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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지 않지만, 살고는 싶어 1

by 유 정

어느 날 거울을 보며 깨달았다. 내 눈에 비친 사람은 항상 조금 피곤해 보였고, 웃음 속에서도 왠지 모를 슬픔이 묻어 있었다. 나는 오랜 시간 우울이라는 이름의 그림자와 함께 살아왔다. 처음엔 그저 지나가는 감기처럼 가벼운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어졌고, 어느새 내 삶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우울은 종종 조용히 찾아온다. 처음에는 단순한 피로감이나 무기력으로 시작된다. 그것은 점점 내 몸과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며, 사소한 일상조차 감당하기 힘들게 만든다. 아침에 눈을 뜨는 일이 커다란 산을 오르는 것처럼 느껴지고,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은 물먹은 솜을 내 키보다 높은 빨랫줄에 너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사람들과의 대화는 벽 너머에서 들리는 소음처럼 멀게만 느껴지고, 온 세상이 나를 비난하는 듯한 착각 속에 갇힌다. 나는 스스로를 한없이 작고 쓸모없는 존재로 여겼다.


불안은 우울과 짝을 이룬다. 심장은 이유 없이 빠르게 뛰고, 손바닥은 땀으로 흥건히 젖는다. 머릿속은 끊임없이 돌아가는 생각들로 가득 차 멈출 줄 모른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무언가를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질문이 쉼 없이 떠올랐다. 불안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쫓아다니며, 내가 무엇을 하든 모든 것을 '틀렸다' 느끼게 했다.


그럼에도 나는 내 안에서 빛나는 것들을 찾아내고 싶었다. 매일이 쉽지는 않았다. 나를 위한 따뜻한 차 한 잔,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 책 속에서 만난 한 문장. 그런 소소한 순간들이 나를 붙잡아 주었다. 비록 하루하루가 버거웠지만, 나는 그 속에서 살아야 할 이유를 만들어 가야만 했다.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은 나만의 것이었고, 그것들을 천천히 받아들였다.


나는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란다. 세상에는 상처받고 살아가는 이들이 너무나도 많기에. 각자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하며 하루를 견뎌내는 사람들. 나 역시 그런 이들 중 하나였고, 지금도 여전히 그 과정을 지나고 있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상처 속에서도 온전한 희망의 조각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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