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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semirostory Sep 02. 2024

온새미로의 여행이야기 2 ㅡ시애틀

할머니의 다듬이 소리

미서부 시애틀에서 한국으로 가는 하늘에 떠있다. 강렬한 태양빛이 작은 창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비행기 창문을 가만히 열고 내려다보았다. 언제든 뛰어내려도  괜찮을 것만 같은 양털이불이 비행기 아래  드넓게 깔려있다.  저 구름 아래 지상에서는 눈보라가 치고 비바람이 부는 겨울이 있고   태양이 모든 것을 태워버릴 것 같은 뜨거운 여름이 있다. 하지만 이곳 비행기가 다니는 길은 한없이 평화롭고 고요한 것이 마치 천국과도 같다. 동시에 마치 먼 옛날 어렸을 적 외할머니의 대청마루에서 두드리던 다듬이 방망이 소리가 들리는듯하다. 하얀 이불에 빳빳하게 풀을 먹여 다듬이 돌에 올려놓고 할머니는 마치 장인처럼 청아한 소리로 다듬이돌에 방망이를 두드렸다.  아주 능숙하게 어떤 음악보다 멋진 소리로 온 집안을 메우셨다. 나는 그 청아한 소리가 참 좋았다. 다듬이질하던 이불 위에 목화솜을 한껏 펼쳐놓으시고 한 땀 한 땀 손으로 이불을  꿰매셨다. 그날 밤은 보송보송한 이불에 얼굴을 파묻고 행복하게 잠이 들곤 했다. 어린 시절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지만 그때는 고마움을 미처 알지 못했다. 일찍 돌아가신 할머니가 유난히도 그리워지는 날이다. 미국의 생활은  참으로 변화가 느리다. 인터넷도 LTE를 좋아하는 한국과 달리 느린 인터넷으로 답답함을 느낀다. 여전히 예전 모습 그대로인 듯하여 처음에는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한국의 빠르고 바쁜 문화에 익숙한 나도 점점 그곳에 생활 리듬에 맞추어지고 있었다. 천천히 오래 생각하고 그리고 느리게 느리게... 나의 어린 시절을 행복한 기억으로 채워주신 할머니를 생각하면 지금도 다듬이 방망이의 청아한 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온다.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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