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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물질적인 소비를 하지 않더라도

by 이재이



물질에 집착을 버리는 삶을 살고 싶다. 물건을 당장 구매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일이 아니다. 눈앞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것에만 만족을 느끼지도 않고 남들에게 보여 주어야만 하는 과시용 물건이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나는 욕심이 나는 것들이 있다. 좋은 글을 많이 읽고 싶어서 도서관에서 희망도서를 신청하고 예약을 통해 읽고 싶은 책을 읽기도 한다. 명품을 가진 사람보다 근육이 많고 건강한 체질인 사람들이 훨씬 부럽다. 소유하고 있는 소지품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만으로도 우아한 분위기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물건을 사는 대신에 경험을 하는 것에 의미를 둔다. 물질적인 소비보다 여러 가지 체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더 선호한다. 여행이나 미술관, 박물관 등의 문화체험은 소중한 경험이 된다. 입장료를 지불하고 교통비 등의 비용이 발생하지만 경험을 위한 소비는 아깝지 않다. 어느 지역의 역사나 전통, 특성을 배우고 경험해 보는 것, 그냥 걸으면서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새롭다. 근사한 여행지도 좋지만 집 앞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어떤 경험이든 사람마다 느끼는 바는 다르다. 한 번 가본 장소도 갈 때마다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물질적인 소비를 하면 호르몬이 분출되면서 순간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며칠 동안 고대했던 택배상자를 뜯는 순간 흥미가 떨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일시적인 만족감 대신에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경험을 한다면 행복한 감정이 오래도록 남아 삶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물건은 오래 쓰면 고장 나고 닳아 없어진다. 기억에 오래 남는 경험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그 가치가 올라갈 수도 있다. 나는 한동안 매일 새벽 일어나 글을 썼다. 어떤 날은 피곤하고 귀찮은 날들도 있었다. 하지만 꾸준히 글을 쓰면서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고 저장한 글들을 모아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브런치 작가가 된 그 순간의 행복을 잊을 수 없다. 내가 도전했던 일에 대한 성취감과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은 내가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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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선물했던 미니멀리즘에 관한 책이 있다. 책 선물은 성향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엄마가 한창 미니멀리즘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읽어본 뒤 매우 만족한 책이었기에 오래 두고 읽으시라는 뜻에서 선물했고 여러 차례 읽으면서 만족하는 모습을 보니 의미 있는 소비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돈을 제일 좋아하실 것 같지만 이렇게 가끔은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소비로 뿌듯함을 느낀다.




꼭 물질적인 소비가 아니더라도 기억에 오래 남고 시간이 지날수록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경험적인 소비를 하는 것에 만족한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온전히 나의 감정과 가치에 따라 의미가 전혀 달라지기 때문에 눈치를 보거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내가 중심이 되고 내면의 만족을 위한 소비를 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나에게 집중하기 위해서는 물질, 겉보기, 비교에서 자유로워지고 내면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 살고자 한다. 돈이 많이 들거나 적게 드는 문제가 아니다. 의미 있는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내면에 더 귀 기울이는 태도를 기를 것이다.




사람의 심리는 참 신기하다. 마음이 허전할 때 채우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마음이 허전하다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올 수도 있고 순전히 자기만족 때문일 수도 있다. 배가 고파 허기가 지듯이 마음이 허전하여 무언가로 채우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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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일을 그만두고 너무 심란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다는 좌절감과 힘든 경제상황이 나를 불안하게 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기에 우울한 상태로 인터넷쇼핑을 자주 했다. 비싼 물건을 사지는 않았지만 자잘한 물건들이 집에 넘치도록 쌓였다. 그때쯤 미니멀리즘을 알게 되었다.




나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집안을 둘러보니 참담했다. 집안 가득한 물건들이 나에게 주는 안정감은 없었다. 필요 없는 물건들을 버리고, 나눔 하고, 기증했다.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물건을 가득 쌓아 두었을 때보다 비우고 나눌 때 느껴지는 행복감이 더 컸다.




물건들이 나에게 주는 것은 찰나의 위안이었을 것이다. 그 물건들이 나에게 안정감을 주고 나를 보호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나중에는 쌓인 물건이 처치곤란이 되어 나를 압박한다.




꼭 필요한 물건만이 나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 내가 아끼는 물건이든 쓰임이 다양한 물건이든 상관없다. 불필요한 물건들에 집착을 버리니 나에게는 더 큰 평온함이 찾아왔다. 꼭 물질적인 소비를 하지 않더라도 건강과 취미, 행복한 인간관계, 깨끗한 집과 일상의 소중함이 나의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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