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새치기범의 세포들

-또?! 혼자 가는 제주도

by 일필



지난이야기) 새치범이 급하게 도망친 곳은 바로 옆옆 가게 가르송티미드였는데...








CLC의 단발머리 걔, BTS의 금발머리 걔, 의 얼굴 큰 걔, 그리고 새치기한 걔.



특유의 얼굴 캐릭터가 떠오르는 곳.



(garcontimide).




어쩌고저쩌고 다 됐고 그냥 얼굴이 커서 마음에 든다.



가르송의 존재감




가르송티미드는 사실 지난 9월 합정에 갔을 때 방문하려고 했던 곳인데 마침 내가 방문하기 직전 서울 합정지점이 없어져서 안타깝게도 문 앞에서 헛걸음하기도 했던 곳이다.




오프라인 매장은 이제 제주에만 있다고 해서 꼭 한 번 오고 싶었다. 스티커나 문구용품 좋아하는 분들은 공감하겠지만 제품은 인터넷으로 볼 때와 직접 볼 때가 또 다르기 때문이다.



내부엔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가르송티미드의 아기자기한 소품과 자신의 물건이 잘 어울리는지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었다.



아마 직원분께 여쭤 보았다면 내부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 주셨을 테지만 이전 화(#12 여행 중에 새치기를 당한다면?)에서 나와있듯이 새치기를 하고 줄행랑을 친 상황이라 더 이상의 정신적인 데미지는 입고 싶지 않았다.



꼬무룩해진 INFP 개복치



미처 내부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당시는 핼러윈 직전이었기 때문에 핼러윈과 관련된 문구류가 많았다. 스티커, 그립톡, 케이스 등. 그리고 가르송티미드의 캐릭터가 박힌 다양한 색깔의 쇼핑 바스켓과 스티커, 귀여운 책갈피와 엽서, 마스킹 테이프.



하나하나 다 뜯어보고 싶었지만 장시간 이동에 너무 지쳐있던 터라 빨리 허기를 채우고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사고 나서 한 컷



꼭 갖고 싶은 몇 가지 상품만 가볍게 구매했다.


어차피 내일도 매장에 올 건데 굳이 지금 다 살 필요가 있겠어? 하는 생각에 눈으로만 가볍게 스캔하고 가게 문을 나섰다.







아...앙대... 그만둬...






구매한 가르송 스티커와 제주 은갈치 책갈피




제주 하면 은갈치지.









제주 여행에 빠질 수 없는 곳. 바로 '리치 망고'




제주도는 신기한 곳이다.

평소에는 비싸다는 핑계로 잘 먹지 않는 망고를 아무 거리낌 없이 흡입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3박 4일 동안 3병은 거뜬하게 마시고 왔다.



한림항에서 협재 해변 가는 길에 보이는 리치 망고 협재점.



방문했던 지점은 매번 달랐지만 같은 리치 망고란 이유 하나만으로 이곳이 익숙하고 반갑게 느껴졌다. 직원분? 사장님? 도 분명 초면일 텐데 마치 몇 년 전에 만났던 분과 같은 분이라는 착각이 들게 했다.





리치 망고 방문한 사람이라면 한 장씩 갖고 있는 인증샷.


2015 여행 당시 좌) 리치망고 서귀포 대정점 / 우) 리치망고 애월 본점



2015년 난 수지이자 한지민이었다.







유감








그리고 2021년 오랜만에 만난 그들의 평가는??




2021년 리치망고 협재해변점



신민아, 손예진이라... 더 성숙하게 예뻐졌다 이거지...






이 글을 읽는 부런치 주민들 표정









오후 4시 30분. 공복 6시간 30분째.

주문한 망고 주스가 나오자 정신없이 흡입했다. 입 안 가득 느껴지는 달달한 망고 맛에 살 것 같았다. 우무 푸딩은 15분 내에 먹는 것이 원칙이라고 해 구매한 것들을 꺼내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좌) 리치 망고 음료 / 우) 구좌당근푸딩, 커스타드푸딩


구좌 당근 푸딩과 커스터드푸딩.


나는 낯선 음식에 조금 약한 편이다. 평소에 당근을 먹지 않는 편이라 당근 푸딩보다는 익숙한 커스터드푸딩을 열어 한입에 털어 넣었다. 자극적이지 않고 가벼운 맛이 느껴졌다. 강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약간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담백하고 무덤덤한 이 맛이 나는 좋았다. 구좌 당근 푸딩은 나중을 위해 남겨두고 저녁을 먹기 위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림항에서 협재해변까지 고작 30분 거리인데 가는 발걸음은 왜 이리 무거운지.




도로 위를 씽씽 달리는 렌터카 차량에 동승하고 싶었다.

why so serious?



제주 마음 샌드 사느라 너무 설렌 나머지 캐리어에서 선글라스와 핸드폰 거치대를 꺼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후회만 오조오억 번. 눈은 부시고 해는 뜨겁고 거기에 바람이 불지 않아 겨터파크가 개장할랑말랑


경기도민에게 30분 걷는 것은 걷는 것 축에도 끼지 못하는 일인데

배는 고프고 커피 한 잔도 못 마시고(가장 중요) 이런저런 좋지 않은 상태로 걷다 보니 이러려고 제주도를 왔나 자괴감 들고 괴로웠다.





이것은 고난의 행군.





도비는 자유를 찾았지만 지치고 괴로웠어요. 자유도 쉽게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어요.








어느새 목적지에 가까워졌다.


전보다 가까워진 비양도




듬삭한 협재점은 대창 덮밥이 유명한 집인데,

최근에 고기류를 잘 먹지 못해서 오랜만에 고기 섭취 좀 하고 싶어 들른 곳이다.



혼자 가는 여행객은 아무래도 식당에 1인석이 있는지 없는지, 언제 사람이 많이 붐비는지 그러한 것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데 아무래도 한창 버셔야 하는 시간대에 4인 혹은 2인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있는 것이 죄송스럽기 때문에 사전에 음식점을 알아볼 때 1인석 여부를 꼭 확인하는 편이다.



다행히 듬삭한은 창가 앞에 혼자 앉아 먹을 수 있는 좌석이 있어 부담 없이 들르게 되었다. 내가 방문한 시간이 피크 타임 직전이라 여유롭게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식당 여사님께서 나에게 오셨고 나는 먹고 싶었던 대창 덮밥을 한 그릇을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렸다.




이렇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주문은 들어갔고,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하. 지. 만.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께서 막 대창 덮밥 재료가 소진되었다고 다른 메뉴를 선택하시는 것이 어떠시냐는 슬픈 소식을 전해주셨다. 내 옆자리의 커플들에게 나간 대창이 마지막 대창이었다고...




거짓말! 거짓말이쟈나!!!



안돼요... 저 대창 먹으러 왔어요...




대창을 먹기 위해 모든 장기를 세팅해 두었건만... 대창이 없다니...

하지만 7시간 가까이 굶은 자에게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었다.




선생님... 저 그럼 그냥 매콤 갈비 덮밥 주.. 세. 효... (숨 넘어가기 직전)





잠깐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식량이 배급되었다.



하지만 대창에 맞춰 세팅해두었던 나의 장기들은 갑자기 나타난 갈비들에 놀라 전면 파업을 시작했고, 기어코 목구멍까지 막히는 사태가 벌어지고야 만다.



머선 129!!

대창 넣어준다며!!!

와글와글 시끌시끌.




세포들의 극렬한 저항에 결국 먹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힘들면 밥도 잘 안 넘어감.


맛은 있었지만 절반 이상 남겨버린 매콤 갈비 덮밥




안타깝지만 내일을 기약할 수밖에...

내일 와서 대창 덮밥 꼭 먹는다!! ψ(`∇´)ψ







아... 앙대... 그만둬...




* 제주도에서 '내일'이란, 함부로 기약해서는 안 되는 날을 의미한다.







숙소에 도착했을 즈음 난 거의 좀비 상태였고,

사장님께서 안내해주시는 숙소 이용 시 주의사항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세포들 파업 중

제주도 숙소에 도착한 경기도민




바닥이 찼다.




제주도 오는데만 반나절.

오전 10시에 출발 해 오후 5시에 도착했다.


3박 4일 동안 나를 보살펴 주었던 침대




협재의 흔한 숙소 뷰




휴가로 알았던 이 여행은 사실 휴가가 아니었다.

극한 여행의 서막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리치 망고 / 가르송티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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