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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나 Oct 18. 2024

가을기도



  봄이면 개두릅 (또는 엄나무) 나무의 가시가 날을 세우면서 잎들을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봄은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시돋힌 자태로 인간을 거부하려 하지만, 어떻게서든 인간은 연한 순을 따곤 합니다.

  봄에 사람들의 손길에 희생당한 나무와 풀들에게 심심한 사의를 표합니다. 우리의 일용양식되어준 고마운 이름들을 불봅니다.


  "냉이,민들레,고들빼기,달래,취나물,곰취,나물취,키다리나물,원추리나물,잔대,방풍나물,병풍나물,누리대, 고사리,돌나물,미나리,질경이,엉겅퀴,곤드레나물......"

  "개두릅,참두릅,다래순,화살나무순,참옻순,땅두릅,...."

  

어린 잎과 순들의 수난이었습니다. 사람들의 욕심만은 아니겠지요? 적절한 생육 환경이 제공되어졌기를 희망해 봅니다. 그 와중에 남보다 일찍 잎을 펼친 놈들만 가을을 봅니다. 그리 화려하지도 않은 가을 자태를 보여주기 위해 몸부림친 것은 아닐텐데 그리하여 살아남아 가을을 봅니다. 처가 산비에 자리잡은 개두릅 나무에도 잎이 몇 장 남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잎을 펼치는 바람에 이 순간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맛과 영양이 풍부함에도 '개'를 붙이다니 억울한 나무입니다. 참릅과 비교되네요.


  인간은 대놓고 비교하기를 즐기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허물을 비교하면 화를 내면서 다른 사람들을 비교하는 것에는 진심입니다. 이제부터 살아남은 개두릅 잎의 위용을 감상하면서 내면의 자신을 비교해 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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