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언어

07 발자국 모양으로

by 온우






바람은 서늘하게 따스히 나를 감싸고 네 눈송이가 내 입술에 닿을 때 세상이 멈춘다. 그 고요 속에서 너는 세상을 덮고, 모든 것을 감춘다. 다시 네가 내려앉을 때. 나는 차갑게 하얀 그 속에서 잠들어 간다. 너는 긴 밤을 만들고. 나는 조용히 숨겨진다. 그 위로 새겨진 발자국. 사라지지 않으려 애쓰는 듯하지만 다시 고요히 묻힌다.

나는 너의 품 안에서 온기를 느껴.

네 온기는 나와 같아서 알아차릴 틈도 없이 나를 감싸고. 스며드는 차가운 공기 속에 천천히 숨을 고른다. 우리는 그저 평온 속에 잠긴다. 두 손끝이 차갑게 닿을 때. 그 차가운 온기는 오히려 서로를 감싸 안아 더 이상 움츠러들지 않는다.

너는 더 이상 내게 말을 걸지 않는다.

숨 쉬는 공기 속에 미묘하게 스며드는 변화가 느껴진다. 맞닿았던 손끝은 너를 붙잡을 수 없음을 느낀다. 네가 녹아내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나를 에워싸던 서늘한 안식이 물러서고. 감춰둔 내게 더 깊은 빛이 스며드는 것만 같다. 나를 감싸던 바람과 눈밭 위로 새겨진 너의 언어는 희미해져 간다.

생경한 온기가 주위를 맴돈다. 멈춰있던 세상은 다시 소란해지고 스쳐가던 네 눈송이는 햇살 아래 점차 모습을 잃어 간다.

나는 침묵 속에서 너의 마지막 말을 곱씹으며 서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