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를 연습하기

by 김삶

해가 점점 길어지는 것을 느낀다. 7시까지는 회사에 오려고 한다. 출근길이 날이 갈수록 밝아진다. 루시드폴의 ‘부활절’을 들으면서 반복해서 들으면서 왔다. 아버지 생각이 났다. ‘아빠, 보고 싶습니다... 날 보고 계시나요? 아들이 자랑이었는데 어디 계시나요? 잘 계시리라 믿겠습니다. 그래도 보고 싶습니다. 안아드리고 싶습니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살아계시는 동안 저를 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끝없는 도전정신과 불굴의 의지로 포기하지 않고 버텨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버지의 뜻을 기리고 싶다. 가슴에 아버지의 뜻을 품는다. 나는 새로운 전형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 내 아버지... 당신은 아직 살아 계십니다. 아들의 마음 속에 굳건하게 남아 계십니다. 그러므로 떠나도 떠난 게 아닙니다.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당신을 마음에 품겠습니다. 아버지가 내 안에서 제2의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아버지는 내 마음 속에 살아 계십니다. 그 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아버지는 가루가 되어 땅 속으로 가셨지만 분명 하늘에 계실 것이다. 아버지의 마음을 떠올리며 빛을 본다. (촬영: 김삶)

미국생활이 힘든 이유는 자립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버지를 잃으면서 아버지가 되어가고 있다. 나는 딸아들의 아버지다. 나는 한 여인의 남편이다. 더는 응석받이가 아니다. 이제 두 발로 굳건히 서야할 시기가 왔다. 미국에서의 3년은 홀로서기를 훈련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실리콘밸리에서 나는 홀로서기를 연습하고 있다. 어느 조직에 속해 있느냐, 조직을 떠나느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란을 갈 때 자신만만하게 품었던 패기는 ‘나는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낼 수 있다’였다. 나는 오늘도 새로운 전형을 만들고 있다. 일과 가정에서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가고 있다. 가정에서, 회사에서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고 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회피하지 않겠다.


시원하게 눈물이라도 흘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 뜻대로 안 된다. 아버지 생각을 하다가 눈물이 고였지만 흐르지는 않았다. 어쩌면 이 시기는 인생에서 한번 거쳐야 하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홀로서기를 준비하고 있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가슴에 남았다. 그래서 명랑하게 지내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근원적인 회의와 무거움이 내 마음 속에 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가볼 테다. 내 삶은 새로운 전형이다. 내가 가는 곳이 길이 된다. 조직에서 철학적 고민을 하는 사람이 나다. 나는 깊이가 있는 인간이다. 나 자신의 가능성을 스스로 폄하하지 말자. 힘들어도 꿋꿋하게 나아가는 것이다.


미주한국일보 칼럼에 대한 평이 좋다. 그만큼 공들여 쓴 작품이었다. 무엇을 위해 사느냐고 묻는다면 쓰기 위해 산다고 대답하겠다. 걷기 위해 산다고 대답하겠다. 생각하기 위해 산다고 대답하겠다. 사는 건 하루하루가 연습이다. 사는 건 하루하루가 훈련이다. 훈련처럼 연습처럼 하루하루를 걸어가겠다. 누가 나를 치켜세운다고 내가 존엄해지는 것도 아니고 누가 나를 깎아내린다고 내가 폄훼되는 것도 아니다. 나는 나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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