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그래요, 우리가 해요.

-또?! 혼자 가는 제주도

by 일필

지난 이야기)

꼬는 없지만 꼬무룩하고야 말았는데...


언제까지 꼬무룩하고 있을 순 없다.






오후 3시.

짐 옮김이를 예약한 시간이 다가와 서둘러 Gate 1로 향했다.


제주도까지 안전하게 도착한 나의 캐리어, 내용물도 안전.



짐 옮김이 서비스는 첫 제주 여행 때 이용해 보았는데(이용 업체는 다름) 나 같은 뚜벅이에게 정말 유용한 서비스가 아닐까 싶다. 24인치 기준 대략 15,000원 안쪽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숙소에 들러 짐을 맡겨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내 짐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 얼마나 편리한지 모르겠다.



숙소-공항

숙소-숙소

숙소-공항



* 업체에 따라서는 공항-집까지도 배달해주는 곳도 있다.



처음 여행 온 그 겨울엔 7박 8일 일주 여행을 했을 때라 이 짐 옮김이 서비스의 도움을 톡톡히 받았는데 그때 내가 맡겼던 것은 캐리어가 아닌 조그마한 백팩. 가방 지퍼 손잡이에 자물쇠를 채운 나름의 보안 하나만 믿고 짐 옮김이 서비스가 올 때까지 게스트 하우스 로비에 나의 백팩은 방치되어 있었다.

못난 주인이라 미안하드아!!!



2015년 당시 캐리어 대신 들고 갔던 가방.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건 고작 조그마한 가방 하나를 갖고 어떻게 7박 8일 동안 여행을 다녔는가이다. 그때는 겨울이었고 지금보다 짐이 많을 때인데 말이다. (지금은 24인치 캐리어가 미어터짐.)




그때는 정말 열정이 넘쳤다. 갖고있는 것이 없어도 아쉽지 않은 시기였다.


2015년 당시 챙겨간 것



골고루 잘 들고 갔다.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제주 여행 지킴이'


혼자 온 여행객들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제주도는 제주도 현지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외지인도 많이 있다. 너무나도 오고 가는 외지인들이 많다 보니 '안전'과 관련해선 제주도민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부분인데, 여행객 본인도 본인의 안전을 위해서는 이러한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여비는 무료지만 예치금 30,000원을 내야 했다. (요즘엔 목걸이가 아니라 시계 형태로 단말기가 바뀌었고, 예치금도 50,000원이라고 합니다!) 제주 여객 터미널이나 올레 관광 안내 센터에서도 대여가 가능하지만 나는 여행의 출발지인 제주공항 종합 관광 안내 센터에 물건을 수령했다.(현재는 수령 장소가 변경되었을 수 있습니다.)


2015년 당시 수령했던 '제주 여행 지킴이'




만약 위기 상황에 뒷면 가운데 있는 SOS 버튼을 누르면 곧바로 경찰에 현재 내 위치와 앞면 가운데의 카메라 액정을 통해 현장의 상황이 전달된다고 한다.



이번 여행은 주로 번화가에 있었지만 그때는 혼자 가는 첫 여행이었고 시골길을 주로 다녔기 때문에 이 단말기가 필요했다. 그리고 실제로 내가 묵었던 곳들 중 한 곳의 게스트 하우스 인근에서 혼자 온 여자 여행객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더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야 혼자 하는 여행 몇 번 해봤다고 아무 생각 없이 휘적휘적 다니지만 그때는 20대 중반이었고, 겁이 많았다.


유달리 내성적이었던 20대의 INPF. 기출 변형에 약했다. 그리고 지금도 약하다.


2015년 당시 수령했던 '제주 여행 지킴이'



나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이 버튼이 너무나도 만지기 쉬운 곳에 있다 보니, 한 번은 나도 모르게 실수로 누른 적이 있었다.



때는 7박 8일 여정의 마지막 날 아침.

짐을 챙기다 나도 모르게 손으로 버튼을 눌러 버렸다.

엄청난 비프음과 함께 조용한 게스트하우스를 울리는 돌비 서라운드. (본의 아닌 모닝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어떻게 끄지? 어떻게 하지?? 단말기가 지르는 소리에 귀가 아파 조용히 잠재울 방법을 찾고 있었는데 곧바로 누군가에게 전화가 왔다.



경찰이었다.



"지금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아니요. 죄송합니다. 잘못 눌렀어요." ㅜㅠㅠㅠㅠ

"네~ 조심해주세요."

뚝-



영혼 가출. 본의 아닌 민폐 죄송합니다.





성능 하나는 보증한다.

범죄자가 소리에 놀라 도망갈 정도의 돌비 사운드다.





이런 일도 있었다.


7박 8일 여행 중반의 일이었다. 내가 묵었던 숙소와 건축학개론에 나왔던 '서연의 집'이 그리 멀지 않았다. 지도상으로는 10여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였지만 가는 길이 인적이 드문 시골길이라 가는 것이 조금 망설여지기는 했다. 그래도 바로 근처니까 해지기 전에 갔다 오면 되겠지 하고 호기롭게 길을 나섰는데 예상보다 해가 빨리 진 것.(남쪽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고 12월이라 그랬을 수도 있고 도시보다는 빨리 졌다는 느낌이 강했다.)


가로등 하나 없는 시골길이라 별빛과 달빛에 의지해 길을 찾아야 했는데(글을 쓰며 로드뷰로 찾아봤는데 여전히 시골길이다) 갑자기 어두운 골목에서 캡 모자에 마스크를 쓴 사람이 나타났다.(지금이야 마스크 안 쓴 사람이 무서운 사람이지만 그 시절엔 마스크를 쓴 사람이 무서운 사람이었다.) 너무 깜짝 놀라서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는데 그 아저씨도 어떤 제스처를 취하지 않고 나만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빛 한점 없는 시골길이지 주위에 아무도 없지 그곳엔 나와 그 아저씨 둘 뿐이었는데 너무 무서워 단말기만 만지작 거리며 아저씨 눈치만 보고 있었다. 잠시 후, 아저씨는 천천히 걸어 한 인가로 들어가셨다.




???????




그랬다. 그분은 그냥 마을 주민분이셨다.



웃음이 났다. 왜 마을 주민이라고 생각을 못했을까.

이분께는 내가 이방인이자 불청객일 수도 있는데.




가끔 제주도 현지인과 마주칠 때가 되면 이들이 이방인인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관광객 덕분에 조용한 시골마을에 활기가 돌아 좋을까. 아님 낯선 이방인들 때문에 벌어지는 범죄나 소음, 그리고 끝도 없이 치솟는 부동산 값 때문에 불편하고 화가 나실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수히 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초래되는 환경오염 때문에 얼마나 골머리를 앓고 계실까였다.










이번 여행의 시작은 그것이었다.


제주도가 좋아 제주로 왔지만 내가 온 것 자체가 제주도를 병들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


그렇담 이방인인 내가, 여행객인 내가 제주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을 하다 이번 여행의 목표를 환경에 초점을 맞추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제로웨이스트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플러깅

#비치클린



제주도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가지 않는 것이겠지만.

이왕 제주도에 왔으니 최대한 내 흔적을 적게 남기고 오자.

그것이 이번 여행의 목표였다.





또한,


시간을 내어서라도 플러깅(비치클린)에 동참해 보자. 도 포함이었다.



저 해변에 내가 있었다면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출처 : 인스타 @plasticmandala





우리에게 제주도는 '휴식'이지만 누군가에게 제주도는 '현실' 일 수도 있다는 생각.





내가 저 바다에 있었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모처럼 일상을 탈출해 제주도까지 온 여행객들의 마음도 이해가 가고, 플라스틱만다라 분들의 답답한 마음도 이해가 갔다.




만약 나였다면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나는...




"우리가 해요. 지금 해요. 계단까지 올려요. 함께 하는데 왜 못해요."




우리가 해요.





그래요. 우리가 해요. 우리가 합시다!







그렇게 나는 빨간 글러브를 챙기게 되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