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량 Jul 23. 2019

나는 왜 글을 쓰는 거지?

커피와 글쓰기


커피를 좋아한다. 하루의 시작을 커피로 시작할 정도로. 하루에도 3잔 이상의 커피를 마신다.

믹스커피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그 하루를 이겨내기 위해 믹스커피를 마시며 버티곤 했다.

모유수유 중이었으나, 아이에게 카페인이 가는 것보다 내가 정신 차리고 엄마로 살아내야 하는 게 더 중요했으므로.


해외에서의 독박 육아는 누구한테 하소연하기도 힘든 어떤 것이었다.

아이를 맡아줄 곳도, 맡길 곳도 없었다. 온종일 두 아이를 돌보며 거의 영혼이 탈진되어 하루를 살아갔다. 그럼에도 내가 선택한 길이었기에 힘들다, 외롭다, 지친다. 말하는 것이 내 얼굴에 침 뱉기 같았다. 그래서 카페인의 힘을 빌렸다.


지금도 커피를 좋아한다. 하루라도 마시지 않으면 머리가 아프다. 집에는 믹스 커피, 가루 커피, 드립 커피, 에스프레소가 있다.


그런데 난 커피 맛을 모른다.

그 맛이 그 맛이고, 저 맛이 저 맛이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와 현지 커피전문점의 아메리카노의 차이를 모른다.

콜드 블루 커피의 맛을 모르고, 핸드 드립과 캡슐 커피 맛의 차이를 모른다.


그냥 마신다. 커피이기 때문에. 그 안에 카페인이 들어있기 때문에.

어쩌면 난 커피가 아니라 카페인을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해외에 사는 동안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 책을 살 수도, 구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동화책은 정말 많이 읽었다. 거의 7년 동안 하루에 10권 내외의 책을 읽어고 있으니.


책을 읽고 싶었다.

날마다 글을 쓰고 발행을 누르는 내가, 글쓰기가 뭔지도 모르고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야 갈증을 느끼나 보다.

그런데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지식이 없으니 취향도 없다. 취향이 없으니 선택하기가 어렵다.

마치 커피 맛을 모르니 특별한 커피 취향이 없고, 아무 커피나 마셔도 만족하는 것처럼.


무작정 이북을 살 수 있는 사이트로 들어갔다.

그중에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을 골라 담았다.

그러다 우연히 만나게 된 책, 은유 작가님의

“글쓰기의 최전선”이다.


분명 이분의 이름을 들어 봤는데, 왜 이렇게 익숙하지? 어디서 어떻게 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미 내 손은 무언가에 이끌려 클릭, 클릭, 클릭.

내 핸드폰 책장에 그 책이 다운되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곱씹는다. 필사를 한다.


그리고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 나는 왜 글을 쓰는 거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생업을 유지하며 글을 쓰고 있다. 어떤 작가들은 글 쓰기가 생업이기도 하다.

그럼 난?


커피의 진짜 맛을 모른 체 카페인에 중독되어 커피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는 내 모습이 그 속에 있다.


글쓰기의 진짜 맛도 모른 체 글쓰기에 중독되어 날마다 글을 쓰고 있다.



사실, 잘 모르겠다.

아침이면 커피를 마시는 내 습관 또한 나의 모습이듯, 매 번 일어나는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며 글을 쓰고 있는 내 모습도  나 이기에.


엄마로서 하루를 버텨내기 위해 카페인을 섭취했다. 카페인이 모유를 따라 내 딸에게 들어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그 딸은 잘 자랐고, 잘 크고 있다.


어쩌면 난, 나로 살고 싶어서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 글이 어떻게 어디로 흘러 들어갈지 아직 모르겠지만.


나도, 추상적인 현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는.

시를 곱씹으며 읽어보고 싶다는.

글 다운 글을 쓰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작가의 이전글 게임 때문에 아싸가 되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