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긋다, 마음을 잇다.
며칠 전, 메일을 하나 받았다. 교육분야의 잠재적 전문가로서 조언을 구하고 싶다는 내용의 메일이었다. 교육분야의 전문가라고? 생각만 해도 닭살이 돋았다. 난 전문가도 아니고, 그냥 아이들 키우며 글 쓰는 엄마일 뿐인데. 하긴 프랑스 학교에 대한 교육서를 출간했으니, 그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가라고 해야 할 것 같긴 하다.
결혼하자마자 허니문으로 첫 아이가 생겼다. 둘이서 신혼을 즐기고, 언제 아이를 낳자는 계획 같은 건 없었다. 으레 결혼하면 바로 아이를 갖고 낳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위에 언니들 세 명 모두 그렇게 했었으니까.
아이를 낳은 후에야 알았다. 전혀 준비가 안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아이를 낳으면 저절로 부모가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뒤늦게야 알게 되었다.
육아 우울증 역시 그냥 지나가지 않고 여러 번 찾아왔고, 아이를 낳은 걸 후회도 해보았다. 우는 아이를 붙들고 함께 울기도 여러 번.
그렇게 나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시간이 지나니 아이들은 자랐고, 나는 육아에 조금은 익숙한 엄마가 되었다. 그리고 육아서까지 쓰게 되었다. 이걸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사실 많이 부끄럽다. 지금도 아이들에게 총알처럼 잔소리를 쏘아대고, 큰소리로 혼내고, 가끔 매도 드는 그런 평범한 엄마이기 때문이다.
그림을 대하는 내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젠 탱글을 가르치는 사람들은 모두 전문가이다. 젠탱글 공인자격증이 있고, 그걸 따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난 그걸 따지 못했다. 인터넷으로 자격증을 따 볼까 생각했었지만, 아직 시도해 보지 못했다. 자격증을 딴 사람들은 학교나 문화센터에서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다.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고, 카페를 운영한다.
이런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젠탱글 영상을 만들고, 그것에 대한 글을 써도 괜찮을까? 난 전문가도 아니고, 그냥 좋아서 하는 일인데 괜찮을까?
우리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엄마이지만, 교육 전문가는 아니듯, 젠탱글 그림을 좋아하지만 전문가는 아니다. 그래서 한번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아이들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나인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패턴의 그림을 그려보기로 했다.
이 그림은 사랑하는 내 두 아이와 내가 좋아하는 패턴을 한 종이에 그린 그림이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그리며 나만의 가치를 만들어 보자고 생각하며 그린 그림이다. 그림 속의 아이들처럼, 고래처럼, 자신의 꿈을 향해 헤엄쳐 가는 아이가 되기를 소망했다
아이들은 이 그림을 보자마자,
“나네.”라고 말했다. 엄마의 시선이 자기들에게 머물러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같다.
그림 전문가는 아니지만, 나만의 가치를 그리고 있는 것처럼, 교육 전문가는 아니지만, 나만의 경험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그분의 제안을 한번 받아들여 볼까 싶다.
경험과 가치는 항상 함께 오고, 언제나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