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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수 onsoo Dec 31. 2020

[너를 통해 나를] 올해의 00은?

2020 송구영신 이벤트


온수와 물꿈의 <2020 송구영신 이벤트 1>

올해에 유난히 '기억에 남는 물건이나 대상'을 떠올려보고, 관련한 스케치와 글을 나누어 봅니다.



올해의 '음반'
by. 물꿈



<올해의 '앨범'> bernard butler -  people move on (1998)

 https://www.youtube.com/watch?v=gJhduBCDn2c   


올해의 '음반'으로 저는 bernard butler의 'people move on(1998)'을 꼽았습니다.  


20년도 더 지난 앨범을 올해의 음반으로 꼽은 이유는 첫째 2020년에 가장 많이 들은 단어는 'stay'가 아니었을까 싶어서요. 이 앨범에서 싱글로 발매되어 가장 높은 차트 성적을 거뒀던 노래가 바로 'stay'이거든요. 원래 활동적이지 않았던 저이지만 올해의 의도적인 'stay at home'은 여러모로 쉽지 않았다는 느낌인데(덕분에 개인적인 활동 시간을 벌기는 하였지만) 많은 분들이 참 힘이 들었겠다는 생각이 미칩니다.


둘째로 그렇기에 2020년 우리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이 바로 '위로'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초창기 스웨이드의 기타리스트로 더 잘 알려진 버나드 버틀러이지만 그의 첫 솔로 앨범 <피플 뭅 온>은 들어보면 느끼시겠지만

롹킹하기보다는 매우 은은하고 부드럽고 또한 젠틀하거든요(대표적으로 'In Vain'같은 곡을 함께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하늘길이 막힌 지금은 꿈같이 느껴지지만, 처음으로 야간 비행기를 타 도시의 야경을 보고 순간 울컥한 경험이 있어요. 문명과 도시라는 것이 대단한 것인 줄 알았는데, 올려보니 그것들은 단지 작고 약한 인간들이 두려워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되었거든요. 그렇게 서로의 온기를 느끼고자, 그런데도 그렇게 아웅다웅 사는구나... 해당 앨범이 들려주는 사운드의 여림이 반대로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요?


인간은 누군가를, 무언가를 필요로 한다는 진실을 명징하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죠.  

아, 그러고 보니 이 앨범 트랙 중의 하나가 'Not Alone'이라는 사실을 말씀드리지 않았네요.





올해의 '기록'
by. 온수


  

저의 올해의 00은 ‘기록’입니다. 유난히 어려웠던 올해, 불안함이 컸고 무기력해질 때도 많았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하루하루는 괜찮게 만들어지기를 바랬어요. 외부 활동이 최소한으로 줄어든 상황 안에서 전진하는 느낌을 찾으려 ‘기록하기’를 시작했습니다.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써나가는 것을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것처럼 생각했어요. 어떤 날은 답답함에 아이를 재우고 무작정 아무 말이나 노트에 쓰기 시작했는데요. 글의 말미에서 쓰게 된 문장은 ‘울기 전까지는 웃으며 지내기.’였어요.

      

한 해 동안 주부로써의 스킬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부끄럽지만 설거지를 하면서 울었던 날도 있었어요. 위안을 얻어 보려고 창문에 커피를 두고 마시면서 설거지를 했었는데요. 다하고 나서는 그 커피잔이 고마워 그림으로 기록했어요. 아이의 밥을 만들어주고 아이가 밥을 오래 먹는 동안 기다리며 그 밥을 그려보기도 했네요. 치우고 나면 사라지는 일을 기록으로 그려보니 이렇게 그 그림을 글감 삼아 글도 쓰고 있군요. 특별히 예쁘게 꾸미려욕심 없이 그 날 그 날 흔적을 남기듯 쓴 기록이 쌓인 것을 보니 마치 기억을 소환하는 마법책 한 권을 만들어 놓은 기분이 듭니다. 기록된 흔적이 당시의 기억과 공기를 머금고 있는 것이 형태와 관계없이 충분한 기능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기록의 흔적을 남기려 더 노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지금 이 [너를 통해 나를] 프로젝트였어요. 작은 조각조각을 조약 줍듯 모아 엮어 한 달에 한번 에세이를 썼습니다. 개인의 기록을 공개적인 글로 바꾸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해보았던 것 같아요. 매일 살피는 뉴스에 심난하고 무너지는 감정을 기록하는 행위를 통해 환기시키고 다잡았습니다. 무엇보다 소중하고 감사한 건, 혼잣말에 익숙한 제가 지금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과 소통할 수 있었다는 것이네요. 마음 속 깊은 감사를 화면 너머로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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