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요단강이 보였다

- 또?! 혼자 가는 제주도

by 일필



여행 셋째 날 아침이다.

오늘은 드디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요가와 플러깅을 하는 날.




육체적인 노동이 예정된 날이기 때문에 일부러 여유를 부렸는데 부려도 너무 부렸다.






요가 시작 3분 전에야 수업이 있는 카페 그루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전 10시


카페 그루브 3층은 평소엔 카페로 운영하다 이렇게 원데이 클래스가 있는 날엔 매트를 깔고 수업을 진행한다.



오늘 클래스는 빈야사 요가 90분 클래스.


현재는 하타 요가도 수강할 수 있지만 내가 선택했을 땐 빈야사 요가 클래스와 필라테스 클래스밖에 없었다. 사실 클래스를 들을 당시만 하더라도 요가에 입문한 지 2~3달밖에 되지 않아 빈야사 요가가 뭔지 하타 요가가 뭔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코로나로 인해 수업 인원은 6명.

이 날 수업은 외국에서 온 선생님께서 진행하셨다.




먼저 온 네 분이 계셨기에 남은 자리에 둥지를 틀었다. 곧이어 선생님께서 무언가 나눠주셨다.




Dance of creation


타로 카드? 선생님이 점도 봐주시나?



잠시 뒤 선생님께서는 카드의 용도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몸 만지는 게 괜찮으면 그림을 위로, 불편하면 그림을 뒤집어 놓으세요.(영어로)



코로나 시국이기도 하지만 낯선 사람의 손길에 민감한 사람도 있기에 내놓은 나름의 배려였다.





perfect harmony make up the dance of creation.




영어 해독을 마치고 그림이 위로 향하게 뒤집어 놓았다.


요즘엔 비대면 온라인 요가 클래스도 많이 하는 추세이지만 개인적으론 전문가의 지도하에 나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오프라인 클래스를 선호하는 편이다. 눈으로 보고 말로 들었을 때의 자세와 실제 선생님이 잡아주시는 자세는 분명히 차이가 난다.





매트 위엔 블록과 요가 벨트가 준비되어 있었다.




원래 90분 클래스 중 10분 정도는 밖에 앉아 명상을 하는 커리큘럼이었지만 (내심 기대했던 짠내 명상)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명상은 실내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명상의 시작.

선생님의 멘트에 맞춰 오롯이 나와 내 몸에 집중하는 시간.






하지만 명상에 집중할 수 없었다.

예상치 못한 영어 듣기 평가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breath... hold... inhale, exhale, belly.

내가 알아들은 것은 이 정도.

명상 멘트가 이렇게 길 줄이야.

기본적인 단어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명상은 무릇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멘트를 듣는 것이 생명.

온몸의 신경들이 모두 청각으로 파견근무 나갔다.







아... 요가의 신이시여...

제주도까지 와서 듣기 평가를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선생님 멘트 한 번에 눈알을 힐끔.

그 어느 때보다 바빴던 동공. can you feel ma eyeball?










명상은 약 15분간 지속되었다.









Seonsaengnim. Deoisangeun haljulmolayo.










명상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요가가 시작되면서 기본적으로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들이 나왔고 듣기 평가난이도는 갈수록 쉬워졌다.

bend your leg...

pull down

take deep breath~






하. 지. 만

빈야사 요가는 시간이 갈수록 난이도가 올라가는 운동. 동작과 동작이 쉼 없이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듣기 평가가 쉬워질수록 신체적인 고난은 더해갔다.




게다가 요가 수업이 진행되는 3층은 전면 통유리로 되어있어 햇살이 온전히 쏟아지는 형국.

날이 추워 긴팔 요가복을 입고 왔는데 햇빛을 받으며 요가를 하려니 땀이 나고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아주 오래전, 내가 어렸던 시절만 하더라도 골목엔 메리야스 차림의 아저씨들이 더위를 피해 시원한 곳을 찾아 동네를 활보하곤 했다.





그 시절 아저씨들의 상의 노출이 조금은 이해가 갔다.

에어컨이 흔하지 않던 시절, 더위 앞에 체면이 무슨 소용.






옷을 벗어 말어, 벗으면 어디까지 벗어야 하나 고민의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갔다.

inner peace는 저 멀리





결국 화딱지를 이기지 못하고 상의를 벗... 지는 못하고 크롭탑으로 만들어 버렸다.

뱃살 공개.



다들 요가하느라 바빠서 내 뱃살엔 관심 없을 거야.

라 자기 암시를 하지만 중간중간 신경이 쓰였던 것은 어쩔 수 없었다.










90분 간의 요가가 끝났다.




바다를 보면서 한 빈야사 요가.


가끔씩 바다가 요르단 강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쉼 없이 알차게 한만큼 뿌듯함도 컸다.

여행지에서 요가를 하다니.









특별한 경험이 하나 더 추가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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