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한 페이지] 읽고, 쓰고, 사색하는 서가일상
오후 2시 10분.
눈물을 펑펑 쏟았다.
오전에 '청정산나물'에서 보내는 우체국 택배 알람을 받았다. 며칠 전 쌈채소를 주문했다는 남편 말이 생각났다.
좀 늦는다더니 생각보다 빨리 왔다고. 저녁은 쌈 먹으면 되겠다 싶었다.
외출을 위해 현관문을 여는데 작은 상자가 보였다. 쌈채소치곤 너무 작은 크기였다.
'이게 뭐지?'
보내는 곳: 강원 산삼 재배자 연합회
상자 라벨을 보는 순간 일 때문에 강원도에 가 계신 아빠가 생각났다.
"아빠~ 식사는 하셨어요?"
"어 어~ 먹었어"
"아빠, 혹시 저희 집에 산삼 보내셨어요?"
"응. 장뇌삼인데 가족수만큼 보냈으니 잘 씻어서 뿌리까지 꼭꼭 씹어먹어. 애들은 꿀 찍어 주거나, 못 먹겠다고 하면 작게 잘라 요플레랑 섞어서 줘"
"정작, 건강 챙겨야 하는 건 아빤데 무슨 삼을 보내셨대요(훅 올라오는 울컥함을 힘겹게 가라앉히며)
네. 아빠 잘 먹을게요~ 식사 잘 챙겨드시고요."
날 더워지면 기력 떨어진다며 미리 먹어둬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으셨다.
결혼해서 지금껏 당연한 듯 자식에게 받기만 하는 시댁 생각에 분하고 화가 치솟았다. 매번 퍼주기만 하는 부모님 생각하니 고맙고, 죄송스럽고, 속상했다. 주르륵. 뜨거운 뺨 위로 흐르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최근 아이유, 박보검 주연의 <폭싹 속았어요>가 화제다. 애순과 금명은 모녀 관계로 배우 문소리가 엄마, 아이유가 딸이다.
금명의 결혼을 위해 상견례를 치르는 날.
딸 가진 엄마는 시부모님께 행여 자식 밑 보일까 전전긍긍하고, 아들 가진 엄마는 차갑고 날 선 소리를 해댄다. 시댁이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데, 딸 가진 엄마의 마음과 말에 감정이입이 됐다. 극 중 애순 엄마를 볼 때마다 엄마 생각이 난다.
아이 셋 키우느라 돈 많이 들어간다고 쌀사서 보내주시고, 계절마다 김치에 반찬 해주시는 엄마. 날 더워지면 기력 떨어지는 건 젊은 우리 보다 아빠일 텐데 장뇌삼 보내는 아버지.
두 분께 고마워서, 죄송해서, 속상해서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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