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고기를 먹는 사람들
그 산에는 거대한 멧돼지의 시신이 썩어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썩은 멧돼지의 고기를 먹겠다며 마을에서 칼을 갈며 방을 붙여 사람을 모으고 있었다. 누린내가 진동하는 산 근처에 사람이 다가가지 않은지 몇 달이 되었지만 알게 모르게 부랑자들이 산언저리에 모여 살아가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서 한밤중에 멧돼지의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소리를 들었다. 썩은 배를 가르고 새끼들이 나왔다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그것들을 본다면 분명 싸그리 잡혀 잡아먹히고 말 것이다.
한니발 렉터. 정신과 의사이자 연쇄살인자이며 인육을 즐기는 스릴러-라고 할까?-장르의 주인공이다. 나는 한나발을 참 좋아한다. 폭력과 무언가 튀어나올 것이라는 긴장 따위를 극도로 싫어하는 나는 공포나 스릴러, 느와르 장르의 아주 작은 긴장의 장면까지도 무서워한다. 그런 내가 어떻게 한니발을 좋아하게 됬을까? 한니발을 처음 접한 건 드라마 시리즈였다. 유명한 영화 '양들의 침묵'이 있지만 어떻게 하다보니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끔찍한 시신 장면이 매번 나오는 드라마인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나는 '아름답다'고 느꼈다. 내가 써놓고도 좀 이상하게 보인다는 걸 안다. '아니, 폭력이나 귀신을 무서워하는 사람이 시체가 아름답다니!' 한니발의 살인은 극도로 예술적이다. 살인의 의도와 목적이 분명하고 그것들을 자신이 창조적인 힘으로 완성한다. 놀래키거나 긴장시키지 않고도 인간 본연의 두려움을 자극하고 종국에는 인간의 '욕구'라는 것을 해소시켜준다. 시리즈 끝까지 보지는 못했지만 이제는 너무 오래되어 볼 수 있는 곳이 있는지 모르겠다. 기회가 되면 정주행을 하고 싶을 만큼 나에겐 명작이다.
이런 작품들이 나에겐 몇가지가 있다. 몇 번을 돌려보아도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영감을 주는 작품들. '향수'나 '피아니스트'가 있지만 이번엔 '모노노케 히메'에 대해 말해보자. 보진 않았어도 들어존 적은 있지 않을까 싶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연식이 꽤 있는 에니메이션 영화로 두 번째 봤을 때까지도 나는 중간에 잠들어버렸다. 지루하다는 게 아니다. 그만큼 격동적이고 긴장되어 있다가 긴장을 확 풀어주는 장면이 나오면서 안심하게 되어버린다. 세번째, 네번째 볼 때는 운 적도 있는 것 같다. 마을을 지키기위한 소년과 신의 딸로 살아가는 소녀의 이야기인 한편으로 신들의 세상으로 존재하던 자연을 인간의 힘으로 죽여버리는 이야기이다. 탄생이자 파멸의 신이 존재하는데, 그의 머리를 잘라 도망치는 인간을 쫒아 가는 본체가 너무도 아름답게도,슬프게도 보인다.
인간과 자연. 두 존재가 대립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나는 현 시점에서 더욱이 자연에 집중하여야 한다고 믿는다. 채집과 수렵을 하던 시절로 돌아가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도 언젠가는 멸종할 것이고 지구를 이룰 무엇인가로 대체될 것이지만 그것도 지금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공장형 사육시설, 과도한 개간. 의도적으로 자연을 거스르는 행동을 지양하자는 것이다. 인간은 발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자신들의 멸종을 앞당기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