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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an 03. 2020

12. 제3의 시선을 느낄 때

[소설] 셀 게스트 하우스의 비밀


강철은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열었다. 뜨거운 공기가 습하게 밀려들어왔다.  동안에 공기는  무거워져 있었다.   굵은 빗줄기가 쏟아질  같았다. 날씨를 확인하려 휴대폰을 들었다. 하지만 배터리는 이미 바닥  있었다. 어제 스타벅스를 검색하느라  쓰던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해 버리고 말았다.

델리에 있는 동안에는  일이 없을  알았는데, 예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 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는 꺼져버린 휴대폰을 들고 망설였다. 충전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강철은 휴대폰을 들고 1층으로 내려갔다. 자신의 마음에도 예상치 않은 일이 일어난 것만 같았다.

살만에게 휴대폰 충전을 부탁할 참이었다. 하지만 카운터에는 살만대신 마야가 있었다.


“아이언, 일찍 일어났네? 난 시차 적응이 안돼서 잠을 거의 못 잤어. 이른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어, 살만은 아직 안 일어났나? 휴대폰 충전을 좀 하려고. 충전기를 안 가져왔거든.”

“넌 여전 하구나. 이리 줘. 내가 해줄게.”

“고마워.”

아이언은 자신의 휴대폰을 마야의 손에 건네주었다.

“잘 됐다. 네 도움이 좀 필요했는데.”

마야는 아이언의 휴대폰을 충전기에 꽂으며 말했다.

“뭔데?”

“우리 게스트하우스를 좀 더 알려야 할 것 같아. 그래서 네가 한국어로 번역 좀 해줘. 내가 영어로 써 줄테니까. 지금 벽에 붙어있는 안내문도 새로 바꿔야 할 것 같아.  아, 그리고 네가 게스트하우스 후기에 한국말로 좋은 말 좀 써줬으면 해.”

“그거야 문제없지. 그런데 그전에 간판부터 바꾸는 게 어때? 전등도 나가고 너무 오래되어 보이던데.”

“아, 그거? 안 그래도 손보려고 했어. 이제 잘 좀 꾸려나가 보려고.”

“뭐야. 이제 정착하려고?”

“응. 그래야지. 이제 여기서 살 거야. 엄마와 같이. 엄마가 너무 외로워 보이거든. 이제 다시는 떠나지 않을 거야. 여기가 싫었는데,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인 것 같아.”

“그래. 잘 생각했어.”

아이언은 마야 옆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뭐부터 하면 될까?”

 



아이언과 마야는 함께 의자에 앉아 문서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영어와 힌디, 그리고 한글로 번역을 하며 내용을 맞추었다. 아침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작업을 마무리한 , 아이언은 마야의 컴퓨터로 메일을 확인했다. 출판사에서  메일이 하나 있었다.


[2 교정지입니다. 확인 부탁합니다.]

 

“마야, 나 출력 좀 해도 될까?”

“그럼. 마음껏 해.”

아이언은 메일로 날아온 그의 원고를 하나하나 출력하기 시작했다.

그때 안비가 카운터로 오며 말했다. 

“마야, 2층 손님 한 분이 만나고 싶대요. 지난번에도 마야를 물어봤었는데, 오늘 꼭 만나고 싶다고 해요.”

“응, 알겠어.”

“마담 컨디션이 좀 안 좋아 보입니다. 날씨 때문인지….”

“오늘이 며칠이죠? 비가 많이 오는 걸 보니, 그 날이 다가오나 봐요. 제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네. 항상 이즈음 해서 마담 컨디션이 좋지 않으셨죠. 어떻게 할까요?”

“따뜻한 짜이 한잔만 갔다 드려요. 설탕은 너무 넣지 말고요.”

“네. 알겠어요.”

지지직, 지지직, 지지직. 원고가 출력되는 소리가 들렸다. 강철의 눈은  출력된 원고를 보고 있었지만, 그의 귀는  사람의 대화로 향해 있었다.


“저기, 내가 마담이랑 대화 좀 해 볼까? 마담이 나 좋아하잖아.”

“너, 힌디 할 수 있어?”

“아주, 간단한 말은 할 수 있지.”

“정말?”

“응. 나도 짜이 한잔 부탁해.”

“오, 그래. 고마워. 이거 출력 다 되면 챙겨 놓을게.”

 


아이언은 마담 크리 스나가 앉아있는 테라스로 향했다. 그녀는 등나무로 만든 의자에 앉아 내리는 비를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빛을 잃은 어린 소녀 같았다. 강철이 다가오는 인기척에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나마스떼!”

아이언의 인사에 마담의 얼굴에 어둠이 짖게 깔려 있던 그녀의 얼굴에 작은 햇살이 비쳤다. 안비가 짜이를 가져와 작은 테이블에 놓았다. 습한 공기 사이로 찻잔의 온기가 더해졌다. 강철은 찻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마담, 재미있는 이야기 해 줄까요?”

마담은 영어로 말하는 강철의 말에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무거웠던 공기가 조금씩 가벼워지고 있었다.

 


 

“마야, 원고 고마워.”

“별말씀을. 그런데 잊어버린 거 뭐 없어?”

“응? 잊어버린 거? 뭐?”

“너 휴대폰 말이야. 충전 다 됐어.”

“아, 고마워. 그럼 난 올라가 볼게.”

“잠깐만, 나도 같이 가. 그 한국 손님이 날 보고 싶대. 설화라고 했던가? 어쩐지 이름이 익숙한데. 어디선가 들어 본 이름 인대.”

“아 그래? 그럼 같이 가자.”

강철은 원고와 휴대폰을 오른손에  쥐었다. 어쩐지 자리를 피해 줘야   같은 생각이 들었다. 설화의 미간에 잡혀있던 주름이 자꾸 생각났다.


2층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설화의 얼굴이 보였다. 그녀의 시선은 아래로 향해 있었지만, 뒤따라 들어오는 마야를 향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강철은 자신도 모르게 설화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난 방으로 들어가 볼게, 할 일이 좀 있어서, 나중에 봐.”

강철은 자신의 오른손에 들린 원고를 내밀며 말했다.

“그래. 아이언. 오늘 고마웠어.”

마야의 볼이 강철의 볼에 다가와 인사를  , 강철은 10미터 옆에 앉아 있는 설화가 신경 쓰였다. 그녀의 시선이 자신의 얼굴에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떨구어지는 것을 느낄  있었다. 강철은 황급히 얼굴을 때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충전이 완료된 그의 휴대폰 켜지며 바르르 떨렸다. 예상치 않은 시선이 자꾸만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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