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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an 14. 2021

10. 사랑의 기쁨, 재스민 꽃

여자로 산다는 것



요 며칠 자궁이 아프다.

배가 아픈 것도 아니고, 허리가 아픈 것도 아닌 자궁이 아픈 느낌은 여자이기에 느낄  있는 통증이다.


엄마, 이제 아기를 낳지 않는데 아직도 자궁이 있어?”

신기한  아이들이 묻는다.


 아이를 출산했고,  이상 아이는 가지지 않을 생각이니, 자궁은  역할을 다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기관이 되었다.

산부인과에서 간호사로   무렵, 자궁 적출 수술을  어머니들끼리 우리 모두 빈궁마마라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왠지  말이 쓸쓸하게 느껴졌었다.



그런 자궁이 자꾸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통증을 유발한다. 병원에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만 수십 .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모든 인간이 자궁을 통해  세상에 나왔지만, 가장 비밀스러운 기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궁을 누군가에게 선뜻 보여 주기는 쉽지 않다. 그게 의사라고 해도.

 


뜨거운 물을 끓였다. 넉넉한 컵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좋아하지만 자주 가진 못하는 카페에서   재스민 차를 꺼냈다.

돌돌 말려 콩처럼 생긴 재스민 다섯 알을 꺼내 뜨거운 물에 퐁당 담갔다.이네 향긋한 향기가 코끝에 전해졌다.





재스민 꽃의 꽃말은 사랑의 기쁨이다.


이불을 돌돌 말고 잠들어 있는 사랑의 기쁨인 아이들을 위해서 다시 물을 끓였다.

 동안 차갑게 내려앉은 공기 아침의 어스름 때문에 이불을 박차 못하 누워있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한잔을 내밀었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은 이 하찮은 자궁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왔다.



13살에 초경을 시작했다. 몇 달만 있으면 중학생이 될 시기였다.

생전 처음 경험해보는 생리통과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내리는 피는 겁먹기 충분했다.

성교육을 받아보지도 못했고,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다. 그저 언니가 하라는 데로 할 뿐이었다.


배가 아파 이불을 덮고 누워있었는데, 내가 누워있던  자리에 빨간 피가 새어 나와 이불을 적시고 말았다.

그게  그렇게 창피했을까?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마음도 붉게 변했다. 


피에 젖은 옷과 이불을 직접 빨며 나의  흔적을 지웠다. 그리고  뒤로 생리할 때마다 천장을 보고 누워 자지 못했다.




마흔이 넘은 나이가  때까지 이백  넘게 생리를 하고 있지만,  때마다 여전히 붉스럽다. 

이미 아이를 낳아버렸기에 쓸모 없어진 자궁에게  아직도 존재감을 드러내느냐 화를 낸다. 


절대 실수나 잘못이 아닌데도 뭔가 잘못한 일처럼 취급되는 상황들.

여자이기에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들.

시대는 빠르게 변하지만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은 내가 머무는 공간에서 조차 고인 물처럼 변함이 없다.



최근에 방영된 드라마를 면서

여전한 여성에 대한 편견과 주장에 불편했다. 그건 붉스러움 이었다. 


남편의 속옷을 다림질 한후 상자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해 시원하게 입게 한다는 아내, 대학 교수인 남편을 위해 손목이 아플 때까지 원고를 쓰고 돈을 벌어  차를 뽑아준다는 아내.

그런 아내들을 놔두고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는 남편. 가정이 있는 남자인 줄 뻔히 알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여자.

이 드라마에서 여성의 적은 남성이 아니라 또 다른 여성이다.  



나 역시 이 안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살고 있다. 집안일은 항상 내가 해야 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일, 요리하는 일 또한 나의 몫이다. 남편은 내가 부탁할 때 겨우 해주거나, 어쩌다 한번 해준다.

그는 직장생활을 하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때문에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분주한 나를 뒤로하고 소파에 누워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어도 나무랄 수가 없다.


내 딸도 어른이 되어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될 텐데. 나와 똑같은 환경에서 살게 되는 건 아닌지....

내 딸에게만큼은 여자이기에 당연한 일이 당연하지 않기를 바랐다.



  번도 귀한  몰랐던  몸속의 작은 덩어리에게 재스민차를 마시며 미안함과 감사함을 했다.

더이상 붉은 피가 나지 않을 때가 되면,

마음의 붉은 피도 멈출까? 

그때가 되면 여자이기때문에 불편한  붉스러움도 함께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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