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첵토크 시즌2 #04. C Program 한성은 러닝펀드 매니저와 함께
책첵토크는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 또는 자료를 보고 대화하는 자리로 해당 주제를 깊이 있게 사고하는 호스트와 함께합니다. 책첵토크 시즌 2 네 번째 시간은 벤처기부펀드 C Program의 한성은 러닝펀드 매니저와 함께 책 <함께 자라기>를 읽었습니다. 리더에게만 요구되는 리더십이 아닌 조직의 모두가 함께 자라기 위한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C Program 한성은 러닝펀드 매니저가 준비한 슬라이드와 대화의 일부를 재구성해 옮겨 적습니다.
*책첵토크 시즌2와 대화를 준비하는 이야기와 앞선 대화를 먼저 읽어보세요.
*대화의 호스트, C Program 한성은 매니저의 글을 함께 읽어보세요.
전사적으로 비즈니스 계획을 수립해서 각 부서별로 할당된 계획을 실행하는 시스템 중심의 워터폴 방법론과 달리 여러 번 테스트하며 피드백을 받아 수정하며 반복하는 유연한 과정을 거치는 것을 애자일 방법론이라고 합니다. 하나의 사이클이 되는 고리가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반복하면서 완성되는 것이죠.
요리를 잘하는 사람은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 하지 않는다.
애자일한 요리사는 중간중간 맛을 보면서 잘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레시피에서 제시하는 양이 있어도 직접 맛을 보면서 간이 적절한지 볼 것이다.
애자일한 셰프라면 중간 테스트를 하고 점검을 할 것이다.
- 동아비즈니스리뷰 264호 <애자일 요리사는 레서피만 보진 않아 원칙-통제보다 '관계'에 핵심 둬야> 중
애자일한 방법은 리더와 팀 모두 훌륭해야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책의 행간에 드러납니다. 방법만을 도입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서 함께 노력해서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애자일이라고요. 하나의 정답이 있느냐, 그런 건 아닙니다. 애자일을 한다고 해서 워터폴이 나쁜 것도 아닙니다. 조직마다, 사람마다 다르죠. 필요에 따라서 적시에 활용해야 합니다. 친절한 시스템과 매뉴얼이 필요한 산업과 단계도 있으니까요. 이 지점을 이해하는 것이 이 책을 이해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러닝펀드를 운영하다 보면 21세기 학습자에게 필요한 역량과 태도로써 리더십이 빠지지 않습니다. 모두가 리더가 되고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모두가 리더로 시작할 수는 없고 리더만 존재하는 건 이상적이지 않아요. 리더십만큼이나 팀원십이 중요합니다. 상사라고 할 수 있는 리더나 보스의 역할은 제때 확인하고 유효한 피드백을 하고, 팀원은 리더로 하여금 유효한 피드백을 할 수 있게끔 하는 게 제 역할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기술적 탁월함만을 갖춘 사람보다는
학습 환경을 만들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 책 <함께 자라기> 175p
조직에는 시스템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팀원보다는 이미 가져야 하는 조직의 기능과 학습환경을 만들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환경을 이루기 위해서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고 심리적으로 안전하다는 감각이 있어야 애자일한 조직의 방법이 가능하고요.
스스로 학습하는 팀원에게 ‘불안하다면 이렇게 해보라, 지루하다면 이렇게 시도해보라.’고 하지만 이런 상태를 파악하는 건 리더의 역량이고 역할이 아닐까요.
한 번도 리더이고 싶지 않았는데 리더가 되어있더라고요. 리더는 원래 외롭고, 조직원의 밥을 챙기는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리더인데 일을 너무 하고 싶었어요. 다른 사람을 일하게 하고 회의를 잘 조직하는 사람이 리더일까요?
통상적으로 관리와 실무자를 구분하는 기준이 될 것 같아요. 특히 개발자 분들이 고민이 많으시더라고요. 개발 만렙이 되어서 CTO가 되었는데 그때부터 개발이 아니라 개발자를 관리하는 일만 해야한다고요. 이야기의 합을 맞추는 사람의 역할이 리더라는 점도 다 맞아요. 상명하복식의 명확한 상하관계에서 우위에 있다기보다 일을 같이 할 때 맨 앞에서 책임지는 사람인 거죠. 똑같이 모두가 책임을 지기는 어려우니까요.
보통 사람들이 애자일이 무엇인지 물으면 조직이나 개인에게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방법을 같이 찾을 것인지를 되묻습니다. 이 책에도 나오지만 애자일이라는 단어를 잊어버려야 할 경우가 많아요. 애자일이라는 단어를 빼고 문제를 혼자가 아닌 함께 해결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요.
보통, 조직에서 애자일을 도입할 때 기존 시스템에서 권한을 가졌던 사람이 내려놓아야 하는 경우가 많고, 일괄적으로 진행되던 프로세스가 무너지면서 어떤 경우에는 도입을 거부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아래에서 의견을 올리는 방식을 적용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오더를 내리고 복종하는 것의 반대가 밑에서 위를 시키는 것도, 모두가 똑같이 의사 결정권을 가지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밑에서 위로 의견을 주면서 피드백을 더하는 것이 핵심인 것 같습니다. 건강한 관계가 기반일 때만 가능하죠.
이 책의 저자 김창준 님의 애자일 테스트를 옆에서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아직도 애자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느껴지는 건 대화하고 생각하는 방식에서 틀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거예요. 누가 정해주는 애자일이 아니라 내가 생각했던 애자일을 찾아가는 과정이 있습니다. 내 애자일이죠. 저마다의 상황에서 애자일이 있고 그게 스탠더드가 되는 순간 시스템이 됩니다. 공부로 학습할 수 없는 암묵적인 영역이죠.
건물에도 암묵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침묵을 위한 공간이 필요한 것처럼 사람들끼리 친밀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 안에 해결책이 있기에 서로를 친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심리적 안정을 바탕으로 다음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지 않고 일을 하면 그 자체가 깨질 수 있죠. 처음 조직에 오는 분들에 대한 섣부른 정의보다는 관찰하면서 새로운 사람이 불편해하는 지점을 봅니다. 느낀 감정을 전하면서 이보다 편한 감정을 느끼기 위한 해결책을 만들죠. 불확실한 상황은 당연하니 같이 해결하는 공동체를 만드는데 집중합니다.
심리적 안전감이란, 내 생각이나 의견, 질문, 걱정, 혹은 실수가 드러났을 때 처벌받거나 놀림받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말합니다.
- 책 <함께 자라기> 168p
불편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건 대화가 아름답게 흘러갈거라는 믿음도 있지만 싸우더라도, 그것이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는 불안감도 없는 것이 심리적 안정감인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을 가지고 충돌하고 격렬하게 싸울 수 있지만 그 이후에 우리의 관계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신뢰가 깔려 있어야 가능한 것이죠.
팀에서 리더가 권한을 내려놓았다고 느낀 순간은 팀원으로부터 날카로운 피드백이 나왔을 때입니다. 이 과정을 지나고 나니 피드백을 신뢰하고 매우 진솔해집니다. 커뮤니케이션을 직구로 날릴 수 있으니 논의가 해결책으로 바로 넘어가더군요. 감정적인 안전선이 높아진 거죠. 애자일의 힘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리더가 권한을 내려놓는 것을 견딘다면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겠다고요.
계약 결과물을 내야 하는 직업이라 카리스마가 없으면 데드라인과 하자 책임을 둔 법정싸움에 놓인 상황에서 스스로 가팔라질 때 팀원들에게 감당할 것을 요구하게 됩니다. 개인에게는 감정이 없지만 일에서 이런 상황이 생길 땐 리더로서 오는 책임에 잘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여유를 가져야지 하면서도 가팔라지는 순간을 피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다음편에는 팀원십에 대해 더 자세히 이야기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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