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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튼 Jun 20. 2021

이젠, 한강을 건너도 사진을 찍지 않는다.   

서울에 상경한 지 2년 차, 회사가 이전해 매일매일 한강을 지나치곤 한다.

처음 서울에 상경하였을 때, 엄마를 서울역에 데려다주고 삼각지역을 지나치다가

서울에서는 오롯이 나 혼자 견뎌야 한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곤 했다.

하지만 그 뒤로 내 앞에 보이는 웅장한 한강대교의 강물을 보며, 그래도 살아봐야겠다 생각했다.


이후 매 출근길마다, 한강을 지나칠 일이 없다

작년에 우연히 퇴근 후 듣었던 수업이 을지로에서 열려 종종 한강을 지나치곤 했는데

그때마다 화려한 야경과 때론 평온한 그 어떤 노을이 내 마음에 안정을 주곤 했다.

그럴 땐, 사람들 몰래 사진을 찍거나 영상을 기록해 친구들과 공유하고

블로그에도 글을 쓰며, '내가 서울에서 버티는 이유는 어쩌면 한강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글을 썼다.

그리고, 같이 지하철을 타며 이 아름다운 야경을 카메라에 담지 않고

핸드폰만 바라보며 노래를 듣거나,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왜, 이 사람들 눈엔 이 풍경이 별로인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후 회사가 성수로 이전하며 출퇴근길마다 한강을 지나치게 되었다.

아름다워 보였던 한강이 칙칙하고, 뿌옇게 보였다. 날씨 탓이었을까?

아니었다. 그저, 회사로 가기 위한 통로로 느껴지며 소위 말하는 '물멍'을 때리지도 않았다.

대신에, 내가 읽고 있었던 소설을 밀리의 서재로 보며, 핸드폰만 응시할 뿐이었다.

문득, 퇴근길에 차창으로 비친 내 모습을 보자니

1년 전에 내가 들었던 생각이 떠올랐다.


아, 그 사람들도 다 이런 과정을 겪지 않았을까.

그리고 내 옆에 앉은 여행객으로 보이던 여자 두 명이 들뜬 목소리로

"야경이 너무 대박이다"라는 말을 외치며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고,

자주 보면 그게 순수한 야경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한편으론 무지 씁쓸했다.


처음 7호선에 둥지를 틀고, 지하철을 탔을 때

생각보다 심각하게 조용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말을 걸지 않는

그런 서울 지하철의 모습을 보며 참 삭막하다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르고 내가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니

우리가 삶이라 부르는 일상도 늘 두근댈 수는 없으며,

처음의 설렘은, 반복이 되면 권태가 되는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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