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이후의 의욕 상실
첫 보고부터 론칭까지 딱 1년 반이 걸린 프로젝트가 끝이 났다. 프로젝트 기간 동안은 팀원들과 즐겁게, 안 해 본 시도들을 하면서 재밌게 업무를 했었던 시기였음이 분명하다. 오픈된 서비스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 말고는 개인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뤘던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딱 하나, 어쩌면 전부라고 할 수도 있는 실적이 너무도 좋지 못하다. 그렇게 우리 프로젝트 팀은 웃음과 의욕을 잃어가는 중이다. 업과 상품의 특성상 초기의 반응에서 회복하지 못하면 이후 반등하는 케이스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왜 잘 안 됐는지 등에 대한 분석과 시달림은 이미 많이 이뤄졌다.
다만 개인적으로나 프로젝트 팀적으로나 성과에 대한 실망감과 예상과의 큰 괴리감, 업무에서의 즐거움과 결과의 절망 사이의 큰 차이로 인해 푹 가라앉은 기분이 느껴진다.
그렇게 요즘 너무도 일을 하기 싫다. 왜 그럴까? 이 글을 쓰고 나면 좀 나아질까? 그저 시간이 흐르면 좀 나아질까?
1. 기대가 컸던 만큼 큰 실망
프로젝트 팀원들끼리 서비스가 새롭고, 과정이 재밌었던 만큼 성과가 잘 나오고 하반기~연말 이어지는 동안에는 좋은 성과를 바탕으로 즐거운 시기를 보낼 것으로 예상을 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성과에 대한 실망과 회복을 위한 닦달, 그리고 프로젝트 과정에 대한 후려침까지 들으면서 프로젝트 과정 전반의 고생마저도 없었던 일처럼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3자가 보기에는 각자 제 업무를 하는 게 당연한 것이니, 실적이 나쁘면 좋은 소리 못 듣거나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못 듣는 것도 마냥 부당한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장밋빛 결과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어떤 긍정적인 보이스 하나 듣지도 못한다는 것은 큰 실망으로 다가온다.
2. 들어갈 때랑 나올 때 다른 기분
프로젝트를 하면서는 PM을 맡은 선배가 좀 부러웠다. PM은 프로젝트 내부의 여러 이슈에 대한 리포팅을 본인이 가져가고, 또 여러 주요 사안에 대해 리더와 직접 소통하는 롤을 맡기 때문이다. 디테일에 허우적 대는 나로서는 그 역할을 다음 차례에는 꼭 맡으리라 마음을 먹었었다.
그러나 프로젝트 오픈 이후 온갖 실적에 대한 성토가 나오자, 그 대응도 PM의 롤이었다. 옆에서 보기만 해도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만약 PM이 이런 것이라면 안 하는 게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생각을 금세 고쳐먹긴 했다. 잘 되는 일만 기대하면서 일을 할 수는 없고 세상이 그렇게 굴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적절히 업무 역량을 연차에 맞게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일단 업무를 맡으면서 공이든 과든 그 결과를 직접 감수해 나가는 롤을 부딪혀 봐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내년도 사업계획이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롤이 곧 주어질 것 같긴 하다. 이미 일부 시작하기도 했다. 그런데 장밋빛 프로젝트는 아니어서 시작 전부터 좀 힘이 빠지는 상황. 어찌 되었든 잘 완료하고 결과를 만들어내며 팀 내 신뢰를 쌓아가야 하겠지만 왠지 흥미가 떨어진다.
3. 열심히 해서 뭐 할까?
승진 체계가 있는 회사였으면 그래도 승진을 앞두고 경쟁을 하고, 증명을 하기 위해서 긴장을 하게 되는 그런 시기가 있었던 듯하다. 그런데 현재 회사는 직급이 따로 없는 회사이다 보니 이런 부분의 동기부여 기제는 전혀 없다.
그렇다면 스스로의 개인적인 동기부여가 특히 중요한데, 이직 후 3년을 넘은 이 시점에서는 뭘 더 보여주고, 또는 더 보여준다고 뭐가 바뀔까 싶은 기분이 든다. 매너리즘일 테다. 그래도 꾸준히 회사 생활을 하고 가계를 꾸려나갈 수밖에.
또 열심히 하거나 성과가 좋을 경우 외적 보상이라도 크다면 하나의 동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회사는 성과가 뛰어나도, 성과가 못나도 보상에 큰 차이는 없다. 물론 주위 평판이나 본인 역량 계발에는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프로젝트 오픈 이후 내년도 사업계획 작성 시기와 맞물려서, 새 업무에 본격 투입되지 못한 상황이다. 그래서 내가 에너지를 쏟을 무언가가 없는 여유로운 상황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 여유를 만끽하지 못하고, "의욕 상실"이라는 꼬리표를 붙인 상황일 지도 모르겠다.
여유롭게 운영 업무만 쳐내면서 월급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렇게만 지내기에는 남은 시간이 많다. 좋든 싫든 꾸준히 역량을 높여야 회사원으로서 또 개인으로서의 삶의 의미가 더 있게 되고 더 지속 가능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