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에서 미니멀라이프는 인기가 없다. 광고에 현혹되지 않고, 자기 주관을 가지며,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쉽게 영향을 받지 않고, 결론적으로 돈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해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미니멀라이프라는 것이 일절 아끼고 돈 써야 할 곳에도 쓰지 않는 구두쇠들의 생활인 것처럼 여긴다. 혹은 인간관계가 단절되어 사회생활을 잘하지 못하는 것처럼 받아들이기도 한다. 오히려 미니멀라이프 스타일이라는 것이 유행처럼 퍼져서 미니멀한 디자인의 상품들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인기 없는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다
매일 새로운 생산품이 나오고 다채롭게 변하는 세상에서 뜬구름 잡는 것처럼 보이는 이 인기 없는 미니멀라이프를 나는 지향한다. 남들보다 내가 더 많이 가져야 하고, 더 빨리 손에 얻어야 하는 마음을 멀리한다. 있어도 좋겠지만 없으면 그만이라는 마음이다. 오히려 너무 많으면 부담스럽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 눈에는 답답해 보이고, 가난해 보이고, 사회에 부적응한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한때는 무*양품 스타일의 바구니라든지 새하얀 가구, 정리용품 등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나는 잘못된 미니멀의 예라고 생각한다. 멀쩡한 제품을 모두 버리고 새로 싹 장만하는 미니멀은 부자들이나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글도 읽은 적이 있다. 미니멀 감성의 물건을 새로 장만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선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줄여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멀쩡한 것을 버릴 수는 없지
나 역시 미니멀 디자인이 반가웠다. 꽃무늬나 현란한 원색, 유광은 내 취향이 아니다. 화이트, 베이지, 그레이 등 색이 진하지 않고 디자인도 무늬 없는 심플한 것이 좋다. 하지만 멀쩡한 가구와 가전을 바꿀 수는 없다. 냉장고가 고장 나자 수차례 수리 후 수리기사에게서 사망선고를 받은 후에야 내 취향의 냉장고로 바꿀 수 있었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엄마가 사라고 해서 산 냄비세트, 소음이 크고 김치 보관칸에 계속 살얼음이 얼지만 그럭저럭 음료를 보관하기에 적당한 김치냉장고, 나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TV와 소파 등등 처분하고 싶지만 처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나는 눈에 거슬리지만 아직 쓰이고 있는 물건들을 쓰임을 다할 때까지 잘 쓸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비우고 새것을 다시 구매하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미니멀 정신에 어긋난다. 그래서 나의 미니멀은 새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기가 없다.
내 주변을 둘러보아도 그렇다. 나의 가족들 중에 나만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한다. 가족의 범위를 넓혀 보아도 엄마를 제외하고는 다들 맥시멀하다. 친구, 주변 지인들도 다 마찬가지다. 소비한 것에 대해 들으면 깜짝 놀랄 정도로 물건을 많이 산다. 집을 방문할 일이 생겨서 가 보면 집안에 물건들이 정말 많다.
돈을 쓰면 도파민이 나와 즐거운 기분이 든다. 나도 신상품이 나올 때마다 감탄하고 사고 싶다는 충동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욕망은 끝이 없다. 하나를 산다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 오늘 옷을 한 벌 샀다면 내일 화장품을 살 수 있고, 새로 나온 로봇청소기도 사고, 키링도 사고, 사고, 사도 끝이 없다. 물건을 사야 이런 재미를 느끼는데 사고 싶은 것을 사지 말라고 하니 미니멀라이프는 재미가 없다(나는 재밌지만).
비주류가 되어도 좋다
진작부터 지구에는 미니멀라이프가 필수였을지도 모른다. 환경을 생각하면 미니멀라이프가 너무도 획기적인 방안인데 소비의 시대에는 매일 발전이 이루어지고 쓰레기가 발생한다. 적게 사고 적게 사용하는 삶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만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구가 조금이라도 덜 아프도록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하여 이 인기 없는 미니멀라이프는 참 좋은 대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돈을 쓰지 말자는 생각부터 하지 말고 그냥 많은 것을 내려놓는 것이 좋다. 소비와 물질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당장 내 삶에 대해 더 들여다보면 답이 나온다. 옷장에 있는 수많은 옷 중에 내가 자주 입는 옷은 몇 벌 되지 않을 것이다. 신발장에 신발은 또 얼마나 많은가. 화장품도 사용 기한이 다 지난 제품과 한 번 쓰고 처박아 놓은 제품들이 수두룩할 것이다. 나는 대중들에게 꾸밈을 보여줘야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그런 곳에 돈을 아낌없이 쓸 만큼의 경제적 여유도 없다.
남들 눈을 의식하지 말고 비주류인 미니멀라이프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쪼잔하게 돈을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만 돈을 쓰겠다. 남들보다 오히려 기증과 나눔을 많이 하고 있다. 소비를 많이 하지 않아 돈은 모이고 주변은 깨끗하게 정돈된다. 나에게 미니멀라이프는 가장 재미있고 행복한 삶의 방식이다. 앞으로도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미니멀라이프를 즐길 것이다. 비주류가 되어도 아무 상관없다. 내 삶의 주인은 나이고 내 인생의 모든 면에서 미니멀라이프가 제1순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