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로 빽빽하게 들어찬 지하철 안에서 유일하게 내 머리를 덮어 얼굴을 가려준 모자 하나만 믿은 채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도대체 왜 눈물이 펑펑 쏟아졌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그때의 삶이 지독하게 힘들었으리라. 옮기는 걸음 한 걸음에 '나는 무엇도 될 수 없어' 두 걸음에 '나는 왜 이렇게 못났을까' 세 걸음엔 차마 나를 미워할 수 없어 결국 걸음을 멈췄다.
여태 살아오면서 '안정'이라는 단어에 집착했던 이유는,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정'이라는 단어를 원했던 건, 스스로의 가치를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일상은 단조롭지만, 그 안에서 내가 모르는 가능성과 성장의 흔적이 숨어 있었다. 그걸 찾는 건 나의 몫이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고독감은 심해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심해가 어떤 곳인지 알 수 있게끔 해 준다. 가끔 고독 속에서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일이 필요하다. 그 고독은 나를 혼자라고 느끼게 할 테지만, 동시에 내 안의 빛을 찾게 하는 시간이 된다. 무겁고 어두운 감정도 결국 나를 채우는 요소임을 깨닫는다.
지하철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은 어제의 나와 같으면서도 다르다. 무엇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나아갈 용기를 잃지 않는 것. 멈추었던 걸음을 다시 뗄 때마다, 조금만 더 단단해지자고 다짐했다.
삶은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여정이다. 어둠 속에서도 빛을 찾아내는 과정이 곧 성장이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속도로 걷고 있다. 도달해야 할 목적지가 아니라, 걸어가는 과정 그 자체가 삶의 의미를 만들어간다. 흔들리더라도 괜찮다. 그 안에서 스스로를 발견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