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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an 19. 2021

15. 토양에 따라 변하는 꽃, 수국

지금 내 토양은 어떠한가?

토양은 여러 가지로 비유된다. 뿌리가 시작되는 곳, 사람의 근원이 되는 곳, 안식처가 되는 곳 그리고 사람이 다시 되돌아가는 곳.



토양은 한 사람의 신체와 정신, 감정이 시작되는 가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성격과 인성은 유전적, 선천적인 영향도 있지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환경이고 그중에서도 가정환경의 영향이 가장 크다.

아이들은 부모의 모습을 보며 자란다고 한다.

엄마처럼은 절대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엄마의 모습으로 살고, 아빠처럼 폭력은 절대 쓰지 않겠다고 생각하지만, 폭력 아래서 자란 아이는 폭력적인 어른이 된다. 부정적인 가정환경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많은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수국은 토양의 성질에 따라 색깔이 변한다. 토양이 알칼리성일 때는 핑크색, 산성일 때는 파란색. 중성일 때는 보라색이다.

 파란 수국의 꽃말은 거만, 냉정이고  흰색 수국은 변덕, 변심, 분홍 수국은 소녀의 꿈, 보라 수국은 진심이다.


꽃의 색깔과 상관없이 가족의 단란함이라는 꽃말도 가지고 있는데, 결혼식장에서 많이 볼 수 있기도 하다.

씨의 종류에 따라 다른 줄 알았는데 같은 씨라도 토양의 성질에 따라 결과물은 다르다고 하니, 수국은 우리 사람의 모양과 많이 닮았다.



남편은 학창 시절에 많이 외로웠다고 했다. 수업 끝나고 돌아오면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일에 바쁘셨고, 형은 도시로 공부하러 떠나고 없었고, 어머니는 아주 오래전에 헤어진 후 만나지 못했다.

그는 어둠이 가득한 방안의 불을 모두 켜 놓는 것으로 외로움을 쫓아냈다. 그게 외로움 인지도 느끼지 못한 채 그저 어둠이 싫다고만 생각했다.


나는 저녁 8시만 되면 칠흑같이 어두워지는 시골에 살았다. 잘 시간이 되면 대문 밖 가로등만 남겨놓고 모든 불을 껐다. 불을 모두 끄면 밤하늘에 떠 있는 달과 별이 더 밝게 빛났다.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누워 있으면 벽에 붙어있는 괘종시계의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나는 일어나  괘종시계를 죽이고는 다시 잠을 청했다. 아침이 되면 태엽을 감아 다시 살렸다.




그와 나의 삶의 토양은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그래서 함께 사는 동안 서로 다른 모습에 많이  기도 하고, 이해하기 힘든 구석도 있었다.

깜깜함을 좋아하는 나와 불빛을 좋아하는 그.

노래를 틀어놓고 자는 그와 작은 소리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



서로의 토양이 섞이고 섞여 지금은 어두운 전등 하나를 켜 놓고 잔다. 그리고 그는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으며 잔다.




나는 지금 어떤 토양을 만들고 있는지,  아이들은 어떤 색깔의 꽃으로 피어나고 있는지,


나와 남편이 만들어 놓은 환경에서 헤엄치며 거니는 아이들은 

장난꾸러기 아이도, 예민한 아이도, 똑똑한 아이도, 조금 느린 아이도 모두 예쁘다.

색깔은 다르지만 파란 꽃도 보라 꽃도 분홍 꽃도 모두 예쁜 것처럼.


어떤 토양을 만들고 있나? 어떤 꽃이 피어도 단란한 가족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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