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혼자 가는 제주도
나는 출발과 동시에 극심한 멀미에 시달리고 있었다.
60D는 맨뒤. 게다가 창이 보이지 않는 정중앙 자리.
그러니까 소음과, 흔들림과 화장실로 인한 번잡스러움 등 모든 것을 맛볼 수 있는 명당 중의 명당.
(인간적으로 60라인은 마카다미아 하나씩 줘야하는거 아니냐. 땅콩!)
60D를 처음 본 순간 충격에 빠지고야 말았지.
벤제마 뺨치는 그림 같은 위치 선정 능력에 충격받아 여행 일기장에 당시 상황을 남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처음엔 몰랐다.
비행기에 탑승했는데 왜 내 자리가 보이질 않는지.
이쯤 되면 나와야 하는데 내 자리는 나오지를 않았고.
난생처음 앉아 본 정중앙 맨 뒷좌석에서 이번 여행을 시작하게 될 줄이야.
(체크인 늦게 한 나 자식...)
그랬다.
포인트는 맨뒤이자 정중앙이라는 것이다.
이륙과 동시에 몸이 부웅 뜨는 느낌이 들었고, 얼굴 중앙을 중심으로 무언가 기우뚱 쏠리기 시작했다.
우리 비행기가 뭘하고 있는지 진동으로만 느낄 수 있으니 멀미가 더 심해졌다.
자리에 앉아 항공기 좌석별 특징에 대해 떠올려보았다.
추락 시 생존 확률이 높은 곳이 날개 쪽.
쾌적한 자리는 앞 쪽.
꼬리 쪽이 뭐였지?
꼬오리 쪽이 대체 어디에 좋지 않았지?
답 : 멀미 나는 자리. 흔들림을 직격으로 맞는 자리. 흔들려라 천본앵.
"안녕. 난 꼬리라고 해. 너의 속을 다 뒤집어 놓을 거야."
하하하 뭐 큰일이야 나겠소.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국회에서도 뒷자리는 권력자의 자리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기체가 계속해서 흔들렸다.
여긴 잠실이 아니라 김포다.
내가 타고 있는 것은 놀이기구가 아니라 비행기다.
비행기 표를 샀는데 놀이 기구를 태워주네 ㅠㅜㅡㅠㅠㅜ 떼힝.
극심한 난기류에 기체는 현란한 트월킹을 하기 시작했다.
허니제이 트월킹을 처음 봤을 때도 이 정도로 아찔하진 않았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잘 봐, 이제부터 기류들 싸움이다.
그리고 죽어나가는 나의 내장들.
비행기가 정상 고도에 오르자 기류로 인해 기체가 다소 흔들릴 수 있다는 안내 멘트가 흘러나왔다.
스앵님... 다소요? 다소는 아닌데요??
저랑 같은 비행기 타신거 맞죠??
지금 운전하고 계신거 맞죠???
몸이 말을 하고 있어요.
죠때따는 것을.
비욘세도 한 수 접고 갈 A330-200의 트월킹.
그마내. 나 너무 무서워. 이러다 다 주거어.
아침을 적게 먹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 좌석이 60D인 것은 화장실로 바로 달려 갈 수 있게 배려한 대한항공의 큰 그림인 것 같았다.
역시 Excellent in flight.
(마카다미아 주세요.)
비행기가 요동칠 때마다 앞 좌석의 여자아이가 소리를 질렀다.
부러웠다. 그 목소리에 동참하고 싶었다. 하지만 기성세대가 된 나에겐 그럴 용기가 없었다.
분명 제주도에 도착한 것 같은데 착륙할 생각을 하지 않는 비행기.
거, 관제사 양반 너무한 거 아니오.
관제사 양반을 얼마나 애타게 불렀는지 모르겠다.
관제사 양반. 진실의 방으로.
안이... 비행기가 이렇게나 흔들리는데. 우리 비행기 곧 떨어질 거 같은데.
우리 비행기 지금 응급인데. 왜 내려주지를 않냐고.
우리 비행기부터 내려달라고!!!
관제실로 찾아가 관제사 양반 멱살을 잡는 상상을 할 때 즈음 기체는 육지에 안착 했고 A330-200의 현란한 Air twerking show도 그제서야 멈추게 되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응급상황이었는데 K민족에겐 그것은 지나간 과거의 일일뿐.
앞 좌석 승객 모두 각자의 짐을 챙겨 자리를 뜨고 있었다.
빨리빨리의 민족.
나약한 육지인은 살아남을 수 없는 제주 아일랜드.
2021년 10월 21일 목요일.
그렇게 제주에서의 여행이 시작되고 있었다.
*소리 주의.
*요가 영상 출처 : 그루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