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잘 모르겠다.
지난주, 딸아이의 앞머리를 싹둑 잘라버렸습니다.
물론 아이의 동의를 구하긴 했어요. 앞머리 쪽에 잔머리가 너무 심하기도 했고, 뒤로 하나로 묶으면 앞머리가 자꾸 삐져나와 보기에 영 지저분해 보였거든요. 모든 엄마들이 그렇듯, 아이의 앞머리를 잘라주다 보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짧아지잖아요. 이번에 저도 그랬습니다. 처음 생각은 눈썹 라인이었으나 자르고 나니 댕강! 위로 올라가버리더군요.....
아이는 앞머리를 손으로 가리며 다시 머리카락을 길게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 머리카락을 다시 붙여달라 했죠.
귀엽고 예쁘다고 수 백번 말해주었지만 아이는 어색하고 싫은지, 울먹이기까지 하네요.....
결국 다음 날 아침, 학교 운동장 앞에서 울고 말았습니다. 자기도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면서 엉엉 울었어요. 앞머리를 가리고서.....
“엄마 같은 어른들은 예쁘다고 하지만 친구들은 예쁘다고 하지 않을 거야!!”
엄마의 말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아이는 어느새 훌쩍 커서 사회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있습니다.
제 딸 소은이는 아기 때부터 손쉬운 아이였어요. 하늘소, 웃을 은, 이라는 이름처럼 잘 웃었고, 잘 잤습니다. 뭐든지 잘 먹었고 응가도 잘했어요. 아기 때부터 호기심이 강해 여기저기 사고를 치고 다니긴 했지만, 모두에게 사랑받는 아이였죠.
특히 예민한 오빠와는 달리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잘 따라서 예쁨을 받았었어요. 지안이가 비교를 당하는 입장이었다면, 소은인 비교되는 아이 었죠.
특히 책을 워낙 좋아했던 아이는 할머니, 할아버지로부터 끊임없는 칭찬을 들었어요.
아이는 학교에서도 모범생이어서 칭찬을 자주 듣는 편입니다. 하지만 아이는 칭찬을 듣지 못하거나 좀 못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최근에는 영어 시간을 힘들어했어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잘하는 편은 아니었거든요.
잘 못해도 된다고, 그만 하면 됐다고, 좀 틀려도 된다고 아무리 말해줘도 소은이는 속상해합니다. 선생님 말을 모르겠다면서요. 그래서 영어 선생님께 물어보았어요. 수업시간에 어떠냐고요.
이 학교 선생님들은 웬만해선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습니다. 물어보면 다 잘한다고만 해요.
소은이는 자존감이 낮진 않지만 욕심이 많고, 뭐든 잘하고 싶어 하는 아이라 가끔 자신이 왜 그런지도 모르게 속상해지는 아이입니다.
최근까지도 2살 더 많은 오빠가 자신보다 산수를 잘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오빠가 2살 더 많으니 당연히 더 알아야 한다고 아무리 말해 주어도 속상해했습니다.
어쩌다 오빠를 칭찬하면,
“그럼, 난 못한다는 말이야?”
이렇게 되묻습니다. 그저 오빠를 칭찬한 것뿐인데, 본인이 칭찬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자신이 못해서 라고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이해시키는데 꽤 애를 먹었어요.
“오빠를 칭찬하는 것은 오빠가 잘했기 때문이지 네가 못했다는 말이 아니야. 마찬가지로 네가 잘해서 칭찬하면, 네가 잘해서 그런 거지 오빠가 못해서가 아니고.”
과한 칭찬은 오히려 독이라는 말이 있죠. 소은이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런 욕심이 없는 엄마가 욕심이 많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지, 사실 걱정이 되었어요.
늦은 저녁에 갑자기 물감을 달라고 한다던지, 갑자기 곱하기를 알려달라고 한다던지, 갑자기 어려운 질문을 하면 전 사실 마음이 답답해지곤 합니다. 자꾸 잔소리를 하게 되고, 아이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말들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이의 지적 욕구를 제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겠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첫째 아이는 조금만 칭찬해주고, 조금만 우쭈쭈 해주면 자존감이 확 올라가는 반면, 둘째 아이는 아무리 칭찬을 해줘도 만족하지 못하니까요.
제가 내린 결론은 이것입니다.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아이가 아직 어리니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알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전 그냥 아이가 잘하면 칭찬하고, 사고 치면 혼내고, 물감을 달라고 하면 주되 스스로 치우게 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좀 똑똑하다고 해서 뭔가 더 채우고 싶진 않아요. 아이가 속상해하는 것도 어쩔 수가 없네요. 그런 경험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뭐든지 잘 하고 싶어하는 딸내미의 자존감을 어떻게 높여줘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아이가 실패해서 속상해할 때, 안아주고 등을 두드려 줄 수밖에요.
이 글을 쓰는데 고민이 많이 되었습니다.
딸 자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매우 평범한 엄마가 조금은 특별한 딸을 키우는 것이 전 버거웠습니다. 아이를 너무 방치하고 있나?라는 생각도 했었고, 뭘 좀 더 해줘야 하냐?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 매일 밤 책 읽어주는 일은 멈추지 않고 하고 있네요.
저도 제 딸이 어떻게 클지 몹시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