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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가 되어서야

혼자서도 괜찮아? 혼자라서 괜찮아!

by 유 정 Jan 02. 2025

 

 모든 것이 뒤늦은 것처럼 느껴졌다. 30대에 접어든 나는 이미 제 몫의 기회를 다 써버린 사람처럼 보였다. 안정적인 직장, 꾸준히 올라가는 월급, 고정된 루틴ㅡ 언뜻 보기에 완벽해 보이는 삶이지만, 나는 어느 날 문득 모든 것이 너무 빡빡하게 느껴졌다. 삶은 흐르지 않았고, 마치 정지된 화면 속의 주인공처럼 갇혀 있었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직장을 다니던 어느 날, 사무실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순간적인 충동에 사로잡혔다.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나는 없는 휴가를 긁어모아 일주일 치의 휴가를 내고 기차표를 끊었다. 도착지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나의 고향 부산. 떠나온 시간이 길어 어느 순간 낯설어진 곳이었지만, 여전히 따뜻한 바람과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온전히 나만의 리듬으로 흘러가기를 원했다. 아침이면 작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낮에는 시장을 걸으며 잡동사니를 구경했다. 저녁이면 수평선 위로 어스름히 퍼지는 일몰을 바라보며 하루를 정리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내 안에 자리 잡은 공허함은 점점 더 선명한 빛깔을 띠기 시작했다. 따스한 바람이 스쳐가도,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거리에서도, 그 공허함은 마치 해가 지고 난 뒤에도 나를 놓지 않는 긴 그림자처럼 내 곁에 머물렀다.


 하지만 혼자가 된다는 것은 외롭지만 자유롭다는 뜻이기도 했다. 나는 점차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는 법을 배웠다. 도시의 북적임을 벗어나 고요한 산길을 걸으며 나 자신과 대화하는 법을 익혔다. 어색하고 불편한 모습을 마주하자 내 안에 숨어 있던 감정들이 하나둘 얼굴을 내밀었다. 두려움, 기대, 후회, 희망 그 모든 것들이 뒤섞여 있었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나는 그동안 적어둔 작은 메모들을 펼쳐보았다. "혼자서도 괜찮다. 아니, 혼자이기에 더 강해질 수 있다."라는 문장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내가 이 여행에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었다. 누구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를 지탱할 수 있는 삶 말이다.


 홀로서기를 배우는 과정은 완결된 여정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었다. 발걸음은 여전히 서툴렀고 느렸지만, 그 자체가 더 이상 나를 주저하게 만들지 않았다. 스스로를 지탱할 수 있다는 확신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 삶의 가장 큰 자산이 되었고, 앞으로 닥칠 어떤 도전에도 흔들리지 않을 힘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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