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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난 청소부가 되고 싶어!!

19. 내 아이의 꿈.

by 선량

어렸을 적, 우리들의 꿈은 무엇이었을까요?

전 어렸을 적에 특별한 꿈은 없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책을 좋아했거든요.


4학년 때 즈음, 아빠가 책을 잔뜩 사 오셨어요. 농사를 지으며 하루하루 힘들게 살던 때였는데, 그런 많은 책을 어디서 어떻게 사 오셨는지 모르겠어요. 세계명작동화와 창작동화가 여러 권 있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소공녀, 소공자 책도 읽었고, 장발장, 하이디 같은 책도 읽었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괴도 루팡이 나오는 시리즈 책인데요, 어린 소녀의 눈에 그 내용이 정말 흥미진진했었어요.

나보다 2살 어린 남동생은 그런 책에 관심도 없었어요. 그래서 혼자 그 책들을 독차지하고 읽었었어요. 그러면서 나도 이런 재미있는 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고등학생 때까지도 여전히 책을 좋아했어요.

한참 유명했던 “남자의 향기”책을 읽으며 로맨스를 불태웠고, “아버지” 책을 읽으며 펑펑 울기도 했었어요. 제인 에어, 안나 카레니나, 카라바조프네 형제들, 위대한 개츠비, 1984...... 이런 책들을 읽으며 밤을 새기도 했었어요.

하지만 현실 앞에서 꿈은 사라져 버렸어요. 그냥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만 남게 되었지요.



한 번씩 아이들과 “꿈”에 대해 이야기를 해요. 우리

엄마들은 한 번씩 재미 삼아 물어보잖아요.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이렇게요. 저도 가끔 장난 삼아 물어보곤 해요.


둘째 소은이는 꿈이 바뀌지 않아요. 2개가 있는데요, 하나는 베이비시터이고, 다른 하나는 의사예요. 왜냐고 물어보면, 동생들 돌보는 게 좋고, 가족들 아플 때 치료해 주는 게 좋대요. 소은이는 이상하게도 인체와 관련된 책을 더 좋아하기도 해요. 아이의 꿈 앞에서, “의사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니?”라는 말은 차마 못 하겠더군요. 이제 일곱 살인데, 꿈을 깨뜨리는 어른 같은 소리는 못하겠더라고요.



첫째 지안이의 꿈은 자주 바뀌는 편이에요. 한참 축구를 좋아할 때는 축구선수가 꿈이었고요, 또 한때는 호텔 사장님, 건축가, 화가..... 최근엔 가수가 되고 싶다고도 했어요.

그리고 또, 돼지를 키우고 싶대요. 돼지를 좋아하거든요. 돼지가 귀엽대요. 돼지를 키워서 펫 샵에 팔 거래요....... 너무 진지하게 말해서 할 말을 잃었어요.

네가 좋아하는 삼겹살이 돼지라고 말해주었지만, 아이는 삼 겸 살과 돼지를 연결 짓지 못하는 눈치예요. 사람들이 돼지를 키우는 이유는 애완용이 아니라 돼지고기를 먹기 위함이라 말해주었지만, 아이는 아니래요. 애완동물로 키울 거라네요...... 쩝!!!


어제는 뜬금없이 이러더군요.

“엄마, 난 청소부가 되고 싶어.”

“...... 왜???”

“깨끗이 청소해서 자연을 깨끗이 만들고 싶어.”

“.......”

너무 진지하게 말을 해서 전, 아무 대답도 못했어요. 진심인 거 같았어요. 직업에는 귀천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오늘 저도 진지하게 말했어요.

“지안아, 좋은 청소부가 되기 위해 오늘부터 집안 청소부터 해주겠니? 쓰레기통 치우는 것도 좀 해주고.”

“아니, 집 청소 말고~~~”

“집 청소하면서 미리 연습해야지.”

“아니, 나중에 어른이 돼서 할까 말까 한다니까.”

“아니야. 지금부터 열심히 해서 꼭 꿈을 이루렴.”

“.......”


요즘은 환경미화원 일도 경쟁이 치열하다고 합니다.

아이는 모르겠죠. 그 일도 시험을 보고, 합격을 해야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요.

과연, 내일 청소를 해 줄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의 모든 꿈은 과장되긴 하지만, 허황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스스로 알고 있으니까요.

아이들의 꿈 풍선에 어른들의 바람을 불어넣고 싶진 않아요. 어차피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현실 앞에 서게 될 테니까요.




그러고 보니, 전 꿈을 이루었네요.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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