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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지 않지만, 살고는 싶어 2

by 유 정

요즘 들어 '자기 계발'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많은 생각이 든다. 스스로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은 분명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 과정에서 우리가 너무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특히 '미라클 모닝'이라는 개념이 많은 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아침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하라는 이 권고는 누군가에게는 좋은 동기가 되었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또 하나의 압박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살아갈 필요는 없다. 어떤 이에게는 여유롭게 시작하는 느린 아침이, 또 다른 이에게는 밤늦게까지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더 잘 맞을 수 있다. 중요한 건 타인의 기준이 아니라 나만의 방식을 찾는 것이다. 자기 계발이 자기 학대로 이어지는 순간, 우리는 그 과정에서 행복과 여유를 잃게 된다.


20대 초반 연애에 막 눈을 뜰 시절에 한 친구를 만났다. 이제 사회생활을 갓 시작했을 무렵이었고, 내 힘으로 돈을 번다는 사실 만으로도 충분한 성취감을 느끼던 때였다. 그러나 그 친구의 시선은 달랐다. 남들보다 하루를 더 빨리 시작해야만 하고, 한 시간이라도 더 늦게 잠에 들어야 하며, 그 당시 통장에 찍혔던 130만 원이라는 작고 소중한 월급의 절반 이상을 노후 자금으로 모으라는 강요 아닌 강요를 들었다. 물론 그 친구의 방법이 틀렸다는 건 아니지만 문제는 모든 시선의 기준이 '남들보다'였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는 효율과 생산성을 중시한다. 한숨 돌릴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 이 흐름 속에서, 우리는 점점 더 우리의 본모습에서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묻고 싶다. 정말 그런 삶이 우리가 원하는 삶인지, 살아야 하는 삶인지. 아니면 그냥 그래야만 한다고 믿어온 것인지.


사회의 시선은 때로 우리가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하게 만든다.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이루고, 더 잘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세상 속에서 나는 가끔 멈춰 서서 내게 묻곤 한다. '이 모든 것이 정말 나를 위한 걸까?'라고. 때로는 우리의 행복이 효율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이 글을 통해 전하고 싶은 건, 자신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에 얽매이기보다, 나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하루가 조금 엉망으로 느껴진다고 해서 그날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스스로를 애틋하게 여긴다. 나는 완벽하지 않은 내 삶을 사랑하려 노력한다. 내 삶의 아픔도, 기쁨도 모두 나를 이루는 조각들이다. 우리는 때로 너무 큰 기대를 품고 스스로를 다그치며 살아간다. 하지만 조금 더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 자신에게,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이 세상은 생각보다 거칠고, 우리는 때로 너무 약해 보인다. 그러나 그런 약함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다. 내 이야기가 당신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글을 쓰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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