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류하면서의과학 외과 전문의 과정을 마친 후 귀국했으며, 이 땅을 밝은 후부터 한순간도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어떤것인지 분명한 본보기를 보여 주었다.
그는 고향을 떠났을 때보다 더욱 세련되었으며, 자제력도 더 강해져 있었다.
그의세대 중에 의학 분야에 있어서 그보다 더 자세하게 많이 아는 사람은 없었다. 또한 당시 유행하던 음악에 맞추어 그 누구보다도 춤을 잘 추었으며, 즉석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솜씨 역시 그를 따라올 사람이 없었다. 그의 개인적인 매력과그의 집안이 소유한 확실한 재산에 매료된 상류 계급의 아가씨들은 비밀리에 제비 뽑기를 해서 누가 그와 함께 어울릴지를
정했고, 그 역시 그런 아가씨들과 어울리면서 즐겁게 보냈다.
그렇지만 그는 품위를 유지하면서 누구의 손도 닿지 않는 매혹적인 존재로 남아 있었다.
그런 그가 서민적인 매력에 저항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말았던 것이다. 그는 그 사랑을 임상적 실수의 산물이라고 즐겨 말하곤 했다.
스스로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웠다.
특히 두 번 이상 생각할 필요도 없이 이 세상에 그 도시와 같은 곳은 없다고 걸핏하면 말하면서, 자신의 모든 열정을 그 도시에 쏟고 있던 그토록 중요한 시기에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책 소개
사랑하는 연인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이야기!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장편소설 『콜레라 시대의 사랑』. 사랑의 다양한 뉘앙스를 표현하고, 사랑하는 연인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온갖 문제와 역경을 담아낸 책이다. 이 책은 콜롬비아 카리브해의 어느 이름 없는 마을을 배경으로 식민 시대에서 근대 사회로 넘어가는 19세기말부터 1930년대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작품의 기본 골격을 이루는 것은 사랑하는 여인 페르미나 다사와 함께 있기 위해 51년 9개월 4일을 기다리는 플로렌티노 아리사의 이야기이다.
파리에서 애인과 팔짱을 끼고 산책하다
늦가을 날 화롯가에서는 군밤 냄새가 풍겨오고 우울한 아코디언 소리가 올려 퍼지는 가운데, 옥외 테라스에서 질리지도 않고 계속 키스를 하던 연인들을 보면서 그 황금빛 저녁 보다 더 순수한 행복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곤 했다.
그러나 그는 가슴에 손을 없고서 그런 행복을 4월의 카리브해의 어느 한순간과도 바꾸지 않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가슴의 기억은나쁜 기억을 지우고 좋은 기억만 과장하는 법이며, 이런 착각과 기억력에 우리가 과거의 짐을 견디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엔 그는 아직 어렸다. 그러나 배의 난간에 서서 식민지 냄새를 맡게 하기는 동네의 하얀 돌기와 지붕 위에서 꼼짝하지 않고 앉아있는 매들, 그리고 발코니에 널려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빨래를 다시 보자 , 자신이 얼마나 향수라는 자비로운 함정에 쉽게 빠져 희생되었는지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