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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업공방 디렉터 May 02. 2020

할머니의 시 한 구절

어린 시절 무한 반복 들려주신 할머니의 사랑고백


내 사람아

어디 있다 인자 왔니

서숙 줍다 인자 왔니


내 사람아

뭐 하다 인제 왔니

서숙 줍다 인자 왔니


서숙이 너무 작아

이제 왔나 보구나

내 사람아



*서숙 - ‘조’의 방언(경북, 전라, 충북)




어렸을  할머니의 사랑고백을 듣고 자랐습니다.

그때는 그게 사랑고백인 줄 몰랐습니다.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고 내 아이를 낳았을 때

할머니가 제게 해주시던 말이 다시금 떠올랐습니다.


'내 사람아', '어디 있다 인자 왔니', '서숙 줍다 인자 왔니'

이 말은

바라보고 있어서 보고 싶은 마음을

내 눈 앞에 있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존재가 어떻게 나에게 왔는가 하는 감탄을

할머니 자신의 언어로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어렸을 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때문에 할머니와 인격적인 대화를 

나눈 기억은 없지만

최고의 사랑 고백으로 저를 애틋하게 바라봐주셨던

그 눈빛은 또렷이 기억합니다.


할머니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손주에게 보여주신 진한 사랑의 씨앗은 손주의 가슴속에 심겨주고 가셨습니다.


그 씨앗은 이제 손주의 자식들에게로 전달되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아이들에게 증조할머니 이야기를 해주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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