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의 선유(仙遊)

"한강의 르네상스나 한강의 기적" 은 한국의 경제적 성장이나 한강 둔치의 정비

그리고 무슨 인공섬의 조성, 유람선 운행 등의 물질적 풍요나 발전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강변에 나와있는 많은 사람들의 활력, 왁짜함, 걷고 달리는 즐거움의 향유가

곧 기적이요, 르네상스 일 것이다.

폭염으로 난리지만, 여름 밤의 한강은 그래도 시원하다. 저 아래 서해바다에서

한강하류, 행주대교를 거쳐 굽이진 한강을 거슬러 팔당으로 올라가는 바람의 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당산역 쯤서 지인들을 만나고 나면, 낮이든 밤이든 나는 늘 토끼굴을 통해 강변으로 나온다.

특별히 소주 한 잔을 했다면 더욱 그렇다.

위로 가면 국회나 샛강 여의도 길이고, 아래로 가면 선유도나 안양천 만나는 염창동 쪽이다.

당산역 4,5,6,7 번 정도의 출구로 나오면 바로

강변 토끼굴을 통해 강변으로 나올 수 있다.

그 사이 골목에 맛집도 많다.

강변으로 나오면 그 르네상스, 사람들의 활력과

웃음을 만날 수 있다.

당산 철교 위로 우르르릉 전철이 지나간다.

어쩌다 양방향의 전철이 만나면 그 길이, 소리,

불빛이 가슴을 뛰게 한다.

마주보고 달리다가 다시 좌,우로 나누어지는

그 짧은 시간.... 사람들은 그렇게 강을 건너간다.

당산역 둔치에서 1km 남짓이면 선유도 들어가는

아치교를 만난다.

仙遊島

신선이 노니는 곳 아닌가.

천천히 걸으면 신선이고

달리면 건강한 시민이다.

섬 끝 전망대로 가면 강건너 망원동과 당인리

강변북로의 불 빛이 아름답고

한강물 중앙에 선 듯, 휘돌아 내려가는 강물을

바라보게 된다.

아주 고급지고 시원한 여름밤이 되는 것이다.

오늘은 구름사이로 열사흘 작은 보름달도

보게 되었다.

윤선도의 五友는" 水石과 松竹 동산에 달"인데

오늘 나의 五友는 한강물과 여름 매미와

여름밤 바람과 옆친구, 그리고 동산의 달인가?

실제 수조에는 대나무와 연꽃이 매우 보기 좋았다.

선유1.jpg

선유도는 우리 가까이 있는 아름다운 섬이다.

내가 서 있는 곳이 선유도이면, 저기 불빛 찬란한 세상은 비(非) 선유도 인가?

증권가로 상징되는 빌딩군과 다툼의 극치를 보여주는 국회 의사당, 돈과 권력의 정점?

저기가 선유도이고, 내가 서 있는 곳이 비(非) 선유도 인가?

別有天地 非人間 (병유천지 비인간)

인간 세상이 아닌 아름답고 평온한 자연속의 세상이 선유도 일텐데, 그 非人間 의 의미가

다르게 생각 되기도 하는 엉뚱하고, 즐겁지 않은 기분을 떨쳐내기 어려운 것이다.

선유3.jpg

선유도 공원의 가장 높은 가치는 2천년대의 시작 시점, 이 공원을 만든이들의 공적일 것이다.

여기는 80년대 영등포 정수장이었다. 정수장이 폐쇄 되면서 그 정수장 시설을 기반으로 한

물의 공원을 새로이 조성한 것이다.

저기 여의도 처럼 새로운 신기루를 세운 것이 아니고, 한강물을 취수하고 정화하고 수돗물을 만들던 시설을

자연스럽게 보존하면서 시민의 휴식 공간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멋지지 않은가! 예산을 쏟아부어 무슨 대단한 조형물과 기타의 시설을 짓거나 설치하지 않고 향수 가득한

자연 공원을 만든다는 발상과 노력이 빛나보이는 것이디.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 과거 물탱크, 저수조 인 것이다.

이런 컨셉의 공원은 신월동 "서서울 공원"도 같다. 역시 정수장을 개조한 공원이다.

선유도 공원은 섬이다.

공원 자체가 아주 넓거나 크지는 않다.

그러나 한강 둔치와 연결하면, 어마어마한 공원이 되는 것이다.

위로는 여의도 쪽, 아래로는 가양대교,서울 식물원, 행주 대교로 통합되는 공원 아닌가.

안내판에 있는 겸재 정선의 "선유봉"이다.

여기가 언덕 수준일망정 봉우리 였다고?

그럴듯하다.

수십수억의 시간에 태백산에서, 금강산 아래

어디쯤부터 물이 흐르고, 돌이 구르고

흙이 날라져 바다의 파도의 견제를 받아

여기 쌓였을 것이다.

우리는 3,40년 전, 여기를 파고 깍아 제방을 쌓고

1965년 양화대교를, 1978년에는 정수장을

건설하고 그러면서 삶의 터를 만들어 왔다.

겸재 선생이 마곡나루쯤 왔을 때,

서해 밀물이 들면, 한강물과 조우하여 제법

물결 소리가 들렸었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겸재는 온천지 다니면서

온세상 멋진 그림을 다 그리신 화가신데,

숙종조때 여기 강서구청장을 하셨나보다.

아직 가보지 못했는데, 선유도 머지 않은 곳에

정선미술관이 있다.

허준박물관- 겸재 미술관-서울식물원- 개화산을

잇는 여행과 운동을 조만간 다녀 와야 겠다.





그 때는 그 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극한 폭염, 극한 호우 등 거칠어지고 힘든 이 여름.

한강변과 선유도를 걷고 뛰고 자전거 달리는

젋고 역동적인 여기 공원은 좋은 쉼터요 숨터이다.

선유도는 9호선 선유도역에서 500 m 거리이다.

2번 출구로 나와 죽 걸어오면 선유교를 만난다.

걷는 여행자라면 당산역서 한강 둔치를 걸어와

선유(仙遊) 하고, 선유도 역으로 돌아가면 좋을 것이다. 열심히 걷고 쉬고 걸으니 8km 남짓이었다.


해질녘, 한강변의 노을도 좋다.

좋은 벗 만나 조촐히 이른 저녁을 하고

강변으로 나와 걷고 이야기 하며

선유도 다녀들 오시기를.....



2025,08.06 류성철의 작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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