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혼자 가는 제주도
오후 5시 30분.
내가 생각한 숙소에서의 나의 모습
현실
협재해변에는 있지만 우리 동네에는 없는 두 가지가 있다.
바다와 비행기
바다
협재해변을 일부러 고른 이유도 에메랄드빛 바다 뷰를 보며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리적인 거리가 강원도나 인천에 비해 제주도가 훨씬 먼데도 불구하고 바다를 보러 일부러 제주도에 오는 것을 보면 제주도에는 뭔가 특별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제주도는 왜 그럴까. 왜 작은 것 하나하나가 특별해 보일까. 하늘의 구름, 땅의 돌. 뭐 하나 특별하지 않은 것이 없다.
땅! 불! 바람! 물, 마음~
다섯 가지 힘을 하나로 뭉치면 캡! 틴 플래닛~ 캡! 틴 플래닛!
비행기
협재해변에는 있지만 우리 동네에 없는 것 두 번째는 바로 비행기이다.
인천이나 강서구, 성남 등 비행기가 오고 가는 통로에 사는 주민이라면 비행기 보는 일이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만 우리 동네 하늘은 어어어어어어쩌다 한 번 보이는 헬리콥터와 새들이 전부이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는 시도 때도 없이 지나가는 비행기와 그 소음들이 너무나도 신기하게 느껴졌다.
오후 5시 40분.
숙소 바닥이 찼기 때문에 온도를 최대치로 높였다. (사실 작동법을 몰라 일단 최대한으로 돌려놓았다.)
창 밖은 내가 원했던 협재 바다 뷰가 훤히 보였고, 보랏빛 하늘에는 비행기가 부지런히 오고 가고 있었다.
오후 6시.
협재 관광 시작!
무슨 관광을 6시에 시작해...
드디어 만나게 되는 나의 협재 바다
나중에 꼭 협재해변에 다시 올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다시 오게 될 줄이야.
원래 다음에 또 만나 하고 다시는 안 만나는 게 국룰인데 기어이 또 만나러 왔다. 미저리.
어쩔티비.
협재 해변은 2-3시간만 머물기엔 너무 아까운 곳이란 말이다.
협재 해변엔 큐브 식빵으로 유명한 '오누(onoo)'가 있다. 인스타 : @onoo_jeju
숙소와 해변을 오가는 길목에 위치해있어서 제일 먼저 들렀던 매장이다. 숙소에서 먹을 간식거리로 딱이었던 오누 식빵. 내가 방문했던 시간이 마감이 한 시간도 남지 않았던 때라 먹고 싶었던 빵이 다 떨어져 아쉬웠지만 워낙 종류가 다양해 색다른 맛에 도전할 수 있었다.
오후 6시 36분.
호텔 샌드(Hotel sand)
처음엔 호텔인 줄 알았다.
밖에서 보고 '뭐여 호텔이 뭐 이리 훤해.'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호텔이 아니라 카페였다. 나는 대체 뭘 조사한 거지...? 철저한 계획파인 나는 촉박한 시간에도 불구하고 협재 해변 상점에 대해 열심히 조사를 했는데, 막상 가보니 '난 여기 어디여?' 싶은 상황들이 많이 벌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라섹 후 약 10년이 지났고, 현재는 시력이 꽤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안경을 쓰지 않으면 밤 운전이 상당히 어렵고 극장 안에서도 자막이 잘 보이지 않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로드뷰로 협재 해변에 대해 조사했지만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이 어디고 저기는 또 어디인지 어리둥절한 상황이 될 수밖에 없었다.
언제나 실전은 다르다.
해가 져서 어두운데 초행길이고, 안경을 안 쓰고 있다? = '시방. 여기가 어디여.' 까막눈 완전체.
그래서 무턱대로 들어온 곳이 여기. 호텔 샌드.
커피를 주문하고 이곳이 어디인지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여기가 그 테라스로 유명한 카페였더라.
뒷문으로 들어와서 알아차릴 수가 없었던 까막눈.
드디어 마시는 오늘의 첫 커피.
혈관을 타고 도는 카페인에 겨우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들어온다 들어와. 카페인이 들어온다~
넝마 조각이 되어 소파에 널브러져 있는데 다행히(?)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이곳은 테라스에 앉아 협재해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이국적인 분위기의 핫플레이스이다. 유명한 곳인 만큼 언제나 사람들로 붐빌 거라 예상했는데 어둠이 내린 시간대라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마음이 놓인 1인 여행객.
내 집이다 생각하고 편히 있었다.
오래된 빨래처럼 널브러져 있던 것도 잠시 나는 자세를 고쳐 앉아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마저 기록하기로 했다.
하루를 복기해보니 내가 있는 곳이 진짜 제주도가 맞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독서모임!
매주 목요일마다 ZOOM으로 하는 독서모임 생각이 뒤늦게 났다.
아유... 왜 갑자기 생각나고 그래. 그냥 계속 까먹고 있지.
여행지까지 왔는데 무슨 독서모임이야 하고 버팅기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숙소에선 마음이 바뀔 수 있으니까) 마지못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유... 하기 싫어...
그래. 일단 씻고 생각하자. 씻으면 좀 정리가 되겠지.
안 하는 걸로...
들어가기 전에 편의점에서 커다란 물 한 통 샀다.
과거의 나였다면 부피를 차지하는 커다란 생수가 아니라 한 손에 들고 다니기에 편한 일회용 물병에 담긴 생수 여러 병을 구매했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의 나는 다르다. 이번 여행의 목표가 '환경'에 초점을 맞춘 만큼 귀찮더라도 물병을 들고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평소에도 애용하는 커피용 보냉 보온 텀블러 하나, 물을 덜어마실 물병 하나를 준비해왔다.
노력했을 경우 플라스틱 사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 그리고 쓰레기 배출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 제로에 근접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반신반의한 마음에 3박 4일용 식수를 구매했다.
독서모임이 하기 싫다는 거쥬... 하하하
집에 도착하자마자
엄마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내 새끼랑 통화하기 위해
독서모임은 대체 언제 하고??
대체 저것은 무엇이오. 할미.
숭악한 것이 내 앞에 있구료.
화면 밖에서 등장한 진격의 거인을 보고 개조카 믕은 기어이 등을 돌리고야 말았다.
견주들이라면 공감할 거라 믿는다.
개만큼이나 상당수의 견주들이 분리불안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save the dangdang aunt
짧은 통화를 끝으로 지친 피로를 풀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독서모임 안 하고
잠시 뒤, 리더님으로부터 금일 독서모임 참여인원이 3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그분과의 우정을 위해 마지못해 어쩔 수 없이 참여하였다.
파티원님이(가) 헛소리를(을) 시전 하였습니다.
여행의 피로가 풀리지 않아서 그런지 말도 자꾸 꼬이고 논리에 어긋나는 말만 해댔다. 여행의 피로 때문인지 몸에서 조금씩 열이 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믕이의 일상 글인 개조카와 시리즈 #2 How dare이 조회수 10,000명을 넘었다는 알람이 왔다.
"여러분! 저 브런치에 글 올리는데 조회수가 막 10,000명이 넘었다는 알람이 울렸어요!! 박수한 번 주세요!"
셀프칭찬, 자화자찬에 익숙한 내가 알아서 박수를 치자 다른 모임원 분들도 박수를 쳐주며 축하한다고 말씀해주셨다. 야호-! 오늘 모임에 들어오길 잘했다~ '(*゚▽゚*)'
월드클래스급 뻔뻔함에 절레절레 전래동화.
104주 전에 인스타 스토리에 이런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내 소원대로 세상 사람들이 우리 강아지 귀엽고 못돼 쳐 먹은 거 알게 되었다.
그렇게 되는데 104주 걸렸다.
드디어 괴물 멈머가 되었다.
이모가 104주 걸렸어. 내새끼.
얼떨떨했지만 나쁘지만은 않았던 순간이었다.
자매품 : 괴물 신인이라 부르기로 하였어요.
절찬 연재 중입니다. 찡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