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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 레몬 Mar 13. 2024

30번까지 해봤니?

['포기'라는 말은 김장할 때 쓰는 것]

  밝고 상냥한 전업주부 'S'를 만난 건 덥디 더운 8월 중순이었다.  'S'는 결혼과 함께 두 자녀를 출산하면서 15년을 전업주부로 지냈다.

첫 자녀출산 전 까지는 사무직 경력이 있었으므로 '경력보유 여성'이다.

자녀들의 여름 방학이 끝나갈 무렵 '이제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취업상담기관을 방문한 것이다.


 대단한 용기다! 학교 졸업 후 첫 직장 때는 젊음과 패기 그리고 막내라는 귀여운 타이틀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무얼 해도 용서된다.

모든 실수가 당연하다. 그러나 이젠 다르다.

40대 초반이다. 또 오랫동안 쉬었기 때문에 오피셜 한 환경이 낯설다. 자존감은 낮아져 있고 세상물정에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도전하고 부딪혀 보려는 'S'의 마음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안다.


"선생님, 우리 함께 해봐요. 전 자신 있어요."나의 확신에 'S'는 주춤하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상담사님, 제가 공백이 커서요. 진짜 취업을 할 수 있을까요?" 나는 다시 한번 확언했다. "그럼요, 대신 한 가지만 저와 약속해 주시겠어요?. 30번! 딱 30번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원하기로요. 그럼 분명 됩니다." 나의 선포에  'S'의 얼굴이 환해졌다. "30번이요? 진짜 그 안에 될 수 있다면... 저 그럼 한번 해볼게요." 우리 둘의 공조는 시작되었다.


 'S'는 예전에 했던 사무직을 원했다. 그러나 이력서, 자소서를 작성하다 보니 오랫동안의 공백을 채울 말이 없다며 'S'는 낙심했다. 나는 그녀의 서류를 컨설팅했다. 'S'는 전업주부 기간에 다행히 두 가지 자격증을 취득했다.


'독서지도교사'와 '바리스타' 자격증. 사무직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자격증이지만 전원주부로서의 시간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자기소개서'에 녹아내야 했다. 


'독서지도교사'는 어머니라는 직무에 전문화된 자격증이며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진취적인 면으로 표현했다.


 '바리스타'는 서비스업 분석을 위한 기초 자격증 및 창업 의지까지  보유한 리더십을 강조하며 경력을 영끌? 하여 작성하였다.


그렇게 지원서를 낸 지 두 달째에  'S'가 흥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상담사님, 저 6번째 낸 회사에 합격했어요. 24번이나 남았는데.. 저 너무너무 기뻐요." 설레는 그녀의 목소리에 나까지 행복했다. 물론 '출산휴직자 대체직'이었지만 그래도 '세상으로 한발 나가기'가 시작된 것이다.  




'경력보유 여성'취업자들의 컨설팅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쉽게 '포기'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평화로운 환경에 있었다.


어린 자녀나 사랑하는 가족들, 늘 만나던 친구들이라는 익숙한 환경에 오랫동안 노출되어 있었기에 '상처'에 취약하다.


풍부한 경력이 있고 취업의지가 확고해도 서너 번의 취업낙방을 경험하면 크게 낙심되고 재도전까지 시간이 길어지면서 취업에서 서서히 멀어진다.


일을 한다라는 것은

경제활동+

하루 시간의 유익한 쓰임, 사회관계확장, 나의 역량발견등

우리에게 주어준 시간을 풍성하게 경험해 보는 것이다.


취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는가?


그렇다며

딱 30번만 뜨겁게 도전해 보자.

그래도 안된다면?




50번만 다시 뜨겁게 도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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