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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Feb 05. 2019

(인도의 삶) 옆집에 워킹맘이 산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우리 가족이 사는 아파트는 경찰 공무원 아파트이다. 아파트 1층은 상공회의소이다. 주차장에는 경찰차가 항상 주차되어 있고, 가까운 곳에는 경찰들이 훈련하는 곳이 있다. 우리 집주인도 경찰 출신이다.

학교 가까운 곳으로 집을 알아보다 매우 우연히 이 집으로 계약을 하게 되었다.  



처음 이 집에 들어와 짐 정리를 하고 있을 때, 옆집 이웃을 만났다. 그녀는 깔끔한 세미 정장 차림이었고, 머리는 단정하게 하나로 묶은 모습이었다.

"welcome to krishnamai(우리 집 빌딩 이름)"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었다. 그리고 매우 빠르게 영어로 이것저것 질문을 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매우 유창한 그녀의 영어에 기가 확 꺾였다.

겨우겨우 알아먹은 몇 마디로 대화를 했다.  

그녀는 두 아이가 있고, 둘째가 이제 겨우 8개월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물었다.

"what is your job?"

job.... 나에게 job을 물어 보리라곤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다.

"난 그냥..... 집안일을 해."

그녀는 알 수 없는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왜 일을 안 하고 집에 있느냐는 표정으로 해석을 했다.)

"넌 메이드가 없니?"

"응, 난 메이드가 필요 없어. 집이 작아서 내가 할 수 있거든."

"메이드를 쓰는 게 좋을 거야. 여긴 인건비가 싸거든. 그럼 넌 다른 일을 할 수 있어."

"그래. 혹시 필요하면 너에게 부탁해도 될까?"

"그래. 언제든지."


좋은 이웃이 생긴 것 같아 좋았다. 그녀와 대화하며 영어 말하기, 듣기를 향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뒤로 그녀는 자주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매우 바쁜 워킹맘이었다.



그녀는 시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그래서 두 아이를 돌보는 사람은 주로  시어머니와 시아버지이다.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앞마당에서 놀다 보면 항상 그녀의 시부모님을 만난다.

할아버지는 항상 어린 아기를 안고 마당을 거닐고 있다. 그리고 할머니는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큰아이의 픽업을 담당한다.


가끔 앞마당에서 그분들을 만나 대화를 한다. 하지만 그분들은 영어를 못하고, 난 힌디를 못해 결국 웃음으로 대화가 끝나곤 했다. 가끔 벵골어와 비슷한 말이 나오면 겨우겨우 알아들을 수 있었다. (시부모님이라는 사실도 이렇게 알게 되었다.)



옆집의 그녀는 멋진 빨간색 suv를 타고 다닌다. 그것도 직접 운전을 한다.  내가 아이들과 뒷마당에서 놀고 있을 때, 일을 마치고 돌아와 멋지게 주차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정말 멋있어 보였다.


내가 생각했던 일반적인 인도 여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내가 계란을 사서 두 손에 들고 터덜 터덜 들어올 때, 그녀는 멋진 차를 타고 들어왔다. 아침에 아이들 가방을 들고 부스스한 모습으로 부산을 떨며 학교에 갈 때, 그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단정한 모습으로 한쪽에 노트북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출근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볼 때마다 내 모습이 조금 초라해 보였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그녀가 날 보며  "모든 한국 여성의 모습'으로 일반화를 시키는 것은 아닌지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다. 내가 인터넷으로 본 자극적인 기사들이 인도의 일반적인 모습일 것이라고 생가했던 것처럼.......




어제 늦은 오후, 아이들을 데리러 학교에 가려고 집을 나섰다. 아파트 현관에 누군가 앉아서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녀였다. 모른 척하고 지나갈까 하다가,

"hello"하고 인사를 했다.

그녀는 나의 아는 척에 고개를 들고,

"Hi",라고 대답을 했다. 그때 그녀의 표정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집에 들어가지 않고 현관에 앉아있던 그녀의 모습이 눈에 밟힌다. 그녀의 삶도 한국의 워킹맘과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멋진 그녀 뒤로 보이는 고단함의 그림자.


부스스한 내 모습 뒤로는 어떤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을까?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님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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