작업적 적응'을 순차적으로 진행했다. 문제는 성인 시각장애인들이 매우 수동적이고 일명 '거지'로 사람들에게 일컬어지고 평판이 그리 좋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2)
중재 첫 시작은 이들의 수동적인 루틴과 습관을 깨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얼마나 수동적이었는지 예로 어떤 분은 자녀들이 학교 다녀올 때까지 하루종일 식탁에 앉아 있었다. 화장실도 식사도 어떤 것도 혼자 하지 못하면서 말이다.
센터에서 점심을 같이 만들어 먹는데 요리할 때 조언을 해주거나 빵에 버터를 바르고 샌드위치를 만드는 일을 함께 했다. 이 작은 활동만으로도 이들에게 큰 변화를 주었다. 시각장애인이 되고 나서 누군가에게 조언을 하거나 작은 도움을 누군가에게 주는 경험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얼마 되지 않아 집에서 점심때 아이들이 먹을 빵을 준비하게 되었다고 한다.
시각장애인들은 지팡이를 사용해 밖에 나가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걷는 것을 매우 두려워했고 신체는 뻣뻣하고 유연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원봉사로 찾아온 볼륨댄스 그룹과 매칭하여 춤을 추게 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문화적으로 춤과 음악을 좋아하던 이들에게 춤을 추면서 이동하고 움직이는 능력이 함께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지팡이를 사용해 독립적인 이동을 익힐 수 있었다.
다음 목표로 ATM을 사용하는 것을 가르치려고 했고 이때 주변의 반대가 빗발쳤는데 이유는 도둑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거였다. 여기서 또 인상 깊었던 부분은 해결 방법이었다. 지역 경찰서에서 봉사로 몇 명을 파견하여 호신술을 시각장애인들에게 가르치게 한 것이다.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고 특히 어린 자녀들도 보호할 수 있게 함으로써 상황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경험을 준게 의미있었다.
중기 단계로 넘어가서는 이 시각장애인들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기술에 대해 생각하고 접근했다. 가지고 있는 기술들을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해 봄으로써 자신감을 증진시키기 위함이었다. 실행한 방법으로는 동네 가게들에 동의를 얻어 봉사를 할 수 있게 하였는데 예를 들어 옷가게에서 하루종일 앉아서 모든 옷걸이를 정리해 주는 일을 한다거나 마트에서도 선반 하나를 정해 물건을 정리하거나 채워 넣는 일을 하게 했다. 심지어 몇 명은 이런 과정에서 취업을 시키기도 했다.
봉사의 일을 했지만 직원들이 귀찮아하는 작은 일들을 이들이 대신해 주었고 이러면서 매우 흥미로운 파트너십을 형성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이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활용하여 자기 스스로도 무언가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도움과 기여는 꼭 큰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느끼게 하였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사회와 통합시키고 이들의 소외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설정했다. 그래서 시도한 활동이 지역 유치원에 봉사로 전래동화를 들려주는 일을 몇 명이 참여하여 아이들과 즐거운 만남을 가졌다. 아로마세러피를 배우고 싶어 하는 장애인에게는 마사지를 배우도록 지원했다. 그래서 낮시간에 돌봄 없이 외롭게 지내는 보육원 아이들에게 마사지 봉사를 하도록 연결했다. 아이들은 이들 봉사자들이 올 때를 기다리면 대문까지 나와서 기다리는 모습을 볼 땐 사네타 교수님의 기분도 매우 좋았다고 했다.
어떤 시각장애인은 전래동화 들려주는 봉사도 싫고 마사지를 배우는 것도 싫어해서 지역 경찰서 창문을 닦아주는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 경찰서는 호신술을 가르쳐주었던 경찰서로 호신술을 가르쳐준 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이렇게 점차 사회 속에서 '기여'할 수 있는 경험을 쌓으면서 이들에 대한 대중들의 이미지도 바뀌기 시작했다고 증언한다. 이후 점차 지역사회에 실제로 기여하면서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고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서로를 돕고 지지하는 데에 까지 변화되었다.
이를 사네타 교수님은 "한 집단의 일부로 소속감을 경험하였고(belonging), 그다음 되어감(becoming)이 생겼다"고 말한다. 바로 미래에 대한 비전이 생긴 것이다. "그들만의 가치와 흥미가 생겼고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고 증언한다.
이 사례를 듣고 제목을 다시 봐보자. '의미 있는 참여, 건강한 삶의 열쇠' 마음에 쿵 와닿는다. MOHO이론의 전개처럼 탐색 후 참여 그리고 사회 속에서의 작업적 적응이 이루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본 사례를 보면 작업치료사가 모든 것을 주도적으로 제공하거나 직접 중재하지 않았다. 지역사회에서 그리고 조직 내에 가지고 있는 자원들을 시각장애인들과 잘 연결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중요한 핵심은 작업치료사가 시각장애인을 도움을 줘야 할 존재가 아니라 '작업의 주체로 살아야 할 존재'로 봤다는 점이다. 그 관점이 창의적인 연계 방법을 생각나게 했고 밀어붙이게 했으며 결국에는 작업박탈의 상황을 풍성한 작업참여로 바꿔 낼 수 있었다.
사네타 교수님의 강의를 통해 작업치료의 건강 관점을 다시 한번 점검해보고 확고히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귀한 강의 해주신 사네타 교수님께 감사한 마음 전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주석> chatGPT 프로프트 활용
1)작업치료(occupational therapy)에서 널리 사용되는 "모델 오브 휴먼 오커페이션"(Model of Human Occupation, MOHO)은 Gary Kielhofner에 의해 개발되었습니다. 이 이론은 인간의 일상 생활에서의 "작업"(occupations)을 중심으로 하며, 그 작업을 가능하게 하거나 제한하는 다양한 요인을 설명합니다.
MOHO는 크게 세 가지 주요 구성요소로 나뉩니다.
Volition: 볼리션이라는 개념은 개인이 어떤 작업을 선택하고 참여하게 되는 동기나 의지에 관한 것입니다. 이에는 개인의 관심사, 가치, 그리고 신념이 포함됩니다.
Habituation: 이 요소는 일상적인 활동과 역할, 습관, 그리고 루틴을 어떻게 형성하고 유지하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습관성은 일상 생활에서의 패턴이나 루틴을 형성하게 도와, 작업을 자동화하거나 단순화시킵니다.
Performance Capacity: 이는 개인의 물리적, 인지적 능력이 어떻게 작업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룹니다. 이 요소는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자원과 그것들이 어떻게 환경과 상호작용하는지를 포괄합니다.
이 세 가지 구성요소는 서로 상호작용하며, 개인이 그의 또는 그녀의 환경에서 어떻게 작업에 참여하는지를 결정합니다. MOHO 이론은 작업치료사가 개인의 장애나 제한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개입 전략을 계획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 이론은 또한 작업치료의 결과를 예측하고 평가하는 데에도 사용됩니다.
2)Model of Human Occupation(MOHO) 이론 내에서 "탐색(Exploration)", "참여(Participation)", 그리고 "작업적 적응(Occupational Adaptation)"은 중요한 개념들로 취급됩니다. 이 개념들은 사람들이 어떻게 일상의 작업에 참여하며 그것들을 수행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탐색(Exploration): 이 개념은 개인이 다양한 작업이나 환경에 대해 알아보고, 그 중에서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을 찾아내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탐색은 볼리션(Volition)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개인이 자신의 관심, 가치, 능력 등을 알아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탐색을 통해 사람들은 어떤 작업이나 활동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지, 또 어떻게 그 작업을 수행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참여(Participation): 이 개념은 개인이 일상 생활에서 실제로 작업에 어떻게 참여하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참여는 습관성(Habituation)과 성과능력(Performance Capacity)이 어떻게 볼리션과 결합하여 작업을 수행하는지를 설명합니다. 이는 개인이 어떻게 자신의 역할을 이해하고, 그 역할에 따라 어떤 작업을 선택하고, 실제로 그 작업을 수행하는지에 대한 복합적인 과정입니다.
작업적 적응(Occupational Adaptation): 이 개념은 개인이 새로운 작업이나 환경에 마주했을 때, 어떻게 자신을 적응시키는지에 대한 과정을 설명합니다. 작업적 적응은 볼리션, 습관성, 그리고 성과능력이 모두 작용하는 복잡한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직업이나 생활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개인의 동기, 일상의 패턴, 물리적/인지적 능력 등이 모두 상호작용하는 결과입니다.
이러한 개념들은 MOHO 이론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프레임워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작업치료의 실제 응용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작업치료사는 이러한 개념을 통해 클라이언트의 작업에 대한 참여와 적응을 더욱 효과적으로 이해하고 지원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