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여전히 사랑하지 마다하지 않는 너. 너를 한순간으로 보내주고 나니 내 마음엔 채울 수 없는 바다가 생겼어. 자주 듣던 노래와 자주 하던 말들이, 라일락꽃 향기와 바다의 돌자갈이, 언제까지고 날 괴롭힐 거야.
我最爱的你 不知不觉已经离开了半年 可知 你的墓旁长满了蒲公英 起风了真的很美 你可能看到.
내가 가장 사랑하는 너. 네가 떠난 지 이미 반년이나 흘렀네. 너의 무덤가에는 민들레가 만발해 있겠지. 바람이 불면 정말로 아름다울 거야. 그건 너도 볼 수 있겠지.
애인 있어요. 하면 당신은 무엇이 떠오르는가. 애절한 발라드 곡이 생각날 수도 있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자의 성별에 따라 여자친구 혹은 남자친구로 그 이름을 달리 부른다. 그렇다. 이건 자전적인 얘기다. 동성의 애인이 생긴 뒤로는 다른 이들에게 '애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그 애인이 동성이란 것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꼭 '남자친구?'라는 물음이 돌아왔다. 제 애인은 여자인데요. 대한민국 사회는 아직 그렇게 열려있지 않기에 남자친구냐는 질문을 무시한 채 내 얘기를 한다. 우리는 그리고 나는 누군가가 '이성적'으로 느껴지냐는 질문을 주고받고는 한다. 이성적으로? 그럼 내 경우엔 동성적으로 내 애인을 느껴야 하는 건가?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좋아하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기로 내 안에서 그렇게 정했다.
내 애인은 흔히 말하는 짧은 머리의 레즈비언이었고 나는 스스로를 양성애자로 의심하고 있던 이성과의 교제만 하던 여성이었다. 바깥에서 보면 우리는 애인의 짧은 머리와 큰 키, 운동복만 입는 차림새 때문에 이성 커플로 많이 오해를 받았다. 어찌 보면 편할 일이었다. 동성커플이라는 쑥덕거림을 듣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모르는 사람들은, 아니 알고 있던 사람들마저도 애인보고 남자역할이냐는 질문을 하곤 했다. 남자역할? 그럼 여자역할은 뭐지? 애초에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무엇인데 둘을 역할놀이로 나눌 수 있는 걸까. 나는 길게 설명할 수 없을 땐 그저 그런 건 없다고 말했다. 설명하지 않아서 모른다는 건 설명해도 모른다는 뜻이다. 모르는 사람들의 질문에 일일이 대답할 시간에 일초라도 더 사랑하고 싶었다.
그녀는 지금 내 곁에 없다. 그녀의 가족들로부터 그녀의 부고를 전해 들었지만 장례식도, 사망진단서도 없었다. 나는 믿지 못할 그녀의 죽음을 믿어야만 했다. 그녀와의 연애는 나에게 많은 것을 남겼고 많은 것을 앗아갔다. 죄책감은 없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밖에 없도록 날 뻔뻔하게 만들었고, 그녀를 미워할 수 없게 했다. 나의 연애는 그 뒤로 휴식기다. 연애를 하면서 할 수 있는 것 들을 그녀와 다 했었기에, 그녀를 잊기엔 나의 사랑이 생각보다 컸기에. 사랑도 쉬는 시간이 필요한 것에는 틀림이 없다. 저번 이틀 새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그녀를 말했다. 나는 미련이 남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전혀 다른 주제로 얘기하다가 진심을 들키게 되는 경우가 있다. 숨겨두었던 그녀에 대한 나의 생각은 그렇게 튀어나왔고, 나는 그것을 순순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느낀 진정한 사랑이었고 평생을 함께할 것이라고 믿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중국 유학 시절, 사실 나의 창작인지 누군가의 글이었는지 모를 저 문장이 꼭 그녀의 이야기 같아서 그녀를 그린다. 고양이 한 마리와 따스한 햇빛 아래서 뒹굴던 우리가, 추운 겨울이면 발가락을 붙이고 누워 잠을 청하던 우리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