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아 안녕? 오늘은 모든 것이 잘 되어간다고 느끼던 어느 날 기다리던 공모 발표가 좋지 않은 날이네. 처음엔 엄마는 이 결과를 믿을 수 없었어.
‘도대체 왜? 잘했는데 무슨 일이지?’ 받아들이는 게 힘들었지. 한 없이(?) 까지는 아니고 좀 축치고 우울해졌지.
헌데 이 우울함의 근원은 왜 잘난 나를 인정 안 해?라는 감정보다 내가 진짜 못 한 거면 어쩌지? 또 잘못되면 어쩌지?라는 불안과 걱정이었어.
살다 보면 내 뜻대로 되지 않은 경우도 있고, 원치 않게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고, 내 잘못과 상관없이 또 아무런 이유 없이 운이 없는 경우도 있지. 절대 내 잘못이 아냐. 그렇게 피해를 주고, 피해를 받거나 하는 게 인생사지.
우리는 타인에게 원치 않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해. 그럴 때마다 모든 이유를 나에게서 찾으려 하지 마. 내 탓이 아닌 경우가 훨씬 많고 그냥 인생이, 사람이 복잡해서 생긴 일이 많아.
실패한 일을 딛고 다시 일어서야 할 때, 힘 빠지고 또 실패할까 봐 두렵기도 하고, 더 이상 상처받기 싫어 아무것도 하기 싫을 수도 있지.
허나 그런 쓸데없는 걱정에 시간을 빼앗기기보다는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길 바라.
또 잘 안될 수도 있어. 근데 그럼 뭐 어쩔 건데? 포기할 거야?
아니 엄마는 항상 늘 그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거야.
내가 미진한 거라면 나를 향상시키고, 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그와 상관없이 운이 없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을 꼭 찾을 거야. 늘 방법을 찾을 거야. 결코 내 잘못이 아니며 그렇게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인생이거든... 너와 함께 한지 39주. 1일.
이제 일주일 뒤에 만나자.
“내가 원하는 일에 꼭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어.
그다음 공모에 당선되는 것 이 성공하는 게 아니고
그렇게 노력하고 한 걸음, 한 걸음 포기하지 않는 발자취가 결국 성공인 거야.
누가 뭐라던 내가 결정하고 선택하고 책임을 감당하는 삶
그게 난 성공이라고 생각해.
주위에서 누가 뭐라던 내 목소리에 집중하고
자기 입장을 믿고 자기 자신의 편이 되어주고
자기 자신한테 잘해주길 바라.
이기적이 되라는 게 아냐.
네 스스로에게 ‘왜 더 잘하지 못했냐’며 학대하고 폭력을 가하지 말라는 거지.
남의 뜻에 통과하지 못했다 해서 자기 자신에게 회초리를 들지 마.
아끼고 위하고 사랑하자.”
18.08.06
P.S. 알콩아, 이 편지를 쓰고 그 후년에
준비하던 작품은 더 큰 공모전에 당선이 되었다.
역시 인생은 그다음 페이지를 알 수 없단다.
지금도 그래.
지금 이 순간 혹시라도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이다음 페이지는 더 멋질 거야.
더 괜찮을 거야.
그러니까 그다음 페이지를 꼭 써보자.
2024.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