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리는 세가지 질문 #04. 이원빈(시온)
[온더레코드 x 틴스토리] 는 씨프로그램이 만나 온 청소년들의 이야기입니다. '다음 세대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투자해 오는 동안, 프로젝트에 함께한 친구들의 생각도 함께 자랐습니다. 어떤 순간, 어떤 결정들이 쌓여 의미있는 경험으로 남는지, 청소년들이 어떤 궤도를 그리며 성장하는지, 프로젝트와 상관없이 긴 호흡으로 따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씨프로그램이 지난 3년간 만난 청소년 5500명 중 10명의 청소년에게 6개월 마다 같은 3가지 질문을 던지고 그 대답을 따라가는 긴 여정입니다. 10주 동안 10명의 Teen Story를 전해드립니다.
지난 틴스토리의 주인공 남경(별명 : 양갱)에 이어 오늘의 주인공, 원빈(별명 : 시온)이 다니는 거꾸로 캠퍼스는 여타 ‘프로젝트’와 달리 학교 생활 자체가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는 무학년제 대안 고등학교입니다. 교과목도 시험도 없는 대신 학생들끼리 주제별 맵핑(mapping)을 통해 한 학기동안 어떤 내용을 어떻게 공부할지 같이 계획하고, 관심사를 바탕으로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원빈이는 ‘열정’(Passion)에서 따온 시온이라는 이름으로 거캠에 다닌지 한 학기가 조금 넘었을 때 저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후 한 달 간 몇 차례 더 대화를 하면서 진로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분명해지는 걸 느꼈어요. 시온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Q. 시온이가 말하는 거꾸로 캠퍼스는 어떤 곳이예요?
대안학교와는 조금 다른 실험학교예요.
Q. 실험학교요?
거꾸로 캠퍼스에선 성적 제한 없이 좀 더 다양한 활동을 마음껏 할 수 있거든요.
Q. 왜 실험학교를 선택했어요?
첫 번째는 토론식 수업과 진로에 대한 심도깊은 고민을 할 수 있어서요. 말하는 걸 좋아해서 학교에서 하는 토론식 수업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두 번째는 체육을 좋아해서요. 따로 진로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고등학교 2학년이 되고 보니 대학을 가야겠더라고요. 그러면 가르치는 거 좋아하니까 체육교육학과를 갈까 생각했어요. 근데 너무 막연한 거예요. 그래서 거꾸로 캠퍼스에서 더 많이 경험하면서 진로를 찾자고 결정했어요.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왔어요.
Q. 한 학기 조금 넘게 다녔는데, 두 가지 이유가 충족되고 있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말 자체가 가지는 위화감이 컸어요. 진로가 딱 정해지진 않아도 사회의 분위기이자 학교의 목표인 ‘대학진학’이 있잖아요. 근데 거꾸로 캠퍼스에 오면서 그 목표가 사라졌어요. 대신 대학 외에 생각지 못했던 다양한 방향이 펼쳐졌어요. '내가 뭘 해야 하지? 대학이 아니면 뭘 할 수 있지?' 라는 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오히려 더 막연한 거예요. 결국은 또 대학을 가야할 것 같더라고요.
이런 고민을 국어 선생님한테 말씀드렸더니 선생님께서 “나도 국어 선생님이 될 줄 몰랐다. 살다 보니까 되어 있더라. 너도 뭔가 찾으려고 하지 않아도, 생활하고 있는 것 자체가 진로를 향해 가고 있는 거라고 생각을 한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선생님의 경험이 당시 제게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어요.
Q. 진로를 찾으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어요?
1월에 한 학기를 돌이켜보니 진로랑 관련된 활동을 아무것도 안했더라고요. 흥미부터 찾아야겠다 싶어서 <기사문 분석 프로젝트>를 했어요. 기사문은 제가 원하는 주제를 선정하기 좋아서 흥미와 지식을 같이 채울 수 있어요. 기사문의 맥락을 파악하기 보단 기사문에 나와 있는 키워드 하나하나의 정보를 구체적으로 파보는 거예요. 예를 들어, 만약에 과학 원리가 나와 있으면 ‘아 그렇구나’하면서 읽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그 설명에 포함된 단어 하나하나의 뜻을 파보는 거죠.
2학기 때 모듈수업*하면서 유전자 가위(CRISPR)라는 유전자 조작기술을 배웠어요. 이걸 파다 보니 암세포로 연결됐고 최근에도 기사가 계속 올라오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반대로 저의 흥미로 시작해서 파고 있는 기사에서도 깊이있는 내용으로 교과목과 연결시킬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엔 아이폰 성능 저하에 대한 기사를 파고 있어요. 애플이 이런 상황이 있는데도 주춤하지 않는 이유가 뭔지, 어떻게 아이폰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지 같은 질문까지 연결하고 싶어서요. 그래서 <이익을 디자인하라>나, <아이폰의 성공 비밀> 같은 책을 구매해서 보고 있어요.
*모듈수업 : 주제중심수업으로 한 학기에 두개의 주제로 수업을 진행한다. 하나의 모듈에 하나의 주제를 다루어 교과목을 배운다.
Q. 흥미를 찾는 프로젝트라니, 흥미로운데요. 다 혼자하는 거예요?
프로젝트 구상은 혼자 하더라도 팀으로 같이 하고 싶어서 팀 프로젝트로 기획해요. 혼자 하는 것보다 누구랑 같이 했을 때 제 역량도 올라가고, 팀으로 논의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게 많았어요. 그래서 그 때 친구 두 명이랑 셋이서 진행을 했었어요.
Q. 팀 프로젝트의 장점도 있지만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 어떻게 진행했어요?
확실히 어려운 점이 있더라고요. 저는 흥미를 찾아야 된다는 압박이 있으니까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친구들은 관심사가 다르니 몰입하는 정도와 속도가 다 달랐어요. 아이폰 성능 저하라는 같은 기사를 봐도 각자 다른 부분을 파고 싶어하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가는게 좋을까 아니면 따로 공부하면서 공유를 하는게 좋을까 고민하기도 했죠. 결국, 2가지 방법을 생각했어요.
첫 번째는 뭘 하든 간에 다 같이 찾자. 속도도 방향성도 하나로 딱 통일하자.
두 번째는 각자 원하는 걸 하되 주어진 시간마다 계속 공유를 하자. 만약에 2시간 동안 오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으면 20분하고 10분 공유하고 또 20분하고 10분 공유하는 식으로요.
혼자 고민하면 아무것도 해결되는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팀원들한테 두 가지 방법에 대해 얘기하고 의견을 구했더니 둘 다 한 번씩 시도해보자고 했어요. 여기까지 정하고는 방학 때문에 이어서 진행하진 못했어요.
Q. 방학이라는 장애물에 막히기엔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과정이 아쉬워요.
처음엔 계획이 장황해서 방학을 장애물로 생각하지 못했어요. 근데 방학하고 한 1~2주 지나고 보니 진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그 다음주부터 그냥 학교를 오기 시작했어요. 뭘 안 해도 일단 학교에 가자 싶었어요. 제게 학교는 오고 싶은 공간이에요. 거꾸로 캠퍼스라는 공간이 아지트처럼 편안하거든요. 선생님이 계시든 안 계시든 상관없어요. 제 프로젝트를 하는 거니까요.
Q. 거꾸로 캠퍼스에 오기 전 일반 학교에서 공부할 때도 학교에 오는 걸 좋아했어요?
아니요. 뭐든 반복하는 걸 싫어해서 학교-학원-잠-학교-학원의 루트가 너무 지루했어요. 일주일에 2번 있는 체육 시간만 기다렸어요. 그 때는 학교에 정말 가기 싫었죠. 그렇다고 반항을 했던 건 아니예요. 오히려 선생님들 눈에는 모범생이었어요. 규칙으로 정해져 있는 건 그냥 따르면서 살았거든요. 성적도 어느 정도 나왔어요. 그렇게 생활하다가 거꾸로 캠퍼스에 오게 된거죠.
왜 거꾸로 캠퍼스에는 오고 싶은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집을 나오면 갈 데가 학교 밖에 없기도 하고 기숙사에서 주말을 지내게 되면 그냥 아무 것도 안 해도 학교에 와요. 쉬어도 학교에서 쉬어서 생활이 된 거 같아요.
제게 학교는 오고 싶은 공간이에요.
거꾸로 캠퍼스라는 공간이 아지트처럼 편안하거든요.
선생님이 계시든 안 계시든 상관없어요.
제 프로젝트를 하는 거니까요.
큰 탈없이 흘러가는대로 살다 보니까 특정한 사건이나 결정적 순간같은 건 잘 생각이 안 나요. 신입생 모집 설명회 때 ‘거꾸로 캠퍼스에 오기로 결정하는 게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근데 저는 보는 순간 바로 결정을 했거든요. 진짜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었어요. 한마디로 ‘진짜 마음에 든다’ 이랬어요. 거꾸로 캠퍼스에 대해 고민하는 분께 드리고 싶은 말은 저처럼 자기가 끌리면 바로 오는 거고, 아니다 싶으면 아예 아니예요. 제일 중요한 건 부모님이 아니라 스스로 오고 싶어야 해요.
Q. 거꾸로 캠퍼스에서 한 학기 생활하면서 스스로 가장 많이 바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제가 초반에 의견이 별로 없었어요. 말하는 건 좋아하지만 의견을 생각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는 거예요. 이전 배움장터*때는 '~를 했고 ~를 느꼈다'가 전부였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내용을 연결하고, 주장하고, 그 근거를 말해봤어요. 이렇게 배움장터를 준비해보니 제가 얼마나 논리적으로 말하는 것이 부족한지 알게 됐죠.
*배움장터 : 학생들이 배운 내용을 토대로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교과목과 연결하거나 배운 내용을 정리하기도 한다. 한 학기에 한 번 씩 열린다.
저처럼 자기가 끌리면 바로 오는 거고, 아니다 싶으면 아예 아니예요.
제일 중요한 건 부모님이 아니라 스스로 오고 싶어야 해요.
그냥 제가 원하는 거예요. 결정할 때 다른 사람의 시선은 별로 신경쓰지 않아요. 오히려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길을 가는 게 재미있어요. 거꾸로 캠퍼스를 결정할 땐 초창기 멤버가 되는 것도 멋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가장 큰 이유는 제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죠. 마음 속에 이미 확신이 있었어요.
그 때가 고2 2월 쯤이었던 것 같아요. 형이 거꾸로 캠퍼스에 다니고 있었는데 조금 더 경험해 보고 추천해 주겠다고 했죠. 그리고 한 학기 더 다니고 여름에 전학왔어요. 그렇다고 형의 생각에 따라서 결정한 건 아니예요. 여러 의견 중에 하나죠. 생각하다가 형이 주변에 있으면 형한테 물어보고 의견을 들어보고,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랑 접목해서 다르게 생각해 보기도 하죠. 전 책이나 영화에서도 영향을 별로 안 받는 편인걸요.
Q. 거꾸로 캠퍼스 이외에 스스로 중요한 결정이었다고 느끼는 게 있나요?
사실 ‘중요한’ 결정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제가 선택하지 않으면 경험을 못 하는 거잖아요. 어떤 선택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다 알 수가 없어요. 매 순간순간 내리는 선택을 다 기억을 하고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중요한 결정보단 최근에 한 선택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팀 프로젝트와 다양한 새로운 관점을 얻는 것을 충족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일지 찾아보다가 MTA(Mondragon Team Academy)를 접하고 요즘 눈여겨 보고 있어요. MTA는 몬드라곤 팀 아카데미로 스페인 몬드라곤에서 시작한 팀 프로젝트 기반의 학교예요. 모든 걸 팀으로 수행하죠. 한번 결성된 팀은 졸업할 때까지, 또는 졸업 이후에도 이어져요.
Q. 거꾸로 캠퍼스 이후를 고민하고 있군요.
원래는 대학에 안 가겠다는 생각도 좀 컸어요. 부모님이 계속 대학에 가야된다고 강조하시니까 오히려 반발심이 생겨서 ‘왜 꼭 대학에 가야 되지? 안 가고 자기가 원하는 거 하면 그게 더 좋지 않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MTA를 살펴보면서 자기가 원하는 걸 구체적으로 해볼 수 있는 곳이 대학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만 거꾸로캠퍼스같은 형식의 수업이 이루어졌으면 하죠.
마음 속에서는 ‘꼭 올해 안에 입시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하나?’ 싶다가도, 올해 안에 거꾸로 캠퍼스를 졸업해서 떠난다고 생각하면 ‘그래도 올해 안에 결정을 해야 되지 않을까?’하는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하고 있어요.
‘꼭 올해 안에 입시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하나?'
'그래도 올해 안에 결정을 해야 되지 않을까?’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하고 있어요.
거꾸로 캠퍼스 밖의 친구들이 ‘넌 거기서 뭐 배워?’물으면 순간 말문이 막혀요. 생각해보면 거꾸로 캠퍼스 수업 방식이 좋은 이유는 다양한 경험으로 배우는 게 더 많기 때문이예요. 그래서 무슨 과목을 배운다고 바로 답이 나오기 보단 이야기 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올 때가 더 많아요. 지난 1학기 동안 수많은 것들을 '연결'했어요.
요즘 수업 때 주제맵이라고 흥미있는 관심사를 가운데 두고 거기서부터 관련있는 교과목에 연결해서 뻗어나가는 마인드맵을 그리고 있어요. 한 팀에 6~7명씩 같이 하는데 같은 팀 친구들이 제가 연결을 잘 한다고 칭찬해주더라고요. 시작부터 3주동안 주제맵만 다루고 있는데 굉장히 빡세요. 지난 학기에는 교과목 주제맵을 지금만큼 깊이 다루진 않았어요. 그리고 선생님들이 모듈을 짜기도 했구요. 학생 입장에서는 누가 만들어 준 모듈이다 보니까 연결짓는 것도 어색하고 흥미도 좀 떨어지더라고요. 이번에는 아예 학생들이 교과목 주제 맵을 직접 그리고 모듈도 직접 짜도록 했어요. 재미는 있었는데 힘들었던 3주였어요.
연결 1. 미디어 아트 - 미국 독립혁명
이번에 사최수프* 맛보기에 ‘동전분류기’를 만들기로 했어요. 팀의 주제인 미디어 아트와 동전분류기를 연결해서 기계에 시각적인 효과를 주면 어떨까? 동전 분류기를 모금용으로 쓸 때 좀 더 재밌게 기부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다른 팀은 미국 독립혁명, 시각, 감염, 건강, 인식의 변화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었는데 이것과 엮는 것도 재밌겠더라구요. 예를 들면, 미국 독립혁명 100주년 기념으로 민간 차원에서 ‘자유의 여신상’을 세우는데 돈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좋은지 고민을 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때 퓰리처가 모금으로 그 돈을 마련해줘서 그걸 기념하기 위해서 자유의 여신상 발가락에 퓰리처 이름을 새겨줬대요. 그럼 미국 독립혁명이랑 모금을 연결할 수 있는 거죠.
연결 2. 미디어 아트 - 안구/시각
주제 콘테스트 때 표를 많이 받으려면 다른 팀 주제와의 연결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귀띔해 주셨어요. 저희 팀에서 ‘우리 주제를 해도 너네 주제를 충분히 다룰 수 있다는 걸 인식시켜 주자’는 전략이었죠. 제가 그 연결 부분을 맡았어요. 고민하던 중에 내셔널 지오그래픽 전시회를 다녀왔어요. 콘테스트 하루 전이었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동물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이 전시를 하게 되었다는 설명을 발견했어요. 실제로 전시장에선 미디어를 이용해서 동물 사진들을 좀 더 많이 생동감있게 배치해 두었고요. 돌아와서 미디어 아트로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연결시켰어요.
연결 3. 미디어 아트 - 안구/시각
전시회 도슨트 분이 ‘동물들이 대부분 정면을 보고 찍은 것을 알 수 있다. 동물들의 눈으로 보고 있으면 사람들의 눈과 별 차이가 없다고 느낀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저는 여기에서 모든 동물이 눈은 비슷하게 생겼어도 각각 사는 환경과 경험이 달라서 생기는 관점 차이를 떠올렸어요. 그리고 미국 독립혁명에 대한 사람들의 관점 차이로 연결했어요. 이렇게 하면 안구/시각-미국독립혁명-그리고 미디어아트로 계속 연결해 나갈 수 있어요. 연결 자체를 어렵게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아무래도 교과목이니까 딱딱하게 느끼기도 하죠. 연결하는 게 조금 억지같아도 재미있다면 훨씬 더 효율적이더라고요.
*주제 콘테스트 : 팀별로 선정한 총 6가지 주제 중에 하나를 한 학기 수업 모듈(module)의 주제로 선정한다. 팀별로 발표를 한 다음에 학생들이 투표를 해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팀 주제로 한 모듈을 진행하게 된다.
*사최수프 : '사상최대 수업 프로젝트'의 줄임말로 교과지식뿐만 아니라 찾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가지고 주변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업.
Q. 각자 흥미로운 주제들이 달라서 효율적이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이번에 주제 맵 그리기하면서 효율적인 방법은 정해진 게 아니란 걸 배웠어요. 처음부터 분업으로 주제맵을 그리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이미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까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도 계속 같이 얘기를 하는 거예요. 자기 걸 설명하면 그걸 듣는 상대방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에 연결해서 다시 말해주는 거죠. 어느새 자기 주제에 대해 더 몰입하는 동시에 계속 서로 피드백을 해 주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뭘 하느냐에 따라서 효율적인 방식이 다르구나. 이런 분업 방법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어요.
예전에 다니던 일반 학교에서는 성적을 두고 경쟁하다 보니까 혼자 하는게 많았어요. 각자 공부하면서 팀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죠. 하지만 저는 학업을 제외하면 원래 게임을 하든 놀든 뭘하든 친구랑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거꾸로 캠퍼스의 팀 프로젝트는 제게 정말 잘 맞아요. 나중에 진로를 결정하거나 회사를 창업해도 지금처럼 리더없이 같이 모여 앉아서 이야기하고 의논하는 수평적인 생활을 하고 싶어요.
Q. 프로젝트에서 선생님은 어떤 역할일까요?
이 모든 과정에서 저희 팀 코칭선생님은 전혀 터치를 안 하셨어요. 총 여섯 팀이 있는데, 한 팀당 한 명씩 코치를 맡으세요. 선생님들마다 코치하는 방법이 다 달라요. 저희 팀은 영어 선생님이 담당이었어요. 중간 중간 한 2~3시간에 한 번씩 와서 ‘잘 되가?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하고 그냥 가시는 정도여서 제한이 없었어요. 결과적으로 이번 주제별 콘테스트에서 1등을 해서, 이번 모듈의 주제로 '미디어아트'가 채택되었죠.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나중에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시기를 방학 때 코칭 연수도 받으셨대요.
Q. 왜 시온이에요?
초등학생 때 정한 닉네임이에요. 열정이라는 단어가 영어로 ‘passion’ 이잖아요. 근데 그 때 제가 정확한 발음을 몰라서 ‘패시온’이라고 썼어요. 열정, 의지 이런 뜻이 좋아서 계속 온라인에서 ‘패시온’이라고 써왔는데 거꾸로 캠퍼스에 오니까 닉네임을 두 글자로 지으라고 해서 ‘패’를 떼고 ‘시온’이 됐어요.
Q. 거꾸로 캠퍼스 오기 전에 희망했던 진로는 뭐였어요?
체육 선생님이요.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너무 막연하게 느껴졌어요. 더 많이 경험하고 결정하고 싶어서 거꾸로 캠퍼스로 온거죠.
Q. 지금은요?
지금은 팀코치나 수평적 관계의 창업을 하고 싶어요. 거꾸로 캠퍼스 생활을 하다보니 선생님들마다 코칭하는 방법이 다 다르고 그에 따른 팀의 결과물도 많이 다르더라고요. 그리고 수평적 관계의 창업은 팀으로 하는 활동과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것을 좋아하는 제게 잘 맞을 것 같아요. 역시나 부모님은 저를 지지해 주시지만 새로운 길에 대한 불안함은 가지고 계시더라고요. 이 부분은 앞으로 서로 많이 이야기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이것만은 정말 뛰어나게 잘하고 싶다 하는 거 있어요?
(한참 고민 후) 인생에서 하나 꼽자면 비판적으로 보는 거요. 왜냐면 제가 예전에 선생님 말을 잘 따랐던 것처럼 거꾸로 캠퍼스에 와서도 선생님들이 하는 말씀을 꼭 해야되는 것처럼 인식했어요. 지금은 안 그러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죠. 한 번은 한 과제를 준비하는데 이 선생님은 이렇게 저 선생님은 저렇게 다 다른 요구를 말씀하셔서 너무 혼란스러운 거예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안 되나’ 하는 생각에 힘들어하던 그 때 ‘아, 내가 아직 변하지 못했구나’하고 느꼈었죠.
스스로는 자신을 비판적으로 본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비판적이 아니라 비관적으로 볼 때가 더 많더라구요. 혼자 계속 생각하면 혼자만 더 깊이 들어가게 되는데 막상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생각보다 별거 아닌 거예요. 그러면 말을 하면서도 ‘내가 왜 이렇게까지 생각했었나’ 싶을 때가 있어요. 그래서 스스로 비관적이 되는 대신 진짜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면 어떨까하고 생각해요.
스스로는 자신을 비판적으로 본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비판적이 아니라 비관적으로 볼 때가 더 많더라구요.
주제 별로 교과목 내용을 연결하는 맵핑에서 ‘프로연결러’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두각을 나타내는 시온이.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길에서 본인에게 맞춰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해요. 시온이의 흥미를 탐구하는 여행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과연 6개월 뒤에는 프로젝트가 어디를 향하고 있을지 궁금하네요. 미래에서 기다릴게요.
*거꾸로 캠퍼스가 더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영상 ㅣ 거꾸로캠퍼스_세상에 없던 21세기 학교를 소개합니다 (2017.06)
영상 ㅣ 거꾸로캠퍼스 세상에 없던 21세기 학교를 소개합니다 2 (2017.08)
영상 ㅣ 우리 이제 화해하면 안돼요? 거꾸로캠퍼스 역사수업 (2018.03)
기사 ㅣ 세상을 바꾸는 마법학교의 교육혁신 실험 출발 (한국일보, 2017.03)
기사 ㅣ 모범생보다 세상에 맞설 어벤저스를 키운다 (주간조선, 20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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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최서희. 고등학자 최서희의 삶을 연구하다. 카드뉴스(페이스북) ㅣ 인터뷰(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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