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내어 말하는 것
변화는 천천히 온다. 그리고 소리가 없다. 반죽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눈을 고정하고 보고 있으면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오면 어느새 달라져 있다. 사람도 그렇다. 언제 변했는지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어느 날 문득, 달라진 것을 알아차린다. 루이도 그랬다. 나는 매주 루이를 만났는데 변화는 갑자기 보였다. 어느 세션에서인가, 들어오는 루이의 걸음이 달라졌다는 것을. 문을 닫는 소리가 달라졌다는 것을.
서른 번째 세션. 루이가 들어와서 자리에 앉더니 연필과 종이를 달라고 했다.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나는 꺼내 주었다. 루이는 오래 앉아서 무언가를 썼다. 나는 보지 않았다. 볼 필요가 없었다. 그 집중이 말하고 있었으니까. 루이가 다 쓰고 나서 종이를 들고 나를 봤다.
"읽어드려도 될까요?"
"물론이요."
루이는 종이를 들고 읽었다. 목소리가 떨렸다. 천천히, 끊겼다가, 다시 이어졌다. 어린 자신에게 쓴 편지였다. 다락방 안에 있던 그 아이에게.
네가 거기서 버텨줘서 고맙다고.
소리를 내지 않은 것이 네 잘못이 아니라고.
그 안에서 혼자 나는 여기 있었다고 생각했던 것을 이제는 소리 내어 말해도 된다고.
그리고 루이가 소리 내어 말했다.
' 나 는 여 기 있 었 다 '
처음으로.
나는 그것을 받아 적었다. 받아 적으면서 눈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오래된 것이 처음으로 소리가 되는 것을 나는 옆에서 보고 있었다. 그것이 얼마나 오래 걸린 것인지를 나는 안다. 다락방 안에서 처음 그 말을 떠올린 날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밤들이 있었는지를. 그 밤들이 이 한 문장 안에 다 들어와 있었다. 세션이 끝나고 루이가 나가면서 말했다.
"오늘 왜 이렇게 후련하죠."
"잘 구워진 빵은 오븐에서 나올 때 소리가 나거든요. 아주 작게. 다 익었다는 신호예요."
"...저 오늘 그 소리 난 거예요?"
"그런 것 같아요."
루이는 종이를 접어서 가방 안에 넣고 나갔다. 나는 그 종이가 어디로 갈지를 한참 생각했다. 서랍 안일 수도, 어느 날 다시 꺼내 읽게 될 수도, 한참 후에 버리게 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괜찮다. 중요한 것은 썼다는 것이다. 말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주 오래, 아주 단단히 닫혀 있던 잼 병이 오늘, 열렸다. 그 안에서 나온 것이 상한 것이 아니라 그냥 오래된 것의 냄새였다는 것을. 루이가 알아버린 것이다.
오래된 잼 병을 열었다.
상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
그냥 오래된 냄새가 났다.
루이는 그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말했다.
'나는 여기 있었다' 고.
처음으로 소리 내어.
기록: 서른 번째 세션
루이가 읽는 동안 나는 받아 적지 않았다. 그냥 들었다. 치료사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루이의 목소리가 떨릴 때, 나도 함께 떨렸다. 그것이 투사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안다. 오래된 것이 처음으로 소리가 되는 것을 옆에서 들을 때 사람은 함께 움직인다. 그것이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 중 하나다.
참고 문헌 · 14
¹⁶ Rogers, C. R. (1961). On becoming a person. Houghton Mifflin.
로저스는 치료사의 진정성(genuineness)이 치료적 관계의 핵심이라고 보았다. 치료사가 내담자의 이야기에 감동받는 것은 전문성의 실패가 아니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공명이다. 다만 치료사는 그 감정의 출처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공감과 투사(projection)를 구분하는 것이 치료사의 자기 인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