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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좋아하세요?

by 유 정 Jan 11. 2025

  강원도의 겨울은 언제나 나에게 특별하다. 겨울이 되면 이 지역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면서도 신비롭다. 한낮의 흐린 햇빛 아래 눈송이가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세상이 천천히 숨을 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나는 눈 내리는 대관령을 좋아한다. 그 흩날림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마음을 어루만지는 한 편의 시 같다. 눈송이가 조용히 내려앉는 순간, 그것은 곧 시간의 흐름이자 계절의 숨결이다.


 겨울바람은 항상 차갑게 불어온다. 그 바람을 맞대고 있으면 가슴속에 몽글몽글 따스한 불빛이 피어난 기분이 든다. 그 감정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고요함과 설렘의 혼합체다. 바람에 실려오는 겨울의 냄새를 맡으며 걷는 길은 마치 꿈속을 걷는 것처럼 비현실적이지만, 동시에 내 삶의 일부로 느껴진다.


 어느 날, 대관령의 오래된 숲길을 따라 걸었다. 숲길 위로 소복이 쌓인 눈과 그 아래 드문드문 드러난 낙엽이 작은 풍경화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발걸음을 멈추고 그 풍경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했다. 인생도 이와 같지 않을까. 화려한 순간도 있고 소박한 순간도 있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이 함께 어우러져 우리 삶을 완성시키는 것이 아닐까 하고.


 대관령의 밤은 낮과 또 다른 매력을 지닌다. 조용히 어둠이 깔리면 가로등 불빛에 눈이 반사되어 땅 위에 반짝거리는 윤슬이 된다. 그 풍경 속에서 나는 하루의 끝에 찾아오는 작은 안식을 느낀다. 이 순간은 사소하지만 내 마음을 채우기에 충분하고, 구들장에 군불을 때우듯 안쪽에서부터 서서히 따스함이 차오른다.


 나는 다시 대관령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곳에서 느꼈던 겨울날의 모든 기억들을 품는다. 눈송이 흩날림과 시린 바람,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난 불빛의 조각들. 내가 살아가면서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조각들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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