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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THE RECORD Dec 27. 2018

조직을 들여다보는 두 개의 렌즈

실험을 지속하는 힘: 거버넌스와 파이낸스

To. 전략적인 대화를 고민하기 시작한 분들께


실험을 지속하기 위한 기본 체력은 무엇일까요? 조직의 의사 결정 구조를 만들고 숫자를 통해 사업을 해석하는 능력 아닐까요? 거버넌스와 파이낸스는 조직의 어제를 분석하고 오늘을 판단하여 내일을 설계하는 눈과 같습니다. Social Impact Operations의 정호윤 대표님과 진저티 프로젝트의 서현선 대표님과 함께 비영리의 거버넌스와 파이낸스에 대해 구체적인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실험을 지속하기 위해서 법인격을 어떻게 정하면 좋을지, 어떤 숫자를 얼마나 자주 어떻게 보면 좋을지에 대해 투자자 세션과 연계하여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시작하는 거버넌스

거버넌스란 무엇인가요? 왜 우리는 사업을 구상할 때부터 미션을 생각하듯 거버넌스 또한 고민해야 할까요?


서현선 대표: 거버넌스는 우리가 조직을 만든다고 하면 그 조직을 누구와 함께 소통하고 책임을 질 것인지 구조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크게 두 가지로 보자면 우리가 법적 체계 안에서 어디에 속할지 즉, 법인격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와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즉, 이사회를 어떻게 구성하고 의결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종합적으로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식회사는 주주가 최종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구조라면 비영리 조직은 이사회에서 그 역할을 하죠. 따라서 거버넌스를 고민할 때는 우리가 이사회를 만들고 싶은 건지 스스로 주주가 되어 결정을 하고 싶은지, 주무관청을 어디로 했을 때 어떤 돈이 접근 가능한지 등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사회가 중요한 이유는 조직에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 같이 고민하는 단위이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우리 조직에 재무적인 위험이 닥쳤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 평판을 위해 이미지 홍보에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 젠더, 인권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봐줄 수 있는 사람,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같이 고민할 사람이 있는가를 이사회 구성을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사회를 조직할 때는 여러 역량과 다양성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이처럼 거버넌스는 굉장히 중요하고, 이사회는 조직이 상황을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감에 있어서 지속 가능한 솔루션을 주고 함께 책임질 구성원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숫자가 이야기해주는 것들

숫자를 이해한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숫자를 잘 정리하기 위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1단계. 모자를 바꿔 쓰는 일

정호윤 대표: 제일 먼저 강조하고 싶은 '잔소리'는 영리든 비영리든 창업을 하셨다면 경영자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예요. 경영자라는 건 숫자를 내가 만들어내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숫자를 정확하게 보고 무슨 의미인지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통 창업을 하실 때 미션을 유지할 고민은 하지만 식솔을 챙기는 가장이 된다, 경영자가 된다는 생각은 덜하시는 것 같아요. 창업을 하셨으면 ‘경영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2단계. 관리회계의 시작 - 필요한 그릇에 맞게 재정리하는 일

보통 기업을 운영할 때 돈 관리를 시작하시면 외부 업체에 돈을 주고 맡기든 직접 가계부를 적듯 시작하는데 그게 바로 재무제표입니다. 그런데 프로젝트 중심으로 자금을 충당할지, 모금으로 충당할지, 정부나 기업 또는 재단, 투자자로부터 모집할지 고민할 때는 관리 회계의 숫자들을 보셔야 합니다. 전체적으로 우리가 어느 사업에서 많은 자금을 받고 있고, 그 돈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어떤 사업 쪽으로 발전시켜야겠다는 생각을 숫자에 기반해서 꿰뚫고 있어야 합니다. 만약 이런 숫자에 대한 개념이 없으면 어느 쪽에 사람을 많이 배치해야 하는지, 어떤 팀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지, 어떤 자금을 아껴야 하는지, 어떤 돈을 벌어야 하는지 이런 고민들이 자꾸 생겨요.



지금 보시는 화면과 같은 재무 회계, 재무 상태표는 빌려온 돈이 많은지 등을 계산해서 투자를 받기 위해서 우리 회사가 괜찮은 회사라는 것을 외부에 증명하는 이야기를 할 수는 있어요. 이런 것들도 중요하지만 사실 매일매일의 운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예산 관리거든요. 과거의 일을 잘 정리해서 외부 보고용으로 만드는 건 재무제표로 가능하지만 정말 대표님들께 필요한 숫자는 숨어서 안보이니까 필요한 그릇에 맞게 재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3단계. 예산서와 친해지기 - 나만의 전략적인 그릇을 만드는 일

정호윤 대표: 비영리는 정부와 일을 하면서 수십 년간 훈련을 잘 받은 경우가 많아서 예산서를 굉장히 잘 세우세요. 그런데 잘 만들어 두신 후에 정작 실행할 때는 책상에 꽂아 두기만 하시는데 최소한 월별로 예산대로 돈을 쓰고 있는지 잘 보셔야 합니다. 상황이 바뀌면 자주는 못하더라도 최소 상/하반기로 나누어 추경(추가 변경)을 하거나 결산을 하셔야 해요. 


이처럼 월별 모니터링뿐 아니라 장부를 이용해서 숫자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보셔야 하는데 많은 장부를 다 보실 수는 없을 테니 하나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이건 손익계산서를 변형해 프로젝트별로 나눈 문서인데요. 가로축에 있는 것이 우리의 팀, 프로젝트, 사업부, 예산 코드고 세로축은 회계입니다. 여기서 회계 코드와 예산 코드를 헷갈리시면 안 되는데 회계 코드는 교통비 등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코드 이름이고 예산 코드는 우리가 어떤 계획으로 돈을 편성할지를 보여주는 코드예요. 


이렇게 장부를 보시면 손익계산서를 변형한 것이므로 예산 대비 결산이 가능해집니다. 또한 정부가 될지, 재단이 될지 모르지만 프로젝트 별로 예산 그릇을 만들고 관리하면 수지를 볼 수 있어 도움이 되죠. 이처럼 나만의 전략적인 그릇에 숫자를 넣고 모니터링하다 보면 이 지자체가 주는 돈은 매우 유리해 보이지만 막상 집어넣어보면 도움이 안 된다거나 컨설팅을 할수록 돈이 안되다는 것과 같은 의미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 이 모든 것을 놓지 않는 용기

서현선 대표: 대표를 맡을 때 '경영자가 된다'라는 것은 알았지만 막상 숫자를 보려고 해도 내가 모르는 것에 자꾸 노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용기를 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왜냐하면 숫자를 보며 판단을 할 수 있을지 두려움이 먼저 앞서고.. 무엇보다 숫자가 내가 직면해야 하는 중요한 진실을 내포하고 있다는 게 불편했어요. 열심히 일을 했어도 숫자는 그만큼 근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고, 어떤 순간에는 이 숫자를 가지고 내부 사람과 이야기할 때 불편한 상황이 생길 것 같다는 느낌도 있죠. 그래서 숫자에 무지한 나를 직면하는 것 자체가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이고 숫자가 말해주는 것에 대해 소통하고 들여다보는 것 자체도 용기가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지금도 호윤 님이 말씀하시는 것 중에 반 정도밖에 못 알아듣지만, 달라진 점은 "이 숫자가 대체 뭘 말하는 거예요? 우리 지금 뭘 해야 될 것 같아요? 저희가 이 숫자를 어떻게 하면 잘 정리할 수 있을까요?" 같은 질문을 하며 호윤 님 같은 사람들과 친해지고자 하는 용기를 가지는 게 시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모금의 전략

공공성을 가진 일을 하면서 자기 수익만으로 일을 지속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모두 아시잖아요. 그렇다면 전체 운영비에서 필요한 빈칸을 새로운 사업으로 할지, 모금으로 할지 질문을 갖게 되는데요. 두 분께서 모금에 대해 한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서현선 대표: 사실은 숫자나 돈이 한 사람에게 모여 있을 때, 모금이라는 주제가 리더 개인이나 한 팀에게 맡겨져 있을 때 가장 괴로운 상태인 것 같아요. 저도 어떤 순간에 숫자에 대해서 혼자 많이 알고 있던 때가 있었는데 너무 외롭고 힘들고 자책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사실은 모금이든 수익이든 모두의 일이고 우리와 함께 책임을 지고 있는 이사회나 다른 어떤 의미 있는 구성원들이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게 가장 첫 번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모금을 할 때 모든 자원이 귀하지만 보다 신중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비영리나 공공성을 가진 조직이 받게 되는 돈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요. 먼저 공공기관의 돈은 운영비가 책정되어 있지 않고 사업에 필요한 인건비 정도만 책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숫자에 대해서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하면 할수록 운영의 어떤 부분이 구멍 나기가 쉬어요. 혹은 씨프로그램 같은 돈이 있는데 이런 단체와 일할 때는 임팩트 등 다른 요청에 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부자나 협동조합처럼 스스로 돈을 만들어내는 '개인들의 돈'도 존재하는데 이런 경우엔 구성원, 기부자가 요구하는 윤리성 등 분명히 지켜야 하는 코드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어떤 것을 해낼 수 있는지, 어떤 소통이 마음이 편한지, 지금 시점에 우리 조직은 어느 정도를 해낼 수 있는 일인지 이해했을 때 어떤 돈을 추구할 수 있고 받았을 때 책임감 있는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지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엄윤미 대표: 그렇게 돈을 신중하게 받으려면 모금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드렸을 때 받았던 답이 조금 의외였어요. 평소에 관계망을 잘 쌓으라거나, 뉴스레터를 쓰라는 How to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숫자를 꾸준히 보는 조직일수록 모금에 대한 건강한 솔루션을 만들어낸다.’라는 답변을 주셔서 놀랐습니다. 


서현선 대표: 숫자를 보는 것은 마주해야 하는 중요한 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이렇게 하다가는 우리 조직의 건강에 큰 위협이 오겠구나, 월급에 위협이 올 수도 있겠구나 등등을 느끼게 돼요. 최근에는 호윤 님과 우리가 교육을 제공하면 얼마나 원가가 드는지 계산을 하는 세션을 해 보았는데 인건비, 준비비 등을 계산해보고 나니 구성원 모두의 이해도가 높아졌어요. 그래서 숫자를 읽는 활동이 되게 먼 것이 아니라 조직의 현실을 정확히 보고 판단을 내리는 일이고 이걸 계속할 때 조직이 건강해지고 지속 가능해지는구나를 배우고 있어요


모금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조직이 지금 실제로 어느 정도의 숫자가 있는 것인가. 예를 들어서 액수가 굉장히 커 보이지만 목적성을 가지고 있는 돈의 경우 위험성이 될 요소가 있을 수도 있거든요. 돈을 부지런히 계속 봐야 하는 것은 충분한 돈이 있는가, 우리는 돈의 구성에 맞게 일을 하고 있는가, 기한이 있는 돈이 아닌가, 끝나고 나서의 대비가 되어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예요. 모금은 용기와 습관이 필요한데, 이것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하고 싶지 않아 지는 일이라 숫자를 볼 때 모금에 대한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아요. 


정호윤 대표: 아까 보여드린 것처럼 프로젝트별로 관리를 하시면서 어느 쪽 예산들로 우리가 어떻게 간접비를 활용하거나 사업비로 직접 소요할 수 있는지 보고 계시면, 운영재원으로 쓸 수 있는 돈이 이 프로젝트에서 가능할지 아닐지 판단이 됩니다. 때때로 조직 전체의 운영을 고려해서 지원 사업별로 직원을 뽑는다거나 프로젝트 단위가 아닌 다른 비용을 위해 별도의 모금이 필요하겠구나의 이야기도 할 수 있게 되죠. 숫자를 본다는 의미는 숫자로 사업을 해석하실 수 있다는 뜻이에요. 저도 숫자가 싫어서 문과를 갔지만, 자꾸 숫자 이야기를 하는 건 숫자를 보면서 사업의 전체 구조를 읽는 눈을 빨리 가지셨으면 좋겠다는 뜻입니다. 왜 우리는 운영 자원이 없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시기 전에 먼저 숫자를 보고 계시라는 거고 그런 의미에서 모금하시면 좋겠다는 거죠.


엄윤미 대표: 물론 기금들도 많이 바뀌어야겠지만, 반대로 좀 더 유연한 기금을 상대하실 때는 평소에 보고 계시는 숫자에 기반하여 왜 이 숫자가 우리 전략에 필요하고, 너희가 그 역할을 해달라고 전략적인 대화를 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조금 더 해봅니다.  



#나에게 필요한 목소리

대부분 작은 조직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정호윤 대표: 혼자서 다 하시지 말고 나눠서 하셨으면 좋겠어요. 외부와 내부에 파트너가 있잖아요. 외부는 투자자, 기부, 후원하신 분들, 전문가들이 있을 것이고 내부 직원들은 모두 동행할 파트너예요. 처음에 거버넌스 이야기할 때 말씀드린 것처럼 이사회도 정말 조직에 도움이 될 사람들로 구성해서 그분들과 같이 일하고 이야기를 들으면 됩니다.

엄윤미 대표: 제가 메일을 받고 감동을 받은 부분인데요. 호윤 님께서는 창업을 하시기 전에 팀에서 일을 하셨기 때문에 비영리에 미션을 가지고 들어온 우리와 같은 팀원들은 ‘사회로부터 빌려온 자원’으로 생각하고 대표들이 소중하게 자원을 개발해서 사회에 돌려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그런 마음으로 지금 창업을 했다는 말씀을 하셔서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현선님께서는, 진저티에서는 호윤 님을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누시나요?


서현선 대표: 내부 COO 역할을 하던 동료가 올해 초에 떠나면서 호윤 님을 만나게 되었어요. "저를 외부에 있는 파트타임 CFO로 생각해주세요."라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초창기에는 2주에 한 번 정도 만나다가 나중에는 호윤 님의 말을 어느 정도 알아듣고, 일을 처리하게 되면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뵙고 있어요. 결산을 하고 나서 이번 분기에는 인건비는 이만큼 나갔고, 다음 달에는 위험하겠는데요?라는 식으로 숫자를 보면서 같이 집어 주기도 하시고 원가 계산을 못한다고 느끼면 그 다음 주에 바로 원가 계산 워크숍을 잡아서 사업별로 계산하고 논의하기도 합니다. 올해 제가 들었던 제일 큰 격려가 호윤 님이 저의 숫자를 보고 ‘진저티 진짜 열심히 하셨네요.’라는 한마디였거든요. 외부에 계시지만 파이낸스와 관련해서는 상당한 리더십으로 저희와 일하고 계세요.


기본적으로 우리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실제로 어떤 정도의 규모의 돈이 우리에게 있어야 유지될 수 있는지 예측해보려면 원가 계산과 같은 것들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실제로 같이 계산해 보았고, 그 다음 분기에 어떤 일을 어느 정도 해야 한다는 판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정호윤 대표: 첨언을 하자면, 원가를 매기는 이유는 스스로 얼마나 값어치가 있는지 알고 말할 수 있게 되길 바라는 의미예요. "우리가 이 정도 되는데, 그 가격에 해주는 거야." 같은 자신감을 모두가 가지셨으면 합니다.





이미 실험을 시작하신 대표님들께는 ‘이미 알았지만 내가 놓치고 있었던 것’을 알지만 다시 한번 떠올리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라고, 저희가 만나고 있는 실험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는 첫 단추를 잘 끼우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거버넌스와 파이낸스가 여러분의 미션과 임팩트를 실현하는 "실험을 지속할 수 있는 전략적인 힘"이 되길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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