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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Sep 09. 2020

가치가 없다고 생각된다면, _ FASSETT

줄을 긋다, 마음을 잇다.

2년 전, 뭄바이에 살 때 만난 친구들은 동양인 친구들로 필리핀, 베트남, 홍콩, 일본 출신 친구들이었다. 프랑스 사람들이 주류인 뭄바이 프랑스 학교에서 비주류 동양 사람들끼리 친해진 경우였다. 이 친구들과는 여전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삶을 응원하고 있다.



외로운 뭄바이 생활이었지만, 이 친구들 덕분에 특별한 경험들을 여러 번 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열하게 남아있는 경험은 바로 바자회에 참여해 그림을 팔았던 경험이다.



집에서 꼼지락거리며 그림을 그리는 나에게 함께 바자회에 참여해 보자고 제안한 건 베트남 친구 민이었다.


민은 베트남에서 배운 베이킹 실력을 살려 집에서 케이크이나 빵을 만들어 주문을 받아 팔고 있었다. 민의 베이킹 실력은 조금씩 입소문이 났고, 학교 아이들의 생일이 되면 다들 민에게 생일 케이크를 주문하곤 했다. 케이크뿐만 여러 모양의 쿠키도 자주 만들어 여러 사람에게 선물하고, 각종 빵과 파이, 막대사탕까지 만들기 시작했다.


그녀의 실력은 충분히 바자회에 참가할만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실력은 아니었다. 혼자서 꼼지락거리며 그리는 그림을 누가 관심이나 가져줄까? 더욱이 그림 그리는 방법을 배운 것도 아니고 고작해야 유튜브를 보며 따라 그릴뿐인데, 어떻게 그림을 팔 수 있을까?


나는 민에게 말했다.


“내 그림은 팔 수 있을 만큼의 가치가 없어.”


 이런 나에게 민은 이렇게 말했다.


 그림이 가치가 없다고 생각된다면, 네가 가치 있게 만들면 . 그림 그리는 연습을  해봐. 그리고 한번 해보는 거야.
그림이 팔리지 않더라도 우리에겐 함께  경험이 남잖아.”


그 친구의 말을 듣고 온 몸에 전율이 흘렀다. 그리고 그 날부터 그림 그리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하루 4시간 이상 그림을 그렸다. 간단한 패턴부터 복잡한 패턴까지, 간단한 그림부터 어려운 그림까지 다양한 그림을 연습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거칠었던 선이 좀 더 정갈해졌고, 힘이 없던 선이 좀 더 강해지기 시작했던 것이.


바자회에 참여한 그날, 직접 만든 그림엽서가 여러 장 팔렸다. 그리고 내가 직접 창작한 그림을 20장 넘게 주문을 받아 팔 수 있었다.



직접 창작한 그림




가치가 없다면 가치 있게 만들면 된다는 그녀의 말은, 아직도 내 삶을 이끌고 있다  



FASSETT 패턴

FASSETT 패턴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패턴이다. 텅텅 비어 있는 여백에 세모를 그리고 그리다 보면 어느새 화면이 가득 차게 된다. 그 세모들을 연결하고 연결하면 매우 평범했던 존재가 어느새 예쁜 꽃이 되어있다.



FASSETT 패턴 그리기 




이 모습이 꼭 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텅텅 비어 있던 내 마음에 글과 그림으로 가득 채웠다. 글을 잘 쓰지도 못하고, 그림을 잘 그리지도 못하지만, 이런 평범한 내 모습이 쌓이고 쌓이면 꽃처럼 가치 있는 모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나보다 글 잘 쓰는 사람,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은 너무나도 많다. 그렇기에 항상 비교가 되고 주눅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난 내 글과 그림에 나만의 가치를 부여하고 싶다. 그래서 날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인스타 그램에, 유튜브에, 브런치에, 블로그에 내 글과 그림을 마구마구 올린다.


평범한 세모가 모여 만들어낸 무늬처럼, 이게 나만의 가치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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