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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고요 Dec 20. 2022

아침 운동을 하고

아침을 깨우고 싶었다.


일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어 운동도 미루고 피곤할 땐 그냥 쉬었다. 덕분에 여름에 시작한 일은 가을로 접어들며 한층 익숙해졌다. 피곤을 핑계로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렸던 아침 시간을 깨우고 싶었다.


9시부터 2시간. 일주일이면 10시간, 한 달이면 40시간! 뭘 해도 되겠구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으로 노션 일정표를 채웠다.


겨울 문턱까지…

그럭저럭 계획대로 움직인 것 같다. 모 대충…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다시 눕기 바빴다. 결국 이불을 목까지 올려 덮고 엄지손가락만 까딱거리는 리모컨 러버가 되었다. 따뜻한 방바닥과 넷플릭스의 노예가 되어 버렸다.

시계와 TV만 반복해서 보다가 11시가 되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지난 4년의 아침을 돌아보니


별일 없이, 흔들림 없이. 매일매일 같은 루틴으로, 매일매일 같은 각오로.
<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릴 거야> 봉현 지음, m창비


누군가의 지난 아침 기록을 읽었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일을 쉬었던 지난 4년 동안  

나의 아침은 무엇으로 채워졌을까.

별일 없이, 흔들림 없이 말이다.


나는 일을 그만 두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도 멈추었다. 대신 몸을 쓰기 시작했다. 주로 수영과 필라테스였다. 운동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떡 일어나 움직이게 해주는 마법같은 힘이 있었다. 일주일에 세 번씩 수영을 하고 남는 시간은 필라테스를 했다. 가끔 헬스장도 가고 산책로를 달리기도 했다.


별일이 있어도 오전은 꼬박꼬박 운동으로 시간을 채웠다.

나를 움직이게 했던 그 일을 잊고 지냈다.

그래! 우선 이불 밖으로 탈출하자!

밤 시간으로 미루었던 운동을 다시 아침에 하기로 했다.



가장 좋아하는 일로 아침 깨우기


필라테스를 하기 위해 식빵 한 조각을 먹었다.(운동 전 탄수화물 섭취 필수). 필라테스 하러 나온 김에 아이들 간식으로 찐빵을 한 봉지 샀다. 점심으로 먹을 김밥도 한 줄 샀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도 했다. 운동을 하면 온 몸에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해진다. 머릿속에 가득한 일을 미루지 않고 할 수 있게 된다.


좋은 선순환을 한 번 경험하고, 일정 기간 습관으로 만들게 되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먹고, 마시고, 누워서 넷플릭스를 시청하던 과거의 삶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 선순환의 경로에서 무심코 벗어나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 이를 깨닫고 다시 방향을 틀 수 있는 자각이 생겨 있기만 하면 된다.
<지속 가능한 나이 듦> 정희원 지음, 두리반


운동으로 아침을 깨우고 다시 책모임도 나가기 시작했다. 한 달에 한 번 하는 모임인데 일을 시작하고 결석이 잦았다. 12월 함께 읽은 책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체스 이야기>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그래 그래 가야지. 주말 내내 책을 읽고 모임에 참석했다.



나는 오늘도 아침 운동을 한다


2주가 흘렀다. 다행히 이불 밖으로 조금은 벗어났다.  아침에 하려고 했던 일들은 저녁 시간에 하고 있다. 1월부터 다시 수영도 시작하려고 한다.


밥 먹는 일처럼 익숙하고 편안한 그 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이 왜 아침을 깨우는 동력이 되지 못했을까.  또 궁금하기도 하고 주저리주저리 글로 써보고 싶기도 하지만. 생각을 접었다.

(계획 중에 생각을 줄이자! 도 있기 때문이다.)

흠... 아침이라서 그랬나 보지.


"별일 없이, 흔들림 없이. 매일매일 같은 루틴으로, 매일매일 같은 각오로."


나는 오늘도 아침 운동을 하고 5시간만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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