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겨울이에요.
인도는 매우 더운 나라입니다. 여름엔 40도가 넘어가고 아스팔트가 녹아내리기도 합니다. 이렇게 더워도 살 수 있는 이유는 방마다 에어컨이 설치되어있기 때문이에요. 저희 집에도 방 세 개와 거실에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비록 전기세가 무서워서 한 방에서 모여 자면서 에어컨 한 대만 틀고 지내지만, 방마다 떡하니 버티고 있는 에어컨은 더운 날들을 견딜 수 있게 해 주었어요.
이렇게 더운 나라는 겨울도 없을 것이라 생각하셨죠? 아닙니다. 이곳에도 겨울이 있어요. 바로 지금이 일 년 중 가장 추운 계절입니다.
평균 18도의 기온이 뭐가 춥냐고 하시겠지만, 체감 온도는 더 낮습니다. 사람들은 두꺼운 잠바를 입고, 목도리를 하고 다녀요.
이른 아침과 밤이 되면 체감온도는 더 내려가서 잘 껴입어야 합니다. 대낮엔 해가 떠서 다시 더워지기 때문에 껴입은 옷을 벗어야 해요. 하루 종일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고 있네요.
이상하게도 집안에 있으면 더 춥게 느껴져요. 바닥이 대리석이기 때문에 발이 시리고, 난방이 전혀 안되기 때문에 찬기운이 집안을 점령합니다.
안방에 전기장판을 틀고 두툼한 이불을 깔았어요. 밤이 되면 이불속에 들어가 꼼짝도 하기 싫습니다. 한국의 뜨뜻한 온돌방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에요.
뚜렷한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철마다 옷을 갈아입어야 하죠. 따뜻한 봄기운에 졸린가 하면 뜨거운 여름이 찾아오고, 더위에 지칠만 하면 시원한 바람이 불고, 황홀한 단풍에 마음이 설렐만하면 차가운 눈이 내리고, 꽁꽁 얼어버린 마음을 호호 불다 보면 어느새 초록 새싹이 찾아오는.
가끔 이 사계절이 그립습니다.
이곳에도 사계절이 있긴 있어요. 매우 더운 봄, 비가 오고 더운 여름, 조금 덜 더운 가을, 그리고 조금 추운 계절.
계절의 변화는 사람들의 정서에도 영향을 미친다죠.
계절이 바뀌기 전에 미리미리 준비해야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뭐든지 빨리, 빨리 하고요. 더운 나라의 사람들은 급하게 하면 땀만 나고 힘드니 느릿느릿하고요. 웃긴 것은 인도에 사는 한국 사람들은 이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살아갑니다. 빨리빨리를 외치며 살지만 정작 약속시간에는 다들 늦더라고요.
지난주, 9시까지 만나자는 약속이 있었는데 다들 30분씩 늦게 오는 바람에 혼자 기다려야 했네요.
지난주에 아이들 겨울 옷을 몇 개 샀습니다. 이렇게 추울지 몰라 미리 준비하지 못했거든요. 이 겨울이 지나면 다시 깊숙한 장롱 속으로 들어가겠죠. 그리곤 내년 이맘때 즈음에 다시 꺼낼 거예요. 그럼 또 한 뼘이나 작아진 아이 옷을 보며 시간의 흐름을 느낄 테죠.
작년 이맘때 샀던 다이어리를 꺼내보았습니다. 열심히 계획을 적고, 일기를 쓰던 것이 5월 이후로는 깨끗하네요.
깨끗한 12월의 다이어리를 보며, 다시 내년을 기약해봅니다.
추운 겨울이지만 마음만은 따뜻하게 보내시길 바라요.
그리고 내년엔, 우리 모두 한 뼘 더 행복해 지기를.....
[커버사진 _unsplash@ Ale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