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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르면 되지”

일상의 한마디. 04


 그는 식당 사장님이었다. 유명한 강연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책을 한 권 썼고, 크고 작은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인재였다. 그가 세번째 지점을냈다는 소식을 접했던 날이었다. 새해 인사를 나누면서 올해는 좀 더 편한 사이가 되자며 덕담을 나누었었는데, 오히려 손조차 닿지 않도록 대단한 사람이 되고 있는 듯해 기쁘면서도 서글펐다.


"이제 어느 지점에 가면 볼 수 있을까요~?"


 그에게 살짝 물었다. 어떻게 인연이 되긴 했지만, 내가 일방적인 존경심을 가지고 있는 사이였다. 만나더라도 이야기를 나눌만한 공통분모도 없어 사실 만나러 가겠다는 것 보다는, 나라는 인연도 있었음을 잊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건넨 안부 같은 거였다.  


"나를 부르면 되지~!"


 그는 뭐가 그리 어렵느냐는듯 대답했다. 늘 한번 찾아가겠다며 말뿐인 내가 괴씸할만도 한데, 굳이 내가 아니여도 많은 이들이 찾는 그인데,  자신은 언제, 어디에서든 마주할 준비가 되었으니 너만 마음을 먹으면 된다는, 참으로 그답고 또 사람다운 한마디 앞에 난두 손 두발 다 들고 반성하게 되었다.


 언제 한번 보자거나 밥이나먹자는, 텅텅 빈 말들이 난무한 세상이다.

나 있는곳까지 오거든 그 노력을 가상히 여겨 잠깐 시간을 내보겠다는 위인들도 많아졌다.


그래서 나역시 누군가 안부를 물어오거든

진심없이 의례적인 인사같은거라는 생각에

나 혼자만 그리워하고 반가워하는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

그럴듯한 맺음말을 먼저 찾던 날들이 있었다.


어쩌면 나부터가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상대의 마음을 의심하고

상처받을까 두려워한.


헛짚은거면 또 어때,

소중한 인연 앞에 그까짓 붉어진 두 볼,

뭐가 그리 부끄럽다고.




글 . 이지은 www.facebook.com/12comma

사진 . 김송미 www.facebook.com/songmi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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